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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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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김영조의 '일본 속의 한국문화 톺아보기' <11>

제5부 1편 백제여인의 아들 간무천황, 교토신이 되다<1>  

2009년 12월 15일(화) 13:45 [인제신문]

 

↑↑ 헤이안시대 부인 행렬 중 세이쇼나곤(유명한 고전 수필가) 역할의 여인.

ⓒ 인제신문


일본 교토를 알려면 기온마츠리(祇園祭), 아오이마츠리葵祭) 그리고 지다이마츠리(時代祭)의 3대 마츠리를 보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7월에 열린 기온마츠리에 이어 10월 22일에 열리는 지다이마츠리를 보러 교토를 향하던 날은 청명한 가을 하늘이었다.
방안에 있기에는 아까운 가을 날씨 탓인지 공항은 피서철도 아닌데 사람들로 유달리 북적거렸다. 지다이마츠리 행렬이 잘 보이는 오이케도오리에 좌석 예약을 서울에서 마쳐 둔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회원들은 서두를 것 없이 마츠리 하루 전날 오사카에 도착하여 이튿날 아침 일찍 교토를 향했다.
기온마츠리 때 함께 했던 몇몇 사람들은 석 달 만에 다시 찾은 교토 거리가 낯설지 않은 듯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오사카에서 급행전철로 1시간여에 있는 교토지만 서두른 덕에 오전 10시 무렵 교토역에 도착하여 예약해둔 표를 찾고 마츠리 시작 시각인 오후 2시까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찾은 곳은 헤이안신궁이다. 헤이안 신궁(平安神宮)은 제50대 간무왕(桓武)과 제121대 효명왕(孝明)을 모시는 사당으로 특히 교토 천도를 주도하고 발전을 이룩한 간무왕을 교토 시민들은 '교토의 신'으로 추앙하고 있다. 이를 기리고자 으리으리한 헤이안신궁을 짓고 해마다 정성스런 제사와 마츠리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 헤이안신궁 출입문인 웅천문도 화려하기 짝이 없다.

ⓒ 인제신문


헤이안신궁 앞에 이르자 제일 먼저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거대하고 화려한 웅천문의 모습이었다. 교토 시민들이 간무왕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사당 출입문을 이다지도 화려하고 크게 만들었을까 싶은 생각을 하며 신궁 안으로 들어갔다. 신궁안은 이날 오후에 있을 지다이마츠리 준비로 부산하다.
신궁 안에는 엄청난 규모의 정원을 만들어 놓았는데 입장표 사진에는 봄 벚꽃의 흐드러진 모습이 그 화려함을 말해주고 있다. 작은 오솔길과 정자풍의 쉼터, 아기자기한 풀꽃들과 휘늘어진 꽃나무 사이로 꽃단풍의 모습이 곱다. 아담한 연못이 있는가 하면 울창한 나무 숲길이 있고 모형처럼 축소해놓은 산신각 같은 작은 신사도 눈에 띈다.
특이한 것은 후박나무며 단풍나무 앞에 시구를 써둔 작은 팻말들이다. 이 팻말에는 만엽집(万葉集)과 고킨와카슈(古今和歌集) 등에 실린 옛 가인들의 노래가 적혀있다. 고전문학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발상이 신선하고 깜찍하다. 그저 정원의 풀과 나무를 보고 감상하는 게 아니라 옛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지나갈 수 있게 한 작은 오솔길의 운치는 아름답다. 문화를 사랑하는 헤이안 시대의 여유가 이런 것이었을까?


↑↑ 헤이안신궁 안 정원, 각종 나무 앞에는 우리의 옛 시조에 해당하는 와카(和歌)를 적어둔 팻말들을 세워놓았다. (왼쪽) \'눈에는 보이고 손에는 잡히지 않는 달 속의 계수나무처럼 임은 거기 있다네\' 이 시는 \'이세모노가타리\'에 나오는 것으로 계수나무를 소재로 쓴 시다. (오른쪽).

ⓒ 인제신문


정원 안 오롯한 산책길을 다 왔다 싶은 곳에는 푸른 하늘을 그대로 비춰주는 아담한 크기의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 위에는 고풍스런 태평각(泰平閣)이란 이름의 다리가 있다. 지친 다리도 쉴 겸 다리 위에 앉아서 백제여인 고야신립이 낳은 아들 간무왕을 그려 보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쌍의 백조가 물살을 가르며 우리 쪽으로 다가온다. 백제여인 고야신립과 그 남편이자 간무왕의 아버지인 고닌왕의 애틋한 부부애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세월은 천여 년이 지났건만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은 남아 역사를 만들고 마츠리를 만들어 오늘 한국의 후손들과 만나게 하다니 아무래도 '교토의 신' 간무왕의 도움인 것만 같다.
태평각의 아름다운 누각에서 황실 친척이라도 된 양 여유로운 시간을 가진 뒤 일행은 다리 너머 작은 울타리 곁을 넘보다가 그곳에서 그날 오후 지다이마츠리 가장행렬에 참가하려고 뽀얗게 분단장한 어여쁜 아가씨가 사진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과 만났다.
작은 울타리 문에는 '외인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쓰여 있었지만 기자들도 그곳으로 드나든 듯 반쯤 열려 있어 우리 일행도 들어갔다. '아, 이쁘다'라는 한국말을 쓰는 우리를 바라다보던 사람들은 함께 와서 사진을 찍으라는 시늉을 한다. 이 아가씨가 오후에 있을 지다이마츠리에서 헤이안신궁에 모신 효명왕의 여동생 역할로 참여하는 여인이다.
가부키 배우들의 분단장처럼 새하얀 분가루를 칠한 얼굴에 빠알간 입술 연지는 못난 여인일지라도 미인으로 만들 것 같은 마력을 지녔다. 이 주인공은 뜻밖에 만난 한국인들을 향해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사진을 허락했다. 비록 가장행렬이지만 천 년 전의 여인으로 분장한 여인과 잠시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지다이마츠리 사상 이런 뒷무대까지 잠입(?)하여 찍은 사진은 우리가 최초일 것이다.
효명왕의 여동생과 사진도 찍고 헤이안신궁, 그리고 정원을 둘러본 우리는 서둘러 들어간 웅천문을 빠져나왔다. 지다이마츠리 행렬을 보려고 예약한 좌석으로 이동해야 했는데 헤이안신궁에서는 지하철로 세 정거장 거리였다. 지하철로 가는 길목엔 보통 사람 키의 몇 배나 될 듯한 신궁 도리이(鳥居)가 있다.
도리이란 우리나라 향교나 왕릉 앞에 있는 홍살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헤이안신궁 앞의 도리이가 일본 전국 최고의 도리이가 아닌가 싶을 만큼 크고 육중하다. 도리이의 크기는 도리이 안에 모셔진 사당 주인공의 권력을 상징한다. 새삼 간무왕의 지위가 돋보인다.
헤이안신궁에서 지하철을 타고 교토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오이케도오리에 도착하니 지다이마츠리 협회에서 만든 예약좌석이 눈에 띈다. 이번 지다이마츠리를 위해서는 교토 시내 3곳에 접이식 의자를 수백 개 준비하여 의자에 번호를 붙여서 한 사람당 2,000엔에 팔았으니 마츠리 수입으로는 짭짤했을 것이다. 다소 비쌌지만 편하게 앉아서 마츠리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계속>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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