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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43>

국립묘지 <참배>라는 말은 치욕스런 일제의 잔