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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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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27>

나도 “〇〇〇혜존”이라고 사인한 책을 받고 싶다

2010년 03월 09일(화) 10:00 [인제신문]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인제신문


“이미 책을 낸 사람들에겐 책 내는 게 어려운 게 아닌지 몰라도 자기 이름을 당당히 드러내며 받는이에게 '혜존'이라고 적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도 “〇〇〇혜존”이라고 사인한 책을 받고 싶다. -다음-”

누구든 남에게로부터 책 한권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혹시 지금 책장 곁에 있다면 받은 책을 꺼내 먼지를 털고 첫 장을 열어볼 일이다. 그러면 거기 얌전하게 “〇〇〇 惠存”이라고 적혀 있을 것이다. 보통 책이나 논문 등을 증정하면서 받는 사람 이름 옆에 한자로 “惠存”이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쓰는데 대관절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먼저 일본국어대사전<大辞林>에서는, けい‐そん【恵存】 :《「けいぞん」とも》お手元に保存していただければ幸いの意で、自分の著書などを贈るときに、相手の名のわきや下に書き添える語。
이의 번역은 일본국어사전을 베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된다. 이를 보면, “혜존(惠存,케이손,케이존이라고도 함) : ‘받아 간직하여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자기의 저서나 작품 따위를 남에게 줄때에 상대방의 이름 옆이나 아래에 덧붙여 쓰는 말” 이라고 정의 되어 있다. 이러한 “반듯한” 정의로 인해 우리는 여태껏 아무 의심없이 자신의 저서를 남에게 줄때 이 말을 써왔던 것이다. 마땅히 받는 사람은 자기의 이름 옆에 혜존이라는 말이 써 있을 때 기뻤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며 나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낀 사람은 “혜존”이란 시를 쓴 사람도 있다. 시 한편을 소개한다.

“혜존(惠存) / 이경임
낯선 시인의 이름으로 시집이 왔다 /사 십년 빈한하던 이름 뒤 혜존이라는/민망한 말씀의 겸손 얹혀 있어 부끄럽다/첫 시집의 감동을 함께 나눌 이들이/일면식 하나 없어도 기꺼운 까닭인지/시인의 두근거림이 행간마다 살아있다/먼 뒷날 내 쓸쓸한 별자리에 이름 하나/가까스로 얻으면 기쁘게 혜존이라/덧붙일 사람의 집이 너무 멀어 아득한 날/이경임 시집 『프리지아 칸타타 』”

이에 합세하여 시평이 뒤따르는데 시평을 정리해보면 “혜존”이란 한마디로 “글을 쓰며 받는 가장 기쁜 선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〇〇〇혜존 이라고 책장 앞머리에 쓰는 기쁨이란 내 마음의 집을 지어 주는 마음이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신주 모시듯 써온 “혜존”이란 말에 대해 이제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시기가 왔다. 늦었지만 말이다.

2009.2.16자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는 “혜존”에 대한 말이 일본말이라는데 써도 되냐는 누리꾼(네티즌)의 질문이 올라와 있고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이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본말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며 자기의 저서를 남에게 줄때 받는 사람 이름 옆에 써서 잘 받아주십시오란 뜻으로 쓰인다” 고 마무리를 하고 있다. “아무 문제 없는 말이니 그냥 쓰라는 식이다”

