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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칼럼 / 폭설 때문에 싸우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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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12일(화) 12:15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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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송남 논설위원 | ⓒ 인제신문 | |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 분열이다. 전쟁은 국가대 국가가 국운을 걸고 싸우는 것이라 국력을 한 곳으로 집중시킬 수 있지만, 반면 내부 혼란과 분열은,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속은 다 썩어버린 장마철 물속에 잠긴 수박에 비유할 수 있다. 지역간, 계층간, 이념적 갈등의 수준은 심각할 정도인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손도 못써보고 지리멸렬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암적 존재가 내부 갈등과 분열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이번에 내린 폭설로 어처구니없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겉으로는 눈 때문이고 안으로는 이념적 갈등인 것 같다. 안타깝고 미래가 우려스럽다. 얼마 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예산안 처리 문제를 다루면서 싸우는 국회를 보고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 저런 국회가 어디에 있느냐" 라고 했다. 이번엔 10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제설작업을 하면서 이념적 갈등으로 너도 나도 뜀들기 한다면, 고림보라 놀림꺼리가 되기 십상이다.
폭설을 뚫고 전해준 메세이지
친구가 폭설과 한파를 뚫고 찾아왔다. 상기된 얼굴을 보니 심상찮아 보인다. 모 일간지의 사설과 칼럼으로 네티즌들이 박 터지게 싸운다는 것이다. 확인해본 결과 내용은 이렇다.
사설주제: "폭설을 겪으면서 느낀 국가 수준, 국민 수준"
칼럼주제: "폭설의 축복’과 못난 국민 수준?
【사설요약】 "철저한 대비로 빈틈없는 대처를 했더라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되다시피 하는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8시 20분에야 대설경보를 내린 것도 보통 지각이 아니다. / 서울시는 교통마비를 막는 것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없다./ 최고 수준의 비상을 앞당겨 걸고 대비했어야 했다./ 민간 건설 중장비를 제설작업에 동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눈이 많이 내리면 지하철로 몰릴 게 뻔하고 합류 지점의 혼잡이 눈에 훤히 보이는데도 대비가 전혀 없었다./ 미국 동부지역에 작년 12.18 부터 폭설이 내렸을 때 방송사들은 워싱턴DC 시장을 방송에 출연시켜, 꼭 외출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호소를 하게 했다./ 비상일수록 시민의 질서의식이 중요하다./ 서울 네거리마다 차량들이 서로 먼저 가겠다고 머리를 들이밀고 진입하는 바람에 모든 차량이 엉켜 꼼짝 못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재난을 겪으면서 국가의 수준, 국민 수준이 드러나는 법이다. 4일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준비하고 대비할 일이 아직 많다는 것을 보여줬다."
【칼럼요약】그런데 참 생게망게하다. “폭설을 겪으면서 느낀 국가 수준, 국민 수준” 보수 세력’이 느낀 수준./ 물론, 그렇게 주장할 수도 있다. 사설에 넘쳐나는 색깔공세는 이 신문의 주장을 새삼 비판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되짚어보게도 한다./ 하지만 사설이 대한민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일반적 논리라는 데 주목한다면 그냥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폭설과 칼바람으로 하루 내내 몸과 마음이 불편했을 대다수 국민 앞에 “국민 수준”을 들먹이는 저들의 훈계는 참기 어렵다./ 미국을 보기로 들어 우리 국민을 나무란다. “미국 동부지역에 작년 12월 18일부터 폭설이 내렸을 때 방송사들은 워싱턴DC 시장을 방송에 출연시켜 ‘꼭 외출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호소를 하게 했다고 쓴다. 어떤가. 출근에 늦지 않으려고 지하철 앞에서 아우성쳐야 하는 서울의 풍경과 ‘꼭 외출해야 할 상황이 아니면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는 워싱턴DC의 상황을 우리가 같은 맥락에서 비교할 수 있는가./ 폭설로 고통 받고 저들에게 꾸지람 받아야 할까,/ 과연 한국인들이 삶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을만한 사회경제구조가 갖춰져 있는가. ‘노동시장의 유연화’라는 사뭇 부드러운 언사 아래 얼마나 노동 강도가 강화되었는가./ 손 전화 문자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해고통지를 날리는 나라에서 지하철을 서로 타려는 사람들에게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출근길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만,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는 것을 보니 새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과연 100년만의 폭설이 “새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걸까./ “친 서민 대통령”과 서민 사이에 놓인 깊은 심연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삶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경제 정책이 선행 과제인데도 정반대로 나가며 폭설 앞에 축복을 운운하고 있는 모습을 우리 어떻게 보아야 옳은가."
눈 위에 뿌려진 색소
위 두 주제의 기사를 보고 판단은 독자의 몫이지만 개인적인 소견은, 겨울엔 눈 때문에 여름엔 비 때문에 싸운다면 이 나라는 사시사철 싸움판이 되겠다 싶다.
논설과 칼럼은 신문이나 잡지에서 글쓴이의 주장이나 의견을 말하는 글이며 언론사가 지향하는 이념이나 입장과 방향에 맞춰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한 사건을 놓고 판단함에 있어 입장과 시각의 차이로 판단이 다를 수 있으며 특히 언론사에 색깔이 있다면 기준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문제 삼아 공방으로 이어지고 네티즌들의 개입으로 갈등과 분열이 조장 된다면 이는, 글 쓴 개인이나 언론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며 사회적인 손실인 것이다.
두 기사의 내용을 종합해 국민의 시선으로 보면 이렇다. 미국이나 서울이나 재난이 발생하면 외출을 삼가는 것은 통상적인 상식이며 양국 국민들은 방송을 해야만 알아들을 정도로 우매하지는 않다. 재난이 발생하면 어느 나라든 조용한 일요일 아침 같지는 않다.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수십 번 반복되는 훈련을 하지만 재난이라는 것이 그때그때마다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발생 후 미비점은 항상 정부나 시행사측의 몫으로 남는다. 언론은 잘못을 지적하고 국민에게는 그릇된 인식을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훈계와 꾸지람, 손가락질은 어느 때 누구에게 사용되는 용어인지, 용도는 적절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인구가 5천만이다. 재난 속에서도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 스키를 타는 사람도 있다. 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특이 상황이다. 언론이 질책보다는 이해 시켜야 하고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대통령의 국정 연설에서 눈의 축복이라는 표현도 그 시간대에 창밖을 내다보고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100년만의 폭설은 그 다음날 나온 얘기다. 연설도 다음날 했으면 축복이란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 때 대통령이 거꾸로 된 태극기를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다. 덮고 넘어가는 것이 미덕일 수도 있다.
본질을 떠나서 혹은 달지 말아야 한다
속담에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 문제를 짚어 보면서 100년 만에 내린 폭설로 힘들었고 혼란스러웠다는 것과 보완해야할 미비점이 많았다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기사 뒤에 달라붙은 댓글에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이념적 갈등으로 진보와 보수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으로, 노동환경문제와 심지어는 노무현전 대통령 까지 들먹이고 정권 심판 론까지 끌어 올린다. 과연 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설마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메이저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쓰는 사람들은 사회 지도급 인사 들이다. 색깔은 아름답게 꾸밀 때 필요한 물질이다. 하얀 눈 위에 먹물을 뿌려 얼룩지게 한다면 강아지도 아이들도 싫어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가랑잎이 솔잎보고 바스락거린다고 불평 했을 때, 솔잎이 못들은 척 해준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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