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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가, 시장 골목에도 서점이 있는 일본

김영조(본지 칼럼위원, 푸른솔겨레문화 연구소장)

2009년 07월 28일(화) 18:03 [인제신문]

 

일본 명차의 고장으로 알려진 우지시(宇治市)를 다녀오던 중 전철 안에서 겪은 일이다. 찜통더위 속에 땀을 비질비질 흘리며 다니는 답사 여행 중 제일 반가운 것은 시원한 냉방 전철에 오를 때이다. 전철에 오르자 하나 남은 빈자리는 앞뒤 자리가 마주 보게 되어 있었다.

아기의 손에 들려 있는 그림책

그리고 맞은 편 자리에는 한 엄마와 유모차에 태운 1년 4개월밖에 안 된 옹알쟁이 아기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책장을 넘기기는커녕 책을 입에 가져가기에 바쁠 어린 아기의 손에는 작은 그림책이 들려 있는 것이었다. 답사여행을 이끄는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이 아기엄마에게 말을 건네자 무슨 말인지 아이 엄마가 빙그레 웃는다. “이 아이는 스가와라노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 일본의 학문의 신으로 추앙 받는 인물)가 되겠네요.”라고 했단다.
이러한 장면은 지난 8박9일간 답사여행을 한 오사카, 교토, 나라를 오가는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자주 마주친 풍경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손에 들려 주고 독서 취미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주는 일본의 젊은 엄마를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던 순간의 전율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의 거리 아무 데서나 흔하게 눈에 띄던 서점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았다. 오사카 최고의 유흥가라는 ‘도톰보리(道頓堀)’ 거리에도 어김없이 7층 빌딩 전체가 하나의 책방인가 하면 주택가마다 크고 작은 서점이 자리하고 있다.
재일교포들의 상점가로서 일본 속 작은 한국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오사카 ‘츠루하시(鶴橋)’ 시장 들머리에도 서점은 자리하고 있었으며 장 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있었다. 일본 그 어디를 가도 몇 발자국만 걸으면 보이는 것이 서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우산 쓰고도 책 읽는 일본

지난 6월 13일 중앙일보 김동호 도쿄특파원의 ‘우산 쓰고도 책 읽는 일본’이란 칼럼 중엔 “장마가 시작된 얼마 전 도쿄 긴자(銀座)에서 횡단보도를 건널 때였다. 60대 초반의 남자가 오른손엔 우산을 받쳐 들고 왼손으론 책을 읽고 있었다. 이게 뭔가. 비가 와서 우산을 들기도 바쁜 와중에 책을 읽다니. 너무 독특하다 싶어 지켜봤더니 신호가 바뀌는 순간까지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라는 글이 보인다. 그는 칼럼에서 일본 아소다로(麻生太郞) 총리도 매달 단골 서점을 찾는 것은 물론 전철 안에는 책 읽는 사람들이 세 명에 한 명꼴이며, 심지어 노숙자도 책을 읽는다고 얘기한다.
우리는 일본을 세계 강대국가의 하나로 꼽는다.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어떤 이는 그들의 무사정신을 말하기도 하고 경제력을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바탕은 그들의 책 읽기가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중복이다. 한국 주부들은 시장에 가서 식구들의 건강을 위해 삼계탕 거리를 사기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어디 밥만으로 살 것인가? 머리는 아무것도 채워주지 않아 텅 비워 놓고 오로지 보양식만 찾아 헤매는 사이 일본인 그들은 지금도 보양식이 아니라 책 읽기에 여념이 없다. 과연 우리가 일본인들에 견주어 뭐가 자랑스러울 것인가?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에게 책을 들려주는 사회이기를 푹푹 쪄대는 이 중복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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