문제는 국립국어원의 이러한 답변에 “김봉규”라는 분이 올린 “혜존”에 대한 “이의제기”이다. 이 분의 글은 국립국어원의 “모르쇠”에 비해 논리 정연하다. 이 분의 논지에 따르면, <혜존,惠存>은 ≪한국문집총간≫ 자료에서 20여 곳에 나타나는 말로 <이 책을 받는 것이 은혜로워·‘惠’ 잘 보존 ‘存’하겠다>는 뜻이며 중국어로는 <受此冊爲感惠故保存以重>이다. 이 말은 원래 우리나라 선비들이 오래 전부터 써 왔던 말로써 책을 받는 사람이 귀한 책을 주셨으므로 잘 읽고 보존하겠다는 뜻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선비들이 주고 받던 책이란 <문집>을 말하며 이 <문집>이란 당사자가 세상을 하직하고 난뒤 그 후손이나 제자들이 선조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어 발간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문집>은 <사후(死後)문집>을 두고 이른 말이었다. 살아있을 때는 문집을 내지 않는 것이 선비들의 전통관례였으며 살아있으면서 문집을 내는 경우는 <생문집(生文集)>이라 하여 천한 일로 배척했다. 보통 문집은 책 제목이 없는데 이를 받은 사람이 겉표지에 문집이름을 적고 속표지에는 누구에게서 언제 받았는지를 적은 다음 책을 준사람 이름 끝에다 <은혜롭게 주시기에[惠] 잘 보존[存]하겠다>는 뜻인 <혜존>이라는 말을 적어 고마움을 나타내던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20세기에 이르러 나라를 일본에 강제로 빼앗긴 후 우리말이 생겨난 바탕[語源]과 흐름[變遷], 말뜻[語意], 쓰임새[用處]를 챙기지 못하는 과정에서 일본 말의 영향을 받아 “이 책을 드리오니 잘 보존해주시면 고맙겠다”는 일본식 “혜존”을 따르게 되었으니 거꾸로 되어버린 꼴이다. 이치로 따져 봐도 자기가 쓴 책을 잘 보존해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심하게 말하면 건방진 부탁이다.

일본과 서양의 문화가 물밀듯 밀려오면서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저서(著書)가 많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때 겉표지는 아예 인쇄를 하게 되었으며 속표지 첫 장을 넘겨 일본사람들 하듯 “제 책을 잘 보존해주시오 라는 뜻의 〇〇〇 惠存”을 마구 남용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숫제 강요된 부탁이 아닌가? 우리겨레는 남에게 자신의 저서를 잘 보존하라고 할 만큼 뻔뻔하지 않았다.

그런 뜻도 모르고 지금도 갓 졸업한 대학생이 논문을 교수에게 드리면서 〇〇〇 교수님 惠存이라고 쓰고 있고 교수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든다. 시인들은 "惠存“을 노래하고 평론가는 이에 박자를 맞추는 게 오늘 우리 모습이다. “惠存”이 그렇게 복잡한 말이라면 잠시 접어두고 다른 우리말은 없을까? 를 연구해보자.

요즈음 탈북자란 말이 새터민으로 바뀌었다. 참으로 고운 말이다. 새로 우리의 곁에 터를 잡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왜 우리는 진작 못했던 것일까? 그들을 바라다보는 시각에 사랑이 없었기에 ‘탈북자’란 말을 오래도록 썼던 것으로 여겨지며 ‘혜존’도 마찬가지다. 작가 한승원은 붓 펜으로 멋들어지게 “당신이 가진 빛깔로 우주를 색칠하십시오.” 라고 책장 앞에 써서 책을 건넸다는 말을 들었다. 역시 대문호답다. “惠存”의 뜻도 모르면서 줄기차게 대물림으로 이어 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색깔로 자신의 마음을 나타내어 책을 건네면 어떨까?

“〇〇〇님께, 제가 가슴앓이로 쓴 글입니다. 많이 사랑해주세요”
“〇〇〇님께, 바람부는 날, 마음 심난 할 때 끄적였던 부족한 글입니다”
“〇〇〇님께, 아직 연구 논문으로는 부족한 것입니다만 더욱 힘내겠습니다”

이런 아름답고 가슴 찡한 말을 책 앞장에 써서 드리는 것은 “惠存”보다 못한 일일까? 남에게서 책을 받아 든 사람이 오래도록 곁에 두고 잘 읽겠다는 뜻의 ‘혜존’이 일본식 ‘혜존’으로 둔갑되어 “내 책을 잘 받아 간수하시오”로 되어 버렸으니 주객전도란 이런 것을 가르키는 말이리라. 어디서부터 바로 잡아야할지 손을 대기가 쉽지 않지만 먼저 우리부터라도 책을 써서 상대에게 선물할 때는 “혜존”을 버리고 나름대로 번득이는 지혜로운 문구 또는 정감어린 한 줄 글이라도 써서 드리는 습관을 들이자. 그러다보면 더디더라도 고쳐질 날이 올 것이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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