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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우리말 찌거기<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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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에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스승의날’ 일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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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5월 17일(월) 08:38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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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 인제신문 | |
1958년 5월 8일(적십자의 날)에 청소년적십자 단원들이 병석에 있거나 은퇴한 교사들, 불우한 처지의 은사를 방문하거나 위로한 것을 시초로 스승의 날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었으며, 1963년 5월 26일에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J.R.C.)에서 5월 26일을 스승의 날로 정하고 사은행사를 하였으며, 1965년부터는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변경하여 각급학교 및 교직단체가 주관이 되어 행사를 실시하여왔다.
그리고 스승의 날을 세종대왕 탄신일로 정한 이유는 조선 4대 임금인 세종대왕이 한글(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우리 민족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그뒤 1973년에 정부의 서정쇄신방침에 따라 사은행사를 규제하게 되어 '스승의날'이 일시폐지되었으나, 일부 학교에서는 이 날을 계속 기념하였고, 1982년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조성을 위하여 다시 부활시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날은 기념식에서 교육에 큰 공헌을 한 교육자들에게 정부에서 훈장수여와 표창, 포상을 하며 수상자에게는 국내외 산업시찰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음-
세종대왕 탄신일은 5월15일이다. 위대한 한글을 만든 우리들의 스승이라 그의 탄생일을 스승의 날로 했다지만 오늘날 이 내용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형식적인 ‘스승의 날’은 커지고 세종대왕 탄생일은 스리슬쩍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길가는 사람들에게 세종의 탄생일이 언제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갸웃 할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닐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세종의 생일이 아니다. 스승의 날도 아니다. 스승의 날 설명 속에 나오는 ‘서정쇄신’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니, ‘서정쇄신(庶政刷新) : 여러 방면에서 정치 폐단을 고쳐 새롭게 함’이라고 천연덕스럽게 풀이해놓고 있다. 이런 식이니 국민들이 그냥 한자말이려니하고 들여다 쓰는 것 아닌가 묻고 싶다. 2010년 5월 11일 현재도 이 말은 ‘아주 좋은 말’인양 인터넷에는 숱한 예문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요즈음 정치의 계절이라 날개 돋친 듯 쓰이고 있으니 통탄스럽다. 위 예문에서 스승의 날은 1973년 정부의 ‘서정쇄신’ 방침으로 일시 중단 되었다고 했다. 스승의 날을 서정쇄신차원에서 없애야 한다는 발상도 우습지만 1973년이라면 박정희대통령의 새마을 운동 시절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미 일제강점기 일본군사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여 조선인에게 총구멍을 댄 인물로 평가된바 있으며 그런 여세로 대통령이 된바 그의 신념 속에는 일제강점기의 여러 정책이 머리 속을 지배했음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서정쇄신’이 바로 그런 말이다.
1940년<모던조선>이란 책에 보면 ‘역대조선총독을 말하다’에서 이노우에오사무(井上收)가 미나미지로(南次郞)의 탁월한 조선통치를 자랑하는 글이 나온다. 참고로 이 책은 일본인의 시각에서 본 ‘1940년대의 조선’으로 ‘조선 사람들은 모두 풍요로운 삶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주요 골자이며 이 책의 독자는 조선내 친일파들 또는 일본내에서 ‘조선식민지 실상’을 보고싶어하는 식자층이다. ‘초근목피’와 ‘민족말살정책’으로 신음하는 조선민중을 외면한 채 조선기생들의 화려한 생활과 ‘살만한 조선인’들을 소개함으로써 당시 조선의 실상을 왜곡한 전형적인 조선왜곡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미나미지로의 신념’이란 게 있는데 그는 ‘조선과 만주’를 하나의 축으로 하는 동아 신질서 구축을 위해 불철주야 뛰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그 신념을 5가지로 집약한 것 중에 ‘서정쇄신’이 나온다. 소름끼치는 그의 신념 5가지를 보자.
1)국체명징(國體明徵)
2)선만일여(鮮滿一如)
3)농공병진(農工竝進)
4)교학진작(敎學振作)
5)서정쇄신(庶政刷新)
박정희대통령은 여기서 ‘서정쇄신’의 힌트를 얻어다가 70년대 한국사회에 퍼뜨렸고 나의 기억을 보면 시골 초등학교 교무실에 박정희 얼굴과 서정쇄신 문구의 액자가 걸린 것을 선명히 기억한다. ‘일본인이 조선인을 새롭게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창씨개명과 황국신민화 한다는 뜻이란 것은 세 살 어린이도 안다.
이런 말을 국가 원수가 들여다가 턱허니 국가 철학으로 내걸었을뿐 아니라 하다못해 시골 초등학교 교무실에게 까지 걸어 두었으니 이런 해프닝이 어디 있으며 철학부재가 어디있단 말인가!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아무런 생각없이 ‘서정쇄신’이란 말을 즐겨쓰고 있을 뿐 아니라 국어정책을 펴고 국민의 올바른 국어생활을 책임져야할 국립국어원 조차 이 말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고 그저 ‘새롭게 하는 말’ 같이 풀어 놓고 있다. 국어는 한나라의 철학이고 자존심이다. 민족적 자존심이 없이 ‘말이면 다 끌어다 쓰는 꼴’은 겨레의 미래를 해치는 일이다.
어떤 말이 일제순사나라의 말이고 어떤 말이 우리 토박이 말인지를 가려주어야 국민이 올바르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서정쇄신’이란 말은 지금이라도 그 유래를 밝혀두어야 한다. 유래를 알면 쓰라고해도 쓸 수 없는 게 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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