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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현품대조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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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30일(화) 10:37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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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송남 논설위원 | ⓒ 인제신문 | |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땅을 밟고 사는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이세상도 아니고 저세상도 아닌데 다르기가 천양지차(天壤之差)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더미, 불길 속에 육신을 맡기시고 연기 속으로 먼 길 떠나신 법정스님을 생각하며, 비우기보다 채우기에 급급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남긴 건 무소유의 가르침과 한줌의 재뿐이었다. 피는 것도 보지 못하고 서둘러 떠나셨으니, 3월의 바람으로 오십시오. 보내는 마음, 소리 없는 통곡으로 봄비처럼 가슴을 적신다.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대화중에 현품대조라는 말이 나온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행자도반(行者道伴)하는 사이로 나눈 얘기라, 속세에서 쓰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품대조, 무슨 뜻일까! 떼어 쓰고 한자로 써보니 이해가 된다. 현품 대조(現品 對照), 평범한 단어의 조합이다. 둘 이상의 대상이나 내용을 맞대어, 같고 다름을 검토함. 서로 달라서 대비가 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말하자면 두 분이 나눈 토론식 대화를 법정스님이 현품대조라 했다 한다.
우리사회의 현품대조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무색하다. 스님께서 말하기를 욕망은 늘 목마른 것이라 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목마른 사람들이 물가에 모이듯 출사표를 던지고 의지를 불태운다. 욕망이라고 해야 할지 신념이라고 해야 할지 스님께서 안 계시니 물어볼 수도 없다. 한 결 같이 지역발전을 위해서라 말하고 욕망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광역단체장을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열을 넘어 열하나에 이르고 있다. 욕망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내는 것은 아닐까 반신반의하게 된다. 그러니 스님께서 말하신 현품대조가 불가피해 진다.
정치판이 시끄러우니 정치권도 현품대조를 해야 하고, 지도자와 지역대표도 뽑아야하니 능력과 인품을 놓고 사람도 현품대조를 해봐야 한다. 혹자는 나하고는 상관없는 오불관언(吾不關焉)이라 하지만. 얼굴 뜨겁고 가슴 찡한 일이 너무 많아 외면할 수가 없다.
-25년을 살아온, 명문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 교문 앞에 대자보를 붙였다. 사연이 있을 것 같아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 한다. /성공해서 세상을 바꾸는 '룰러'가 되어라,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 나는 너를 응원한다, /너희의 권리를 주장해, 짱돌이라도 들고 나서! /그리고 칼날처럼 덧붙여지는 한 줄,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지."
-"생각한 대로 말하고, 말한 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련다. 학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눈앞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이때를 잃어버리면 평생 나를 찾지 못하고 살 것만 같습니다."그는 말 한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경쟁에서 이기는 능력만을 키우며 나를 값비싼 상품으로 가공해온 나, 졸업장 인생인 나, 그것이 나 자신임을 고백하고 나는 오늘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라고 쓰여 있다. 가슴이 뭉클하다. 부모가, 어른들이 전도양양한 젊은이에게 멍에를 씌운 것 같아 안타깝다.
-유례없는 국무총리실의 현장검증, 5만 달러의 돈 봉투, 10초 사이에 돈을 챙길 수 있는가! 라는 10초간의 진실. 두 사람의 표정을 보기가 민망하다. 영욕의 갈림길에 서있는 그늘진 모습이다. 전직 국무총리, 전직 사장의 당당한 위풍은 찾아볼 수가 없다. 황사경보에 먼 산을 바라보다 창문을 닫아버리는 심정으로 외면하고 싶다.
-무상급식, 아이들 밥 먹이는 일인데 왜 이리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부잣집아이가 도시락 두 개를 싸와서 형편이 어려운 친구와 나누어먹는 우정의 나눔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될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속담이 있다. 아이들을 위하는 것인지 상처를 주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식대를 낼 수 없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비공개로 조용히 처리할 문제다. 아이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면서 가난한 아이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백주에 있는 데로 까발려 놓고 단장보단 (斷長補短)하자는 것이다. 즉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을 메워 들쑥날쑥한 것을 곧게 한다는 의미로 보면 이상적이기는 하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짧은 생각이다. 오히려 창피해서 쥐구멍으로 몰아넣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일전불퇴의 모습도 그렇다. 도를 넘어서니 행여 인센티브를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이때, 때를 같이해 참치내장이 식용젓갈로 둔갑했다고 양심 없는 수입업자의 얘기가 뉴스에 흘러나온다. 겉 다르고 속 다른 포장, 명절 때 선물세트 포장에서 종종 있었던 일이다.
-석사과정을 마친 사람들이 원양어선을 탄다고 한다. 배를 탈 바에야 처음부터 해양대학을 갈 것이지! 구절양장이 뱃길 보다 어렵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모양이다. 흔히들 말하기를 배를 갈아타면 변절자라 손가락질 하지만 만경창파에 몸을 씻기 위해서라면, 진실한 삶을 위한 것이라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싶다. 그래도 마음은 숯검정처럼 타버렸겠지!
-도시근로자가 연봉을 12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 중형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한다. 속 터지는 발표다. 정정 보도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벗고 사는 아마존 원주민도 기본적인 생활비가 필요하다는데 12년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비교법 자체가 잘못 된 것이다. 월급의 절반을 모으면 25년, 1/3을 모으면 36년이 걸린다고 해야지 옳을 것 같다. 32평에 9억5천만 원, 이라는 집값 얘기도 하지 말았어야 옳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재산 물려받지 못한 사람, 아홉 번을 '억'소리 내며 탄식하고 누군가에게 원망해야 한다. 급식비 못 내는 학생, 내 집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노력해서 이룰 수 있다고 하기에는 노래가사처럼 너무나도 먼 당신이다.
현품대조의 마무리
살아가기가 만만치 않은 세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을 현품대조하자니 한도 끝도 없다. 해서, 말은 반만 하고 배는 8부만 채워라. 하는 말, 새기고 당부 하면서 이해인 수녀님이, 입적하신 법정스님을 위한 추모의 시, 일부분만 발췌해 올린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과열된 경쟁 구도에 청정한 삶을 마감하신 법정스님께 바치는 시의 의미를 새기며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고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의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해인 수녀의 추모 시
법정스님께
3월의 눈꽃 속에 정토로 떠나신 스님/피는 것도 보지 않고 서둘러 가셨네요.
마지막으로 누우실 조그만 집도 마다하시고/ 스님의 혼이 담긴 책들까지 절판하라시며...
탐욕으로 가득 찬 세상을 정화시키려/ 활활 따는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나요.
이기심으로 가득 찬 중생들을 깨우치시고자/ 타고 타서 한 줌의 재가 되신 것인가요.
종파를 초월한 끝없는 기도는 연꽃으로 피어나고/ 언제라도 3월의 바람으로 다시 오십시오.
우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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