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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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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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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2월 23일(화) 12:12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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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 인제신문 | |
“신용카드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전화요금은 무료인가요? 1588*****이런 전화번호 있자나요. 신용카드 뒤에 적힌 거요. 이거 전화하면 전화비 무료인가요? 2010-02-11 11:27
-다음-
2월11일자 <다음>에 올라 온 따끈따끈한 질문이다. 1588에 전화하면 무료냐구? 천만에 옴팡 전화요금을 손님들이 물어내야한다. 어느 누리꾼의 답을 보자. “안녕하세요 현대카드영업소 팀장입니다. 신용카드사 대표 콜센터의 통화료는 카드사마다 모두 틀립니다. 고객부담인 곳이 대부분이구요. 카드사에서 부담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카드를 사용하시는지 몰라서... ” 이 양반 거짓말이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알기로는 “100% 고객부담”인줄 아는데...
“고객센터” “고객부담”,“고객평가단”,“고객예탁금”,“고객관리”, “고객의 눈높이” 고객..... 끝도 없이 고객이란 말이 다른 말과 붙어 새로운 단어를 만들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고객 (顧客) :「1」상점 따위에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 「2」단골로 오는 손님. ‘단골손님’, ‘손님’으로 순화. 라고 되어있다.
이 단어가 언제 사전에 오르게 되어있는지 모르지만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 만”을 가르키는 시대는 벌써 지난 것 같다. 위와 같이 별의별 말과 “고객”이란 말이 합성되어 끝없는 가지치기를 하고 있으니 그 끝 간 데를 모르겠다. “고객”은 일본말이다. 사전에서도 이 말을 “순화” 하라고 했다. “손님”으로 말이다.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일본말”이라고만 해주어도 순화효과는 클 텐데...그저 고쳐쓰라고만 한다. “고객, 顧客”이라는 한자를 쓰는 이 말은 貸切(대절, 가시키리,전세로 순화), 路肩(노견, 로카타, 갓길로 순화) 같은 일본말이다.
일본어국어대사전 <大辞林>에 보면, こ‐きゃく【顧客】: ひいきにしてくれる客。得意客。こかく。「―を獲得する」「―名簿」. 로 나와 있다. 번역하면, “히이키(ひいき)해주는 손님, 편하고 든든한 손님, “고객을 획득하다”, 고객명부”의 예가 있다. 여기서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은 “히이키”라는 말 때문이다. 딱 부러지는 우리말이 없으므로 이를 다시 풀어보자. 이 말을 이해해야 “고객”이란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다. <히이키, ひいき [贔屓]> : 편듦. 역성듦. 편애. 특히 돌봐 줌. 뒤를 밂. 또는 후원자.
오우! 고객이란 단순히 물건만을 사주는 사람이 아니다. “히이키 해주는 사람”이다. 다시말해 뒤를 봐주고 후원해주는 믿음직한 손님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원래 일본어에서 손님은 “오캬쿠상(お客さん)”또는 “갸쿠(客)”이다. 한자말 “客”을 빌어다 “갸쿠”라고 발음하여 “손님”을 나타낸다. 손님이라도 집에 오는 손님이 있고 물건을 파는 현장에서 “손님이 이 돈 내셨어요?” 할 때 손님이 있다. 그리고 별도로 “고객센터”의 “고객”이란 말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고객”이란 말을 쓰게 된 것일까? 정확한 기록은 찾아 봐야겠지만 내 짐작으로는 백화점이나 유통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들여온 말이 아닌가 한다. 80년대 초 나는 서울의 모 일류 백화점의 카달로그를 번역한 일이 있는데 이때 의뢰받은 것은 일본의 유통관련 책자였다. 지금은 “물류(物流)”라는 말이 아무 저항 없이 쓰이지만 당시 내가 번역할 때는 그 말이 너무 생소하여 나는 “물건의 유통”이라고 풀어서 번역한 적이 있다. 백화점 근무자들도 “물류”에 익숙치 않아 날보고 “물류”라고 번역하면 어떡하냐, 손님들이 알아먹겠느냐? 고 했던 기억이 새롭다. 불과 이십여 년 전 일이다.
“택배(宅配)”도 이때 들어온 말일 것이다. 물건을 직접 사러가지 않고 주문해서 가져 오게하는 택배산업이 늘어나고 그러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 고객서비스센터가 있어야하고 고객상담원이란 직업도 생겨난다. 이러다보니 “손님이 이 돈을 내신 거 맞지요?”할 것을 “고객님이 이 돈을 내신 거지요?” 라는 말로 발전해버려 이제는 우리말 손님을 밀어내고 “고객”이 자리를 잡은 꼴이다.
그러나 우리말 손님도 좋은 말이다. “이 고장에 처음 온 손님 들께 누추한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해장국 집 안에는 손님 대 여섯 명이 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유현종, 들불>”과 같이 정겹고 편한 것이 우리말 손님이다. 고객이 권위적이라면 손님은 부드럽고 정감어리다.
대절버스가 전세버스로, 노견이 갓길로, 가라오케가 노래방으로 바뀐 것처럼 끝 간 데를 모르고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고객”은 편한 우리말 “손님”으로 되돌려야 할 것이다. 물론 집까지 배달해주는 타쿠하이(택배, 宅配) 같은 말도 부르기 편한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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