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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20>

통영<다찌>집을 아시나요?

2010년 01월 12일(화) 12:17 [인제신문]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인제신문


“한국의 나포리라 말하는 통영에는 독특한 음주 문화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80년도 초에 생긴 것으로 추정) 속칭 “다찌집“이라 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술집을 이르는 말인데요. “다찌”라는 말은 왜색 문화가 강한 이곳인지라 친구를 뜻하는 일본어 (도모다찌-友達)에서 온 듯합니다. 이곳 다찌 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겨 찾는 곳으로 해질녘 퇴근시간부터 영업을 하는데 손님이 많은 집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다음>

통영의 “다찌집”이라!
지난 여름 일이 있어 통영에 갔을 때 안내받았던 식당이 기억난다. 그곳은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곳인데 비밀 통로처럼 막다른 곳에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썩 맛나 보이는 식당 같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우릴 안내한 사람은 단골인듯 일행을 그곳으로 안내했다.
“통영은 다찌집이 유명합니다.” 우리는 모두 일본어를 하는 사람들이라 이 정체모를 일본말에 대해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갑론을박 했던 기억이 난다.
위 예문에서는 “다찌”를 일본말 친구인 “도모다찌”에서 온듯하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집에서는 이 말이 하도 궁금하여 통영시청에 물어 본 말을 공개했는데 통영시청에서는 일본말 “다찌노미에서 온 말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고 전한다.

<도모다찌, 友だち, 친구>와 <다찌노미, 立飲み, 서서마시기> 의 대결양상이다. 먼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이 말을 풀어주면 좋을 텐데 다루지 않고 있다.
다찌, 다찌 하면 모르는 사람 빼놓고는 다 아는 말인데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어 사전을 찾는다면 답답할 것이다.

그럼 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으로 가서 살펴보자.
たち‐のみ【立(ち)飲み】
[名](スル)立ったままで飲むこと。「酒屋で―する」

번역하면, 다찌노미 : 선채로 마시는 일 (술집에서 선채로 술을 마시다). 다찌(tachi)는 다쯔(tatsu,서다)의 명사형이고,
노미(nomi)는 노무의 명사형이다. 직역하면 “서서마시는 일”이다. 술이란 앉아서 마시면서 이야기를 곁들여야 제 맛을 느끼는 것인데 서서 냉수 마시듯 들이킨대서야 제 맛을 느낄 수가 없다.
서서 술을 마실 때 안주란 따로 없을 것이다. 그저 주모가 주는 게 안주였으리라. 시어터진 김치 한 접시 일 수도 있고, 전날 저녁 주모의 애인이 잡아 온 생선 토막일 수도 있다. 주모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안주에 한잔 술이라!

“다찌노미”란 원래 서서 마신다는 말이고 대충 한잔 한다는 뜻이지만 실제로 일본에서 경험한 “다찌노미”는 통영의 “다찌”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일본 동경올림픽이 있었던 요요기 청소년 국제센터 뒷문을 빠져 나오면 그저 밥집 처럼 생긴 식당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밥도 먹고 술도 한잔 먹을 수 있다.
맥주든 일본술이든 한잔 시키면 안주는 그날그날 주방장의 기분으로 만든 안주가 나온다. 생선구이일 수도 있고 조림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통영처럼 해산물 위주의 갖은 요리가 나오지는 않는다. 그런데 통영의 다찌집은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나온다.
해삼, 멍게 등의 기본 안주부터 각종 싱싱한 회에 게찜 같은 구미 댕기는 요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양이 엄청나다.
음식 값은 음식점이 정해놓는 경우가 많다. 3만원 또는 5만원 하는 식이고 내용물은 식당에 따라 다르다.
가격만 말하면 거기에 맞춰 나오는 것이다. 둘이서 들어가면 좀 비싸고 양이 많아 다 먹을 수 없지만 여럿이서 먹을 때는 꽤 괜찮은 먹거리다.

다만, 일본말 “다찌노미”에서 유래하여 “노미(마시다)”를 떼어 버리고 그대로 보통명사화 된 것이 아쉽다.
그것은 부대찌개가 미군부대와 연관되는 것처럼 일본과의 관계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일본사람들은 지금도 서서 먹는 문화가 일반화 되어있다. 출근길 역전에 있는 우동집에서 우동 한 그릇 먹는 것을 “다찌구이(立食い)”라고 한다. 지금은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로 변했지만 2차 대전의 패망에서 일본이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어쩜 이 “다찌구이” 정신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서서(다찌, 立ち) 마시든(노미, 飲み), 먹든 (쿠이,食い)

자존심 센 경남 통영에서 “다찌문화”가 하나의 “음식문화”로 자리 잡혔다는 게 재미나지만 어째 씁쓸하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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