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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함께하는 일본 마츠리와 사람이 없는 한국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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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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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8월 18일(화) 16:13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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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영조 칼럼위원,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 ⓒ 인제신문 | |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2009년 7월 17일 기온마츠리가 열리는 교토 중심가는 온통 사람, 사람으로 넘쳐났다. 경찰은 눈을 부릅뜨고 압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밝은 표정의 일본 사람들은 물론 카메라를 든 외국인들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그것뿐이 아니다. 10~20대의 젊은이들이 그들만의 전통옷 유카타를 입고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커플티를 입듯 이성 친구와 함께 유카타를 입고 손잡은 채 마냥 신이 나있었다. 아침 9시 행렬이 시작되었는데 10분만 서 있어도 견디기 어려운 찜통더위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꼼짝 않고 서서 오후 1시까지 가마 행렬을 지켜보는 교토 시민들을 보면서 솔직히 문화충격이라고 해야 좋을 경험을 했다.
기온마츠리가 열린 교토 중심가
최근 한국에도 축제가 부쩍 늘었다. 지방마다 예외 없이 축제를 치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축제는 이제 한국문화에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요 문화행사다. 영암왕인문화축제, 연천전곡리구석기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 대가야체험축제 등의 문화축제가 있는가 하면 대관령눈꽃축제, 무주반딧불축제, 담양대나무축제 따위의 자연을 소재로 한 축제, 인제빙어축제, 성주참외축제, 광주김치문화축제 등의 먹거리를 주제로 한 축제, 제주마라톤축제, 충주세계무술축제 따위의 운동을 중심으로 벌이는 축제도 있다. 그런가 하면 예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 풍어를 비손하는 잔치도 벌인다. 이는 주로 그 지방의 무속신앙 또는 민속놀이와 함께 하기도 하는데 굿이나 풍어제 그리고 단오놀이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화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주요 지역축제 개최건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막 시작된 1995년에 412건에 불과하던 것이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여 2003년에는 전국에 걸쳐 무려 700여 개에 달하는 축제가 개최되었다.
그런데 '축제(祝祭)'란 말은 일본의 슈쿠지츠(しゅうくじつ、祝日)와 사이지츠((さいじつ、祭日)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뤄진 말로 일본국어사전 <大?林>의 풀이에서 보면, '祝祭'란 '어떠한 일(것)을 축하하는 마츠리(あることを祝う祭り)'를 의미한다. 일본의 축제(마츠리)는 백성의 안녕과 질병 등 재난에서 그들만의 신이 보호해주기를 비손하는 행사다. 따라서 일본의 마츠리를 의미하는 '축제'란 말은 우리에게 적절치 않으므로 우리 토박이말인 '잔치'라고 부르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은 신사(神社)가 곳곳에 널려 있다. 일본인들은 장례를 제외한 모든 통과의례를 신사에서 치른다. 심지어 아이들이 시험을 보아도 신사에서 학문의 신으로 추앙받는 스가와라노미치자네(菅原道眞 845~903) 신에게 비손한다. 이렇게 일상생활과 밀접한 곳이 일본의 신사이며 이 신사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마츠리(축제)이다.
그런데 한국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내가 일본에 가서 느낀 것은 왜 우리는 이렇게 잔치다운 잔치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까닭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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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2009년 7월 17일 기온마츠리가 열리는 교토 중심가는 온통 사람, 사람으로 넘쳐났다. | ⓒ 인제신문 | |
왜 잔치다운 잔치를 못할까
그 중 하나는 바로 마츠리를 하는 일본, 그 일본의 제국주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일제강점기간 중인 1936년 조선총독부는 조선 민속놀이를 조사하여 《조선의 향토오락》이라는 책을 펴냈다. 마치 조선의 민속놀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하지만, 그 이후 조선총독부는 조선문화를 말살하려고 광분하기 시작했다. 조선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고,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강요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민속놀이는 허가를 받지 않으면 하지 못하게 했다. 그 까닭에 마을마다 펼쳐지던 온갖 민속놀이는 그 맥이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이 펴낸 《경상북도의 세시풍속과 민속문화》를 보면 1930년대부터 해방 사이에 일제에 의해 중단된 민속놀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안동 차전놀이, 의성 기마싸움, 포항 월월이청청, 경산 자인 팔광대놀이 등은 일제에 의해 중단되었다가 겨우 80년대 이후 복원되었고, 울진군 놀싸움 등은 아예 맥이 끊어진 상태다. 그래서 우리의 축제 곧 잔치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일본의 마츠리로 돌아가 보자.
'일본은 마츠리의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열광하는 마츠리는 그 역사를 되짚어 보면 고대 한반도와 관련이 있음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일본에서 행해지는 마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가마꾼인데 이들이 가마를 멜때 내는 '왔쇼이! 왔쇼이!' 라는 소리는 한국말로써 고대 신라어(경상도 말)의 '왔서예'가 '왔쇼이'로 변형된 것으로 《일본문화백과》를 펴낸 전 외국어대 홍윤기 교수는 지적한다.
또, 시게카네 히로유키가 쓴 《풍습사전》(啓明書房、1981) "마츠리에서는 으레 가마꾼들이 '왔쇼이! 왔쇼이!' 하고 외치기 마련인데 오늘날 이것은 온 일본의 마츠리에서 외친다. 이것은 고대의 조선어로서 '오셨다'라는 뜻이다."라고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일본 3대 마츠리의 하나인 기온마츠리를 시작하는 야사카신사는 바로 신라에서 건너간 스사노오미코토를 주신으로 모시고 있어 마츠리가 한반도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렇게 한반도가 전해준 문화를 일본은 잘 보존하고 온 시민이 함께 즐기고 있는데 한국은 일본에 의해 그 문화 곧 잔치가 맥이 끊겼다는 억울한 느낌이 나의 머릿속을 괴롭힌다. 그렇다고 억울하다는 느낌으로 끝나면 안 될 일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 문화의 역사적 사실을 새겨보고, 우리 스스로 문화를 어떻게 보존하고 발전시킬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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