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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은 중용과 겸손을 생각하는 날

김영조 칼럼

2009년 09월 22일(화) 14:26 [인제신문]

 

↑↑ 김영조 칼럼위원(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 인제신문


옛 사람들은 24절기와 함께 살았다. 주로 농사를 짓고 살았기에 그 농사에 맞는 철을 알아야 했던 것이다.
봄 절기인 청명에는 농사를 준비하고 망종에는 가을보리 수확과 모내기를 하며, 백로엔 포도순절이 시작되고, 한로와 상강 때는 곡식을 수확하기에 부지깽이도 덤빈다. 하지만, 농업 인구가 급감한 지금 그런 절기는 아무런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더더욱이나 24절기를 만든 곳은 원래 중국 화북지방이어서 우리 절기와는 잘 맞지 않는 흠이 있기도 하니 더욱 그렇다. 정말 이제는 그 절기가 아무런 쓸모없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을까?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이번 주 수요일에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추분인데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다. 원래 추분은 24절기 중 열여섯 번째로 양력 9월 23일경인데 백로와 한로 사이에 든다. 추분점은 해가 북쪽으로부터 남쪽으로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으로 황도 180°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이지만, 실제로는 해가 진 후에도 어느 정도의 시간까지는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춘분과 더불어 낮과 밤의 길이가 같으므로 이날을 중심으로 계절의 분기점 즉,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그런데 가을이 왔다는 것 말고도 생각해 볼 것이 있다. 그것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음이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의 세계라는 것이다. 지나침과 모자람 그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가운데에 덕(德)이 존재한다는,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평상(平常)이라는 뜻의 중용을 다시 한 번 새길 필요가 있다.
그런가 하면 추분엔 향에 대한 의미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추분의 들녘에 서면 벼가 익어가는데 그 냄새를 한자말로 향(香)이라고 한다. 벼 화(禾) 자와 날 일(日) 자가 합해진 글자가 아니던가? 한여름 해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벼는 그 안에 진한 향기를 지니고 있음이다. 그처럼 사람도 내면에 치열한 내공을 쌓아갈 때 저 내면 깊이엔 향기가 진동하지 않을까? 또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강렬한 햇볕, 천둥과 폭우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인다. 이렇게 추분에는 중용과 내면의 향기와 겸손을 생각하게 하는 아름다운 때이다.
그렇게 24절기는 단순하고 고리타분한 옛 추억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에게 커다란 의미와 함께 다가오는 날들이다.
입춘엔 이웃에게 보이지 않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적선공덕행'의 때이고, 청명과 한식은 새로 만든 불을 모든 백성에게 나눠주어 공동체 의식을 다졌던 날이다. 또 까치를 위해 감 몇 개를 남겨두는 조선의 마음 입동, 팥죽을 쑤어 먹을 것이 부족한 짐승들과 이웃과 함께 나눠 먹는 동지도 지금의 우리에게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 아닐까?
이번 추분은 우리 모두 함께 가을을 맞으며, 스스로 아름다움을 내 맘속에 꼭꼭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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