편집 : 2020-02-21 | 10:01 오후

고랭지밭 흙탕물 저감 협업..

     
     
       
   
 
 종합      정치.행정      경제      사회      교육.문화      오피니언      사설      발행인칼럼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뉴스 > 오피니언

+크기 | -작게 | 이메일 | 프린트

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시에게 길을 묻다 ①'

2020년 02월 05일(수) 10:44 [인제신문]

 

온돌방

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쌀 콩 깨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아, 그 온돌방에서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아니 아니 그보다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시집『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2006)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문학평론가)

ⓒ 인제신문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조향미 시의 미덕은 보잘 것 없는 것, 하찮은 것, 자잘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는데 있습니다.
우리도 조향미 시인이 말하는 그런󰡐온돌방󰡑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방 한쪽에 무말랭이가 말라가고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한 방에서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고 향기로운 술처럼 익어갔습니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 쩍쩍’ 얼어붙는 겨울 날, 따듯한 장작불에 달궈진 온돌방에서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습니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했습니다.
시인은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 이거나 한세상 취하게 만들어 줄 ‘독한 밀주’, 아니 그보다도 평생을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좋은 시란 무엇일까요. 말장난, 손끝의 기교로 쓴 시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쓸 때 울림이 있고 감동을 주는 시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고상하거나 아름다운 것, 한 깨달음을 주는 그 무엇? 혹은 교훈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자잘한 삶의 이야기나 기억의 한 조각을 가지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 밤, 화롯불에 고구마 구워 살얼음 낀 동치미국물과 함께 보냈던 유년의 기억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새감각 바른언론”
- Copyrights ⓒ인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인제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제신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납북교류협력위원회 개최

‘아이 키우기 좋은 인제 만들기’

인제경찰서 상반기 경감이하 임명장..

눈 내린 원대리 자작나무 숲, 겨울 ..

인제국유림관리소, 정월대보름 산불..

(사)고향주부모임 인제지부, 불우이..

인제군·인제군의용소방대 간담회 ..

인제군, 표준주택가격 공시 이의신..

인제군, 2020 노인복지정책 설명회 ..

인제군,‘EBS 모여라 딩동댕’공개..

광고문의    청소년보호정책  구독신청

 제호: 인제신문 / 사업자등록번호: 120-03-32374 / 주소: 강원도 인제군 남면 부평리 337-3번지 / 발행,편집인 : 인제신문 김좌훈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상철 /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좌훈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강원, 아00104 / mail: injenews@hanmail.net
Tel: 033-461-1588 / Fax : 033-463-1577 / 등록일 : 2012년 3월 12일
Copyright ⓒ 인제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