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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49>

서서대충 먹는다는 일본말 ‘다찌노미’에서 온 통영의 <다찌집>

2010년 08월 17일(화) 12:51 [인제신문]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인제신문


“한국의 나폴리라 말하는 통영에는 독특한 음주 문화가 있습니다. 언제부터 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속칭 “다찌집”이라 하는 재미난 술집이 있습니다. “다찌”라는 말은 왜색 문화가 강한 이곳인지라 친구를 뜻하는 일본어 (도모다찌-友達)에서 온 듯합니다. 이곳 다찌집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즐겨 찾는 곳으로 해질녘 퇴근시간부터 영업을 하는데 손님이 많은 집들은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 -다음-

어느 누리꾼이 자신의 동네 통영에만 있는 “다찌집”에 대한 자랑 겸 소개 해놓은 글을 읽었다. 다찌를 일본말 친구를 뜻하는 도모다찌의 다찌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잘 못된 정보이다. 통영에 살면서도 다찌의 유래를 잘 모르고 있다니 안타깝다.
지난여름 일이다. 경남 일대 문화 유적지 답사를 위해 통영에 간 김에 다찌집엘 들렸다.
땡 볕에 하루 종일 걸어 녹초가 된 회원들을 끌고 통영시를 찾았을 땐 어스름 저녁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회원 중에 마침 통영에 친구를 둔 사람이 있어 그가 친구를 전화로 불러냈다. 전화를 받은 친구가 득달같이 나와 우리를 안내한 집이 바로 “다찌집”이었다.
회원 친구가 안내한 다찌집은 주택가 골목을 끼고 들어가 막다른 골목 끝에 있었는데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비밀 통로처럼 막다른 곳에 있었다. 밖에서 보기에는 썩 음식이 맛있을 것 같지 않아 보이는 3층짜리 건물은 2층이 당구장이고 1층이 식당이었는데 시멘트 계단은 청소를 언제 했는지 모를 정도로 깔끔하지 못했다. “이런 곳이 식당이라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바깥 분위기와는 사뭇 달리 고급 일식집을 연상시키는 내부 인테리어에 내심 놀라웠다. 넓은 홀을 없애고 그 대신 서너 명 또는 대여섯 명 씩 들어가기 좋은 방으로 꾸며진 내부 구조가 독특했다. 무슨 비밀 아지트 같았다. 그 중에서 우리는 원두막처럼 생긴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화장을 곱게 한 주인 여자가 그 회원 친구를 잘 알고 있는 양 우리를 반갑게 맞이한다. “통영 처음이지예, 이곳은 다찌가 유명하지예, 기다리이소, 한 상 차려 올테니..” 하며 시원한 물수건을 두고 나간다.

자리에 앉자마자 “통영의 다찌집”을 화제로 꺼낸 사람은 우리를 안내한 회원 친구였다. 평소 다찌집이란 말은 들어 봤지만 실제 다찌집에 간 것은 처음이며 일행 중에는 다찌집이란 말을 처음 듣는다는 사람도 있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우리는 이 정체모를 “다찌”라는 말의 출처에 대해 갑론을박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우리를 안내한 그분도 시원한 답을 못해 주기는 마찬가지였다. “다찌”란 무엇이며 대관절 어느 나라 말인가?

위 예문에서 누리꾼은 “다찌”를 일본말 친구인 “도모다찌”에서 온듯하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집에서는 이 말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싶어 뒤져보니 한 누리꾼은 자신이 궁금하여 통영시청에 문의 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통영시청의 “유권해석”을 소개해 놓았다. ‘다찌집’이란 일본말 <다찌노미, 立飲み, 서서마시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되어있었다. 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을 통해 좀더 ‘다찌’의 내막을 살펴보도록 하자. ‘たち‐のみ【立飲み】 立ったままで飲むこと。「酒屋で―する」번역하면, 다찌노미 : 선채로 마시는 일 (술집에서 선채로 술을 마시다) ’ 해석 그대로 선채로 술 마시는 것을 말하는데 간이역의 우동집도 아니고 선채로 술을 마시다니 무슨 말인가 할 분들이 있을 것이다. 비록 허름한 주막일지라도 평상에 턱하니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술상을 받는 게 우리의 술 문화인지라 이해가 좀 안 갈지도 모르겠다.

서서 후딱 술 한 잔 마시는 ‘다찌노미’ 말고도 일본에는 ‘다찌구이(立食い)라고 해서 역전 등지에 보면 우동이나 소바 등을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다.
“다찌노미”나 “다찌구이”나 모두 서다라는 일본말 다찌(立ち,tachi)가 붙는다. 이 말이 붙으면 ‘임시로, 얼른, 후다닥 먹는’ 이미지가 강하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제대로 된 술상을 받으려면 ‘서서’받을 수는 없다. 오랜 전쟁을 겪거나 경제건설의 일꾼으로 새벽별 보기 운동을 하는 일이 아니라면 ‘앉아서’ 먹는 게 정상이다. ‘다찌(서서)’ 받아 먹는 술 한잔에 안주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다. 시어터진 김치 한쪽이거나 전날 주모의 애인이 잡아온 비릿한 생선 반토박을 구워내거나 그런 수준이리라.

통영의 “다찌”는 일본말 “다찌노미”에서 “다찌”만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말은 ‘다찌’를 취하고 내용은 풍부한 인정이 넘치는 한국식이 가미된 술집이 아닐까한다. 처음에는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던 술집이 나중에는 다양한 안주를 주는 술집으로 바뀌었음에도 술집 이름은 예전 그대로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본 동경올림픽이 있었던 요요기 청소년 국제센터 뒷문을 빠져 나가면 그저 수수한 밥집처럼 생긴 식당이 하나 있다. 이곳은 밥도 팔고 술도 파는데 재미난 게 메뉴가 특별히 없다.. 맥주든 일본술이든 한 잔 시키면 안주는 그날그날 주방장의 형편에 맞는 안주가 나온다. 생선구이가 나올 때도 있고 무조림이 나올 때도 있다. 통영의 다찌집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우리는 통영에만 있는 ‘다찌’ 술상을 군침을 흘리며 기다렸다.
드디어 안주가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와! 이건 무슨 잔치집 분위기다. 주로 해산물 위주인데 해삼, 멍게 등의 기본 안주부터 각종 싱싱한 회에 게찜 같은 값비싼 요리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양이 엄청나게 들어온다. 도대체 이렇게 갖다 주면 술값은? 싶었는데 차려내온 음식 치고는 그다지 비싸지 않았던 기억이다.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려왔다해도 과장은 아니다. 아니 그날 우리가 특별한 손님이라 그랬지는 몰라도 ‘다찌집’은 서서 대충 안주하나로 입가심을 하는 그런 집이 아니었다. 한 상 푸짐하게 차려 내오는 음식점 이름이 어찌해서 ‘서서 대충 먹는’을 뜻하는 “다찌”로 굳어 진 것인지 통영을 떠나면서도 궁금증이 풀리질 않는다.
이제 통영의 “다찌”는 그 어느 지방에도 없는 독특한 술집으로 자리 잡은 모양인데 그래도
‘다찌노미’에서 나왔다는 유래가 어째 좀 씁쓸하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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