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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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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소평이 좋아 했던 담배 한 <보루> 값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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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03일(월) 11:09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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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 인제신문 | |
등소평이 좋아했던 팬더 담배는 한 갑에 2,500위엔으로 중국에서 가장 비싼 담배로 꼽고있다. 중국에서 고급담배는 부와 신분의 상징으로 통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수 없는 한정판 담배의 경우 웬만한 월급쟁이 한 달 봉급수준이다. 중국 최고지도자 등소평이 즐겨 피웠다고해서 유명해진 팬더 담배는 한갑에 시중에서 1200위엔~2500위엔에 판매되고 있어 "황제"담배로 군림하고 있다. 황허러우 한정판은 한갑에 850위엔이고 한보루에 8,500위엔으로 중국일반기업 간부의 한 달 월급수준으로 서민들은 필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물량이 정해져 있는 한정판은 그렇다치고 시중에 판매되는 담배들 중 고급담배의 한 보루 가격은 한국 담배 몇 보루를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다음-
등소평은 검소한 사람인줄 알았더만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담배 10갑을 세는 단위는 ‘보루’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보루(<일>boru) :「1」담배를 묶어 세는 단위. 한 보루는 담배 열 갑을 이른다. 「2」『북한어』담배를 묶어 세는 단위. 한 보루는 담배 서른 갑을 이른다.
【<board】
남한에서는 10갑을, 북한에서는 30갑을 이르는 것이 재미나다. 더 많이 피우라는 것일까. 그만큼 담배가 싸다는 뜻일까? 말밑(어원)이 일본말이지만 달리 ‘순화’할 말이 없는지 아무표시가 없다. 그러나 <순화어>방에 가보면 반드시 순화한 말만 쓰라고 해놓고는 보루대신 ‘포/줄 <담배 10갑 단위>’로 써두고 있다. 이중언어정책에 국민들만 헷갈린다. 순화의지가 있는 것인지 폼으로 써 둔 것인지 알 수 없다.
보루는 영어 보드 ‘board’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사람들은 영어를 이렇게 맘대로 요리해서 자기네 나름대로 쓴다. ‘재테크’ ‘가라오케’ 같은 말처럼 필요부분만 발음하거나 발음이 안되면 잘라버리거나 하는 ‘일본식’을 고집한다. 영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하는 것은 미국사람들과 말할 때뿐이며 일본 안에서 자국민들끼리 쓰는 말은 맘대로다. 좋게 말하면 완전히 자기네말로 만들어 '줏대있게'쓰는 것이다.
영어 보드는 판자이다. 좀 딱딱한 종이를 말하는 것이다. 원래는 보드종이라는 뜻의 (ボ―ル紙,보루가미)가 가미라는 ‘종이’를 떼어버리고 ‘보루’ 만 남는다. 담배 10갑을 좀 딱딱한 종이에 따로 포장한다는 뜻 이렸다. 이것이 한국으로 건너오면 담배 10갑을 세는 단위가 되어버린다. 진짜 재미난 이야기다.
‘미국에서 돌아 올 때 아버님께 담배 한 보루 선물했다’ 같은 말은 담배10갑을 사드렸다는 말이다.
보루란 딱딱한 종이를 가르키는 ‘보드’의 일본발음인데 우리가 쓰는 말 중에 ‘보루박스'라는 것이 있다. 어렸을때 ‘보루박스’를 ‘보리박스’로 생각하여 ‘보리’를 담아두는 상자인줄 알았다. 이렇게 영어의 원뜻과 전혀 다른 뉘앙스(느낌)을 주는 말로는 ‘미싱’도 있다. 미싱이란 재봉틀과 동일시 하는 말이지만 이 말은 원래 영어 ‘머신’을 발음이 안돼 ‘미싱’이라 부른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때 머신은 ‘소잉머신’인데 일본인들이 ‘소잉’을 잘라버리고 ‘머신’만을 딴 뒤 이를 ‘미싱’으로 만든 것이다. 머신에서 '미싱'으로, 보드에서 '보루'로 보루는 '담배 10갑을 이르는 말' 로 바뀐 현실.
여태 써오던 것을 그냥 쓰면되지 뭘 따지냐는 사람도 있을 성 싶다. 하지만 담배 1줄 또는 담배 1포 정도로 바꿔불러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부르다보면 10갑이란 인식이 머지않아 생길 것이다. 아니 생긴다. 말이란 자꾸 써보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전에 쓰던 말이 어색해지는 마술같은 속성을 지닌 존재이다. 신입생-새내기, 클럽-동아리, 노견-갓길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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