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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9>

여고생을 미치게 하는 “사물함”

2009년 10월 27일(화) 16:39 [인제신문]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인제신문


"저는 여고에 다니는 고등학생입니다. 사물함 문제 때문에 미치겠어요.
교실 뒷편에 사물함이 있는데 각각 번호가 정해져 있어요.
제 사물함은 맨 오른쪽 맨 아래 끝자리인데 대략 열흘 전부터 누가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사물함 주인인 제가 한 동안 안 사용해서 그 사물함이 주인 있다는 걸 걔는 몰랐나봐요. 말할까 말까하다 비어있는 사물함을 찾았는데요. 잠금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누가 발로 찬 흔적까지... -다음- "

이 글을 올린 여고생의 글은 이 보다 훨씬 길다. 글 내용으로 보아 사물함 때문이라고는 했지만 평소 미운털이 박힌 친구의 소행이 괘씸하여 더 화가 나고 미치겠다고 하는 것 같다. 아무렴 물건 넣어두는 사물함 때문에 미칠 일이던가! 누구의 소행인지 아는데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미워는 죽겠고... 미루어 짐작이 간다.만일 그 친구가 아끼는 친구였다면 다 찌그러진 사물함이라도 기쁘게 쓸 것이다. 사람일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튼, 본론으로 들어가자.

우리가 흔히 쓰는 “사물함” 이란 말은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로 보면,

사물-함(私物函) :「명사」
군대, 학교 따위에서 병사나 학생들이 제각기 물품을 넣어 둘 수 있게 만든 곳 . ‘개인 물건 보관함’, ‘개인 보관함’으로 순화.

역시 순화이유는 없다. 그냥 순화해서 쓰라고만 되어있다. 뭐가 잘못되어 “순화하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우격다짐이다.

<어원<말밑>: 일본말> 이런 거 하나 써주면 쓰려고 하다가도 안쓸텐데 아쉽다.

그렇다면 이 말을 일본어 대사전 <大辞泉>에서 찾아보자.

일본어 사전에는 사물함 (私物函)은 없고 그 대신 “私物 +【箱/×函/×匣/×筐/×筥】 ”과 같은 말이 있다. 어려운 한자라 뜻풀이를 해본다.

箱: 상자 “상”
函: 상자 “함”
匣: 작은 상자 “갑”
筐: 대 광주리 “광”
筥: 광주리 “거”

이렇게 일본어에서는 다양한 한자를 쓰지만 어느 경우나 모두 하코(はこ,hako)로 소리나며 때로는 “바코”로 나기도 하는데 요즈음은 주로 아래와 같이 상자를 나타내는 “箱”이 주로 쓰인다.

べんとう‐ばこ(벤토바코) 【弁当箱】:도시락(통)
ゆうびん‐ばこ(유우빈바코)【郵便箱】:우편함
ししょ‐ばこ (시쇼바코) 【私書箱 :사서함
はし‐ばこ (하시바코) 【×箸箱】 :수저통


따라서 우리가 쓰는 사물함 “私物函”은 일본어 “私物 +【箱/×函/×匣/×筐/×筥】” 을 따르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권장 순화어인 “개인 물건 보관함”, “개인 보관함”이 적절한 것인지는 우리말을 사랑하는 차원에서 더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공공시설인 지하철의 “락커”나 학교 “사물함” 같은 곳에 물건을 넣어두고 쓰지 않았던 우리민족에게 이런 시설에 대한 말은 참으로 어렵지만 조금 신경을 쓴다면 곧 아름다운 우리말이 생겨날 듯도 싶다. 신입생이 “새내기”가 되었듯이 말이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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