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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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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치료보다는 예방이 효과적이다

2010년 07월 13일(화) 13:28 [인제신문]

 

↑↑ 박송남 논설위원

ⓒ 인제신문


가리산 도사가 아침 일찍부터 내려왔다. 이 시간에 도착하려면 안개 낀 계곡을 빠져나와 풀잎에 맺힌 이슬을 헤치며 바짓가랑이를 다 적시고 내려왔을 것 같다. 용건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무표정한 나에게 "주걱봉을 올라가 봤느냐"고 묻는다.
한계령을 오르는 오른쪽에 1.518.5m의 가리봉이 있고, 가리봉에서 내려다보면 줄기를 따라 십이연봉과 삼형제봉이 있다. 아래쪽으로 높이 1.401m의 주걱처럼 생긴 주걱봉이 보인다. 산악인이 아닌 내가 그곳을 가봤을 리 없다.
자기는 가리산리 하우고개에서 위쪽으로 주걱봉 중간 해발 950m 지점에 산다고 한다. 그러면서 푸념 섞인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산에서 30년을 살았으면 산신령을 만나도 서너 번은 만났을 텐데 산신령은 고사하고 썩은 산삼뿌리 하나도 구경 못했다면서, 이제는 하산을 해, 줄서기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살라

이슬만 먹고는 살 수가 없었나 보다. 높은 곳에 살면서 쉽게 사는 법을 내려다 본 모양이다.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속담도 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비록 옷매무세는 후줄근하고 이슬을 먹고 살지는 못 했어도 이슬에 옷은 적셨는데 30년 세월이 아깝지도 않은 모양이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개그 프로를 본 적이 있다. 1등만 기억해주는 세상에 줄서기 해서 2등을 하자는 것이다. 줄서기만 잘하면, 아파트 분양 시장이 달아올라 있을 때 하룻밤 줄서기만 잘 해도 수천만 원씩 챙기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세상이 얼마나 더럽고 치사한지 줄서기를 한 번 해보면 알게 될 것이다. 생각 같이 그렇게 만만하면 칠팔월 염천시하에 등짐 질사람 누가 있겠는가. 아직은 산(山)사람이라 생각이 순박할 수도 있다. 2인자로써 남의수하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굽실대며 허리 아픈 노동인지 모르고 하는 얘기다. 줄서기 잘해서 2등석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보면, 체면도, 나이도 잊은 사람 같이 보인다. 광대처럼 알짱대고 얻는 자리, 창밖이 아름답게 보이긴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인격이나 체면 같은 것이 조금만이라도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속칭 시다바리 하기엔 턱밑에 주름, 얼굴에 번진 검버섯, 손등에 솟은 힘줄이 많이 피곤해 보인다. 차라리 가리산 도사처럼 목구멍에 풀칠을 하기 위해서라면 누가 그 얼굴에 침을 뱉겠는가. 하지만 밥솥에 밥을 가득 두고도 구걸하는 사람은 생계가 아니기에 치졸해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사람은 화장실의 어두컴컴한 불빛에서만 거울을 들여다보니까 콧속에 코딱지도 당연히 볼 수가 없다. 그러고는 백주에 물 만난 물고기처럼 활보하지만 누가 콧속을 들여다보겠는가. 밝은 세상에 나오면 깨알 같은 잡티도 다 보이는 것을….
사람은 타고난 재주껏 살면 된다. 다시 말해 생긴 데로 살자는 것이다. 아무리 한우 등심이 맛있다 해도 "풍치로 흔들거리는 이로 씹으려 하지 마라", "이가 엎으면 빵을 맹물에 적셔먹으면 씹지 않아도 잘 넘어간다." 무엇을 먹든, 어떻게 살든, 인생은 한 번 뿐이다. 권력과 명예와 부를 가진 사람이 인생을 두 번 살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가!

흰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순자(荀子)의 권학(勸學)편에 나오는 얘기다. "서쪽 지방에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사간(射干)이다. 줄기 길이는 네 치밖에 되지 않으나 높은 산꼭대기에서 자라 백 길의 깊은 연못을 내려다본다. 이는 나무줄기가 길어서가 아니라 서 있는 자리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고,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진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거처를 정할 때 반드시 마을을 가리고(擇), 교유할 때는 반드시 곧은 선비와 어울린다. 이는 사악함과 치우침을 막아서 중정(中正)에 가까이 가기 위함이다."
여기에서 중정(中正)이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이 곧고 올바름. 또는 그런 모양을 말한다. 봉생마중(蓬生麻中)이란 말처럼 산에서 칡뿌리를 캐어먹는 한이 있어도 기댈 곳이 없으면 기어오르지 못하는 담쟁이 같이는 살지 말라고 가리산 도사에게 말해주고 싶다.
따지고 보면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데는 환경이라는 요소가 가장 많이 작용한다. 환경으로부터 피해자가 됐건,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았건. 원인제공자가 일정부분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지만 환경개선이나 상처를 치료하기에 앞서 먼저 생각할 것은 예방이다. 피해자가 치료해서 완쾌 되었다 하더라도 수술자국은 남는 법이니까. 예방하는 길이 우선이라 할 것이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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