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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는 일본말 찌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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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로환> 알고나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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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08일(화) 11:57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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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 인제신문 | |
멀리서 손주딸 살림을 들여다보러 온 처할머니가 선 채로 똥을 지렸다...얼마나 더 늙어야 나의 구멍들을 다스릴 수 있을 건가. 가실 때, 정로환 다섯 알을 내가 먼저 꺼내 먹고 가방에 넣어드렸다. - 윤성학(1971~ ), 정로환 2009.01.13
어떤 사람은 “정로환”을 시로 쓰고, 어떤 이는 야밤에 라면 먹고 탈 난 속을 “정로환” 먹고 다스렸다 하고. “정로환” 예찬이 줄줄이 사탕이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정로환”의 애용자였다. 아니 지금도 가방 속에 몇 알은 가지고 다니지만 먹을 때마다 여러 생각에 잠긴다.
예전의 “정로환”은 환약으로 모양새가 꼭 토끼 똥 (비유가 적절치 못하다면 용서를... 작은 콩장 같은 모양) 같이 생긴 것밖에 없었는데 요즈음은 분홍빛 당의정을 입힌 것이 등장해서 먹기가 수월하다. 옛것을 고집하는 사람들 탓인지 현재도 예전 모양의 환약과 당의정 두 가지가 판매되고 있는데 옛날식 환약은 한약 특유의 냄새가 나서 좀 꺼려지지만 오히려 그 냄새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대관절 이 <정로환>이 어쨌다는 거냐? 고 묻는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이야기할란다.
정로환은 일본제국주의가 한창 팽창하던 1905년 일본에서 만주로 파병할 자국군의 설사병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지사제이다. 다시 말해 러일전쟁을 위해 만든 약으로 보면 되는데 일본군은 만주에 파병한 건강한 젊은 병사들이 죽어나가자 원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그 결과 만주의 나쁜 수질 곧 물갈이로 설사병이 났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밥도 행군하면서 먹어야 하는 전쟁터에서 병사들이 설사로 죽어가니 일본 정부로서는 해결책을 찾지 않을 수 없었고 급기야는 ‘배탈 설사를 멈추게 할 좋은 약을 만들라.’라고 일본 왕(明治, 명치)이 명령을 내렸다. 이에 제약사는 수천 가지의 약을 만들게 되었고 그 중 다이코 신약에서 만든 약이 가장 뛰어났는데 그것이 바로 정로환이다.
그런데 정로환(征露丸)이라는 이름이 사실은 <러시아를 정복하자>라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다.
정 : 정복할 정 (征)
로 : 예전에 러시아는 한자로 로서아(露西亞)로 표기
환 : 환약 즉 둥글게 만든다는 뜻 (丸)
원래 정로환은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자 “러시아를 무찌른 만능약(ロシアを倒した万能薬)”으로 일본 전역에 소개되어 국민 약으로 사랑받게 되었다.
그러나 러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일본은 국제적 신의상 정로환의 첫 자인 정복할 정(征)자를 바를 정 (正)자로 고쳐 쓴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현재는 정로환 (正露丸)이 되었지만 로서아 곧 러시아를 상징하던 로<露>는 그대로 쓰고 있다.
여기서 속사정을 더 들여다보자. 정“征”자가 국제 신의에 안 맞는 글자라니 무슨 말인가?
일본 쪽 설명을 그대로 옮겨본다. (일본 위키피디어, 글쓴이 번역)
“러일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신의상 “征”자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아서 행정지도를 통해 바를 정“正”을 넣은 “正露丸”으로 바꾸게 되었다.
(日露戦争ならびに第二次世界大戦終結後、国際信義上「征」の字を使うことには好ましくないとの行政指導があり、「正露丸」と改められた)
“국제적 신의상” 정복할 정자를 바를 정자로 바꾼다는 구차한 변명을 대고 있지만 얼마나 치밀하고 무서운 “약이름”인가?
“로서아(러시아)를 정복하라!”
약 이름 하나에도 이러한 “의도”를 깔아 두는 게 일본 제국주의다.
“정로환”은 그 후 한국 제약회사들이 일본어 약명 그대로 “정로환”으로 받아들여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한자는 “正露丸”을 쓰고 있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일본처럼 러시아를 쳐부수자는 뜻의 “征露丸”으로 쓰였음 직하다. 정로환을 만들어내는 몇몇 제약회사 누리집(홈페이지)을 들어가 다 뒤져도 이런 이야기는 쓰여 있지 않다. 부끄러워서일까?
한번 굳어진 약 이름을 바꾸기가 쉽진 않지만 “정로환”을 대신할 지사․ 정장제의 이름을
“국민공모” 형식으로 지혜를 모아보면 어떨까? 아니면 호시탐탐 <독도>를 노리는데 이참에 정일환 “征日丸”쯤으로 부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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