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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에 치우친 삶의 질

대청봉 칼럼

2009년 09월 22일(화) 14:28 [인제신문]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어떤 것들이 갖추어져야 만족을 느끼는지가 다르므로, 특정한 사람의 삶의 질을 예측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복지나 행복의 정도를 말한다. 영어로는 well-being(웰빙)이라 하지만, 웰빙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2002년 무렵부터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가리키는 유행어로 사용되기도 하며 건강에 좋다고 주장되는 제품에 붙는 수식어로도 널리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해석은 노년의 건강과 행복한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삶의 질은 간단하게 삶의 만족도라고 정의하면 될 것 같다.
삶의 질을 행복정도로만 본다면 사람마다 추구하는 이상이 다르듯 행복과 만족지수도 다를 수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면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고 각자의 처한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의식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요즈음 우리 사회는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복지센터, 체육시설, 회관 건립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행복은 옷과 몸이 맞아야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외형에만 치우친 나머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삶의 질을 건물을 짓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언론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행정이란 우려스러운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최 하위권에 있는 지자체가 과분한 투자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지역 간 형평성 유지라는 이유로 지역마다 떡 조각 집어주듯 시설을 남발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뜻 있는 인사는 자기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라면 그럴 수 있겠느냐면서 사후 관리비가 문제라고 훗날을 걱정하기도 한다. 하여튼 재정적인 압박만 없다면 분명 삶의 질은 지금보다야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점도 있다.
이왕 명분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우리는 차제에 삶의 질이란 무엇인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눈발이 분분한 겨울철 실내에서 온수로 수영을 즐기는 것은 분명 수준 높은 삶의 질이며, 대형 공연장에서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추고 질 높은 공연을 감상하는 것 또한 최고의 삶의 질이다.
하지만 분수에 맞지 않게 도를 넘어 삶의 질만을 추구하는 것은 셋방살이를 하면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가난한 사람이 좋은 옷 한 벌 친구한테 얻어 입어도 분수를 모른다고 빈축을 사고, 가족들 대리고 모처럼 외식 한번 해도 눈총을 받는다. 가난이 죄는 아니지만 사회가 그렇다. 삶의 질과 행복이라는 것도 겉옷과 같이 몸에 맞아야 한다. 모든 것이 조금 부족하면 희망을 품게 되고 넘치면 오히려 근심이 될 수도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되어있어야 한다. 그리고 복지혜택은 주민 전체에 골고루 돌라가야 한다. 특정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은 혜택이 아니라 특혜의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다.
한편 우리는 수백억이 투자된 시설 안에서만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만 생각하지 말자. 조용히 책을 읽는 것도, 붓 끝에 먹물을 찍는 것도, 화선지에 색칠을 해 보는 것도, 산새들 노래 소리 들으며 오솔길을 걷는 것도, 삶의 질의 일부분이다. 구불구불 산길 따라 옥수수 밭 너머에 사는 노부부에게도 삶이 있고 삶의 질을 평가받을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LCD 고화질 TV도 시청할 수 있고, 병이 나면 앰뷸런스가 들어와야 되고, 멀리 떨어져있는 자식들과 휴대폰 통화도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옛날 가난한 시절에 태어나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할머니들의 얘기도 있다. 귀기우려 한 번 들어보고 무엇이 복지인지 숙고해야할 것이다. 서울에 있는 마들 여성학교 애기다.

복지는 사각지대로 부터

"지하철을 타도 잠을 잘 수 있었남, 글을 모르니 안내 방송을 들어야 하잖여."
"그 뿐이겠어? 은행 일을 볼 때 이름을 쓰라고 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단 말이지."
"봉제공장 다닐 때였지, 월급봉투에 사인을 해야 하는디, 그 때마다 화장실 핑계로 옆 사람에게 써달라고 했거든, 어느 날 팀장이 그러드만, 글을 모르냐고, 왜 옆 사람에게 쓰라고 하느냐고, 꼭 죽고 싶더만."
이분들은 "60평생 제일 무서웠던 것이 흰 종이와 연필이었어." 라고 말한다. 수료식에서 적은 소감에는 "나를 위한 방학, 내 책가방, 내 책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 "너무 좋다"라고 썼다. 이것이야말로 복지정책의 결실이며 삶의 질을 하늘 꼭대기 까지 높여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사회복지는 도와주는 것이며 행복이라는 것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게 길 안내를 해주는 것이다. 행복이란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큰 행복이다. 또한 삶의 질이란, 건물 안 좁은 공간에서 높여가는 것 보다 자연 속에서, 우리의 삶 속에서, 사람과 사람사이, 즉 인간관계에서 높여가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시 한 번 끝맺음 말로, 삶의 질 향상은 의식의 문제로 풀어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 한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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