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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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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코리의 술 한 잔에 취한 천황과 일본술 <정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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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9월 07일(화) 11:21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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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 인제신문 | |
슬슬 가을로 들어서네요. 아직 따끈한 것이 좋은 계절은 아니지만 오늘 같은 날은 퇴근길에 가볍게 따끈한 오뎅국물에 정종 중탕 한잔 하면 최고입니다. 저의 정종 사랑은 꽤나 역사가 깊죠. 고딩 때 새벽에 독서실에서 나오면 홍합과 순대만 취급하는 아저씨네 간이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때 당시 백화수복 원 컵을 따끈하게 데운 거 반잔정도를 저한테 주시곤 하셨는데 그 아저씨 참 보고 싶네요 -다음-
오뎅과 정종 문화는 어느새 깊숙이 우리 사회 속에 뿌리내려 퇴근길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고 내장을 채워주고 있다. 날씨가 쌀쌀할 때 따끈한 정종 한 잔에 오뎅국물은 술꾼들에게 군침 도는 이야기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정종(正宗)을 정의하기를 ‘일본식으로 빚어 만든 맑은술. 일본 상품명이다. ≒청주(淸酒)’라고 풀이하고 있는데, 일본 상품명은 맞지만 ‘일본식으로 빚은 술’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차라리 ‘한국의 맑은 청주와 같은 술이다.’라고 하는 게 알기 쉽다. 그럼 청주(淸酒)란 무슨 술인가? 맑은 술이란 뜻으로 탁주를 빚어 농익은 술독에서 떠낸 맑은 술을 말한다. 이것을 조선시대에는 약주라 하였다. 일본술의 과정을 보면 삼국시대에 우리의 기술을 전수받아 우리와 같이 청주를 만들다가, 근래에 청주의 제조법에 근대과학을 접목시켜 일본 고유의 술로 발전시킨 것이 ‘일본 술 정종’으로 우리나라엔 일제강점기에 마산에서 생산한 ‘大典正宗’, 부산의 ‘櫻正宗’, 인천의 ‘ 瓢正宗’ 등의 상표가 있었다. 앞부분에 있는 ‘大典’ ‘櫻’ 등은 술을 만든 회사나 가문을 나타내는데 이 부분을 떼어버리고 ‘정종’만을 부르게 된 데서 유래한 것이 정종이다. 따라서 일본 술집에 가서 정종을 뜻하는 ‘마사무네(正宗)’만을 말한다면 종업원은 다시 물을 것이다. 무슨 마사무네를 찾느냐고 말이다. <櫻正宗>은 <사쿠라마사무네 :さくらまさむね>,<菊正宗>은 <키쿠마사무네:きくまさむね>로 모두 일본에서는 유명한 정종이다.
술 이야기가 나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일본 교토의 마츠노대사(松尾大社)이다. 《延喜式, 헤이안시대 중기-905년에 펴낸 법령집)》에 따르면 이 신사는 명신대사(名神大社)로 뽑혀 당시 이름 높은 22사(社) 중 4위의 자리를 차지했고, 일조왕(一条天皇, 980~1011)을 비롯하여 많은 역대 왕들이 직접 이곳에 행차하여 제사나 기우제를 지내는 등 황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이러한 마츠노대사를 일군 사람들은 한국계 하타씨(秦氏)들이다. 이곳은 일본 전국 제일 술의 신(酒神)을 모시는 신사로 알려져 양조업자들 사이에서는 널리 우러러 받들어지고 있는 신사다. 전국 1,300여 사에 이르는 말사(末社)를 거느린 방대한 규모의 신사로 연중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
서기 712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책 《고사기(古事記), 小學館》중권 응신천황 조(267쪽)에 보면 왕인박사의 <논어>와 <천자문>이 전해진 이야기와 더불어 야금기술자, 직물기술자 그리고 술빚는 기술자가 건너왔는데 이름은 인번(仁番)이라고 하며 다른 말로는 수수코리(須須許里)라고 쓰여 있다. 수수코리는 교토 서부 가츠라가와(桂川)의 풍부한 물이 빚어낸 질 좋은 쌀과 맑은 물로 천하의 명주를 빚어 천황에게 헌상했는데 이 술을 받아마신 천황은 기분이 좋아 노래를 불렀다.
‘수수코리가 빚은 술에 나는 완전히 반했네. 무사평안을 기원해주는 술, 너무 즐거워 웃고 싶어지는 술에 나는 완전히 반했다네 (須須許里が釀みし御酒に我酔ひにけり事無酒笑酒に我酔ひにけり).
천황이 반할만 한 술의 장인 ‘수수코리’를 배출한 나라가 한국이다. 이렇게 전수된 천하의 명주는 대대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으나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기를 보낸 조선은 ‘술 종주국’ 자리를 잠시 접어 두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술 전통의 나라답게 지역마다 빚는 재료와 방법을 살려 각양각색의 술이 재현되고 있다. 소주, 막걸리, 청주 등 다양한 전통술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일개 상표에 불과한 ‘정종’이란 말은 이제 털어버릴 때도 되었다. 청주가 정종이니 과감히 청주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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