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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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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느티나무

2010년 07월 27일(화) 11:17 [인제신문]

 

↑↑ 박송남 논설위원

ⓒ 인제신문


선비는 덕망이 있고 큰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쁜 나무에 그늘이 생기지 않는 것을 나무도 수치스러워 하는데 하물며 인간으로 살면서 그늘이 없다면 어쩌겠는가. 햇빛이 드는 날에는 으레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를 분신이라고 말한다. 악목불음(惡木不蔭)이라, 나쁜 나무에는 그늘이생기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반면 '수음조식(樹陰鳥息)'이란 말은 그늘이 있어야 새들이 쉴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는 상대적인 말이 있기도 하다.
그늘이라고 하는 것은 옛날 제상들처럼 식솔을 거느린다는 권위적인 말보다는 품어 안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요즈음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이 거느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줄서기가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사람이 나쁜 마음을 품고 있으면 그 주위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고, 덕망이 있어야만 사람들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만한 대인관계에 힘쓰고 인격과 덕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적인 말로 그 의미를 가늠할 수 있다.
본래 나무란 치산치수의 근본이며 우리의 살림살이를 윤택하게 해주는 원천이기도 하다. 또한 동네 어귀에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한여름 햇빛이 쨍쨍한 날 마을 사람들은 오가다 그늘 밑에 앉아 아픈 다리 쉬어가며 들녘을 내려다보며 농사 얘기를 나누고 집 떠난 자식 걱정도 한다. 이렇듯 동네 앞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우리가 사는 울타리안의 작은 세상이며 정거장이며 사랑방이다.
이제 지방자치 16년을 맞아 목 터져라 풀뿌리 민주주의 외쳤지만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했는지 지금도 그 소리 높고, 선거로 인해 동네민심이 사분오열되었다고 여기저기서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우리가 원했던 지방자치는 장가들어 분가하고 세대주가 되어 자립정신을 키워주는 취지도 있었지만 지방자치로 지역을 이끌어 간 풍부한 경험으로 연후에는 지역의 큰 나무로 느티나무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치인으로 남는 경우가 많아 느티나무로써의 역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느티나무가 되어 달라

오동나무는 무늬가 아름답고 가벼우며 연하면서도 습기나 불에도 강하여 우리나라 고유의 현악기인 거문고, 가야금 등의 악기제작에 쓰이게 된다. 이렇듯 재질에 따라 명품으로 태어난다. 소나무는 ‘솔’과 나무의 합성어로, 上.高.元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옛날 무속에서 당산나무인 소나무는 신이 신성한 통로로 이용되었으며 단청의 색깔은 붉은 솔의 몸은 사악한 기운을 제압하고 푸른 솔은 생명의 창조와 번영을 의미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원하는 나무는 오동나무처럼 연하면서도 뒤틀리지 않고 우아하고 단아한 소리를 내는데 쓰이는 나무, 소나무처럼 곧고 질기며 짙은 향을 가지고 있는 나무로 고궁의 기둥으로 대들보로 쓰이는 나무. 이런 나무들이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기엔 고절한 것 보다 가지와 잎이 풍성하고 동네 아저씨 같은 느티나무라면 무난할 것이다.
이런 아저씨 같은 느티나무는 동네 경사가 있는 좋은 날에는, 동네 사람들로부터 정이 철철 넘치는 막걸리 세례를 받고 몸을 적시며 마을 사람들과 함께 취한다. 자신의 몸을 새끼줄로 묶어도 끄덕이며 마을을 지켜주겠다고 흔들리는 잎으로 말한다. 이는 비록 일상이고 토속적이기는 하지만 자연에 노출된 우리 인간은 천둥 번개에도 놀라며 하늘을 두려워하여 다분히 의존적어서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무가 크다고 해서 다 좋고 숭배하는 건 아니다. 천인절벽 상에 서서 독야청청 하는 나무는 범접하기를 꺼려한다. 키는 높지만 가지도 적고 그늘도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작은 가지 하나면

"옥은 쪼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를 모른다. 비록 좋은 안주가 있더라도 먹지 않으면 그 맛을 알지 못하고, 비록 지극한 도가 있더라도 배우지 않으면 그 좋음을 모른다." 우리 곁에 있는 큰 나무는, 간장하나에 맨밥을 먹어 본 사람, 어릴 적 수업료를 내지 못해 정학을 몇 번씩이나 당해 본 사람, 고무신 양손에 들고 철길 위를 걸어 본 사람, 길섶에 자라 여름 한 철을 사는데 예초기의 칼날에 서너 번 목이 잘려 본 사람. 그런 사람 같은 느티나무가 우리 마을의 수호신이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느티나무라면 작취미성(昨醉未醒)으로 세상을 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없고 세상이 다 좋은 건 아니다. 느티나무 뿌리에 집을 짓고 사는 개미는 놀고먹는 매미를 미워하지만 나름대로 매미는 구슬땀을 흘리는 농부에게 청량음료 같은 노랫소리를 들려주니 미워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이처럼 한 그루의 나무에도 생각에 따라 땅 밑에서부터 나무 꼭대기 까지 입장에 따라 다르니 넓은 세상이야 오죽하겠는가.
그저 우리는 큰 욕심 없이 부리에 나뭇가지를 물고 느티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박새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작은 가지하나 내어 주면 되는 것이고, 장에 갔다 오는 동네 어른께 한 자락 그늘만 내어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큰 기대는 줄이고 이정도만으로도 매미소리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동네가 될 것이라 믿는다. 사고(思考)는 긍정으로부터 시작하면 행복해 진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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