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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세모에 뜨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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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9일(화) 13:46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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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송남 논설위원 | ⓒ 인제신문 | |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일러주는 말이 있다. 귀머거리3년, 벙어리3년으로 살라는 말이다. 옛날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말이지만 참을성 없는 요즈음 사람들에게는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항아리에 막걸리 끌러 오르듯 할 텐데 가당치도 않는 말이다. 할 말은 하고보는 세상이라 세모가 이래저래 시끄러울 것 같다. 원컨대 구세군의 청아한 종소리가 소음에 묻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요즈음 세모는, 양력설과 음력설이 양립하고 있어 정확히 어느 쪽인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세모인 것은 분명하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누리에 퍼지고 자선냄비에 정성이, 낙엽 쌓이듯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면 아직도 세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제 세밑에 서서 또 한해를 건너뛰려고 디딤돌위에 있다. 세월을 밟고 지나온 길, 돌아보며 잘못이 있다면 반성하고 잘못을 했다면 용서를 구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지만 사람 마음이 하나같지는 않다. 출세 지향적 욕망과 교육에다 유학(儒學)은 아예 들어 보지도 못한 학문이 되어버려 윤리는 내팽개쳐지고 맞바람에 조금 떴다 하면 마음을 열기 전에 입을 먼저 연다.
친구의 질문
친구 중에 이런 사람이 있다. 본인이 아는 것도 습관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하려 든다. 부탁이지만, 어렵고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은 봐주는 셈치고 제발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함부로 말하는 사람은 습관성이 되어 아무렇지도 않겠지만 돌배기 발걸음 떼어놓듯 힘든 사람도 있다. 요즈음 세상이 아이들 싸운다고 해서 마음대로 회초리를 들 수 있는 세상은 아니다. 잘못하다간 애먼 사람 잡을지도 모른다.
"국회 의사당 안에서 있었던 송년 구국기도회에서, 닭하고 개는 잡아먹어야 한다고 했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난감하기는 하지만 대답을 안 해주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이 돌아 올 것 같아. "현직 목사, 박근혜 대표 잡아먹으라니…" 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다고 대답해 주었다.
정치인은 '언어를 강간 한다하고, 성직자의 말은 온화하고 신실해야하며 신뢰와 품위가 높아야 한다.'라고 일반적으로 말한다. 강남의 모 교회 목사님께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닭에 비유하며 "새벽에 울어야 닭이지, 시도 때도 없이 대낮에도 울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개가 도둑놈이 올 때 짖어야지 아무한테나 다 짖어대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여러분이 잡아먹어라"라고 그렇게 쓰여 있더라고 했다. 친구가 궁금한 것이 여러 가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거기에 모인 성도들이 '아멘' 이라고 화답을 했느냐?" 라고 눈치코치 없이 또 묻는다. "무슨 소리를 하느냐! 나는 여의도가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고 퉁명스럽게 말하고 얼른 자리를 떴다.
날씨도 세상인심만큼이나 매섭다. 얼굴 싸매고 종종 걸음으로 돌아오면서 세모가 들끓겠구나 생각해 본다. 금년 세모는 보름이 끼어있는데 달 대신 구름을 보는 거나 아닌지 돈 되는 생각도 아닌데 혼자 걱정하는 꼴이 우습다. 생각이 또 꼬리를 문다. "박근혜씨가 시집을 가봤나, 회사를 해봤나," 말하는 사람이야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은 인간사, 정치사에 환멸과 비애를 느낄 것 같다. 아니면 독화살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각박하고 힘들어도, 분이 목까지 차올라도 남의 가슴에 못 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께서도 가슴에 못 박혀 돌아가시지 않았는가.
愛己愛他 하라
"원수를 사랑하라" 역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어서 원수를 사랑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으로 지니고 태어난 善한 마음이 있다. 그래서 새끼 딸린 짐승, 피 흘리며 죽어가는 짐승에게는 시위를 당기지 않는다. 당나라 고승 황벽선사께서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태산에 부딪치면 넘어지지 않으나 돌부리에 채이면 넘어진다." 맞는 말이다. 큰일을 당하고 억장이 무너지면 충격을 받지만 대담해 진다. 하지만 작은 것은 마음에 남아 상처를 남긴다. 상처는 흉으로 남는다. 이렇듯 한마디 말은 인간관계에서 더 없이 중요하다.
'일엽지추'(一葉知秋)란 말이 있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옴을 안다는 뜻이지만, 한 가지 일을 보고 장차 오게 될 일을 미리 짐작하게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무심이 하는 한마디가 일엽지추처럼 그 사람의 인품을 내다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공인으로써 한마디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기념관에 애기애타(愛己愛他)라는 친필휘호가 걸려있다. 진심으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줄 안다는 말이다. 자기를 사랑할 줄 알라는 말은 자신을 수양하고 다듬어 라는 얘기도 된다. 논어에는, 그렇게 修身(수신)하고나서 齊家(제가)하라고 했다. 그런 다음에 대중 앞에 서야 한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유학(儒學)을 철저하게 공부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이 배출된 사회는 진흙바닥에서 뒹구는 사람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가지 말라 해도 자연스럽게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 길, 그런 사회가 되를 바라는 마음이다.
태양은 빛을 낼 때 그림자도 함께 만든다. 하지만 태양은 그림자를 분신으로 항상 자기 몸에 붙이고 있다. 자신으로 인해 파생된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우리도 앞서 가는 사람들이 뒤따라오는 사람의 손을 잡아준다면 다정한 이웃으로 나눔이 되고, 빛과 그림자처럼 공생의 관계가 될 것이다. 또한 여럿이 손잡고 강물을 건너는 모습으로 상부상조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사는 사회가 아름다워지면 금년은 둥글고 환한 보름달을 바라보며 함박웃음 짖는 세모가 될 것이라 믿음과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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