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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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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으로 500억원 불린 재테크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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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8월 24일(화) 10:46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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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 인제신문 | |
달인
김 광인
달달달 너의 일을 외울 일이다
남의 일 참견 말고
국수발을 뽑던 이쑤시개를 헤아리던
너의 일을 외울 일이다
한 우물 판 곳에서 물이 나올 때까지
너의 진이 다해
쓰러질 그때까지
너의 그 일에 매달릴 일이다
에스비에스 프로가 널 부르지 않는다해도
그저 너는 너의 일을
달달달 외울 일이다.
달인이란 달리 뾰족한 수가 없나 보다. 시인의 노래처럼 달달달... 외우거나 반복하는 수밖에는 달리 방책이 없는 일 같다. 달인 중에는 명예로운 달인이 있는 가하면 사기꾼으로 추락한 사이비 달인도 있다. 세간에 재테크달인은로 알려진 김모씨는 10년 전인 47살 때 4년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죄명은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다. 그는 4년간 교도소에서 부동산 경매 공부를 죽어라해서 경매달인이 되어 출소했다. 출소 때 호주머니엔 20만원이 있었다. 김 달인은 교도소에서 달달 외운 부동산 경매법을 현장조사와 이해관계 조절, 명도, 환금성 분석, 수익성 분석등의 방법으로 현장에 접목시키자마자 몇몇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투자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방송을 몇 번 타더니 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사무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잠을 자던 그는 일약 골드만삭스를 꿈꾸며 부동산 회사를 설립한다. 여기까지는 성공신화의 주인공과 같다. 그러나 상장된 회사의 주가 조작과 대박 신화를 노리며 투자한 투자자들의 돈을 떼어 먹기 시작하여 끝내는 5월 28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에 걸려들어 구속되었다(일요신문 2010.06.11)
한국의 골드만삭스라! 대단한 인물이다. 500억 원을 진짜 불렸는지는 몰라도 투자자들을 벌떼처럼 모은 것은 사실 같다. 돈을 불려준다는 것처럼 혹하는 말은 없다. 그것도 재태크 달인으로 알려진 사람인데다가 저서가 10권에 방송출연으로 알려진 인물이니 1%도 의심이 없는 사람이었으리라! 그러나 <재테크달인>도 별수 없이 추락하고 만다.
경매달인, 재테크달인, 생활의 달인... 등등 <달인>이 안 붙는 말이 없을 정도로 <달인>은 우리 생활 깊숙이에 들어왔다. 이제는 개인 차원을 넘어 ‘구리시 녹색생활 실천 달인대회 공모전 추진’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달인대회>까지 열고 있다. 바야흐로 달인 시대이다. 이처럼 달인이라는 말이 널리 퍼진 것은 아무래도 모 방송국의 <생활의 달인>프로가 일조를 했음직하다. 피자의 달인, 수납장 달인, 살빼기 달인, 주차의 달인...‘달인’이라는 말처럼 생명력이 강한 말이 없을 정도로 전국은 지금 ‘달인’이 넘쳐난다.
내가 달인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일본에 있을 때였다.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이었는데 맨 처음 본 것은 스시집(초밥)의 노련한 주방장을 다룬 프로였다. 주방장이 취재팀 앞에서 초밥 덩어리를 집어 조물조물 주무르다 저울에 올려놓으면 0.01그램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분량이 표시되는 것이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초밥덩어리 5개를 시범적으로 보여주었는데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초밥 경력 30년 달인의 솜씨는 거의 신들린 솜씨였다. 그뿐이 아니다. 출판사 말단 직원이 책 사이에 안내문을 끼우는것 역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이 친구가 왼 손으로 책 중간을 잡고 펼치고 오른손으로 안내문을 넣는데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항상 같은 페이지를 펴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달인이었다.
‘달인’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면, ‘달인(達人) :「1」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 ≒달자02(達者). 「2」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 으로 나와 있는데 어디에고 일본말이라는 표시가 없다. 그럼 일본국어대사전<大辞泉>을 보자. ‘たつ‐じん【達人】 :1 技芸・学問の奥義に達している人。達者。2 深く物事の道理に通じた人。 번역은 생략한다. 국어사전이 잘 베꼈으니까.
일본말 다츠진(달인,達人)을 국어사전이 들여다 번역해놓은 것도 그렇지만 방송국에서 조차 일본 프로그램을 똑 같은 형태로 들여다 보여주는 것도 썩 유쾌하지는 않다.
‘달인’을 다른 말로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마침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생활의 달인>이라는 말을 다른 말로 바꿔 쓸 말은 없는지 물었다. 그러자 2008년 1월 8일자 국립국어원 답변은 이러했다. “여러 자료를 참고하였으나 ‘달인’의 순 우리말로 적합한 한 단어의 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리하여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널리 사물의 이치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달인’의 뜻풀이를 참고하셔서 말을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묻는 이가 무색한 답변이다. <달인>의 토종표현은 고사하고 국립국어원 국어사전에 ‘일본말’에서 온 표현이라고 써주기나 했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 ‘달인’이란 말이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는 것이다. 실록 원문에 모두 14번이 나오는데 그 예문을 하나 보기로 하자. 성종실록 161권, 14년(1483년)을 보면,
“임금이 신하를 총애하고 믿기로는 근시(近侍)만 한 자가 없고, 신하가 임금에게 친근하기로는 근시만한 자가 없다. 대저 근시는 항상 좌우(左右)에 있으면서 형요(衡要)를 홀로 맡으므로, 천안(天顔)을 지척(咫尺)에서 뵙고 구중(九重)이 매우 가까우니, 법어(法語)가 정녕(丁寧)하심을 듣고 중동(重瞳)을 자주 굴리심을 보면서 귀와 눈처럼 임금의 총명(聰明)을 통달하고 목구멍과 혀처럼 임금의 명령을 대신한다.
至如人主之寵任臣下者, 莫如近侍, 人臣之昵比君上者, 莫如近侍。 蓋近侍者, 常居左右, 獨典衡要, 天顔咫尺, 九重甚邇, 法語丁寧, 重瞳屢回, 如耳目焉, 達人主之聰明, 如喉舌焉, 代人主之綸命。”
원문에서 ‘達人’은 국역본에서는 ‘통달’로 번역하고 있다. ‘달인’으로 번역하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선시대부터 쓰여 오던 ‘달인’은 ‘통달’의 의미로 쓰였을 뿐, 오늘날 티브이에서 보는 그런 ‘달인’이 아니다. ‘임금의 총명을 달인하다’란 ‘임금이 지혜로운 분이란 것을 훤히 알아 통달하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생활의 달인’에서 ‘달인’은 조선시대에도 쓰이던 말이지만 현재의 뜻과는 달리 쓰이던 것을 일본사람들은 ‘생활의 달인’이란 말로 쓰기 시작했고 이것을 다시 한국에서 들여다 프로그램까지 똑 같이 만들어 퍼뜨린 말이라고 정리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바꿀 수는 없지만 ‘다츠진(달인)’이란 말의 유래나 알고 썼으면 한다. 물론 좋은 토박이말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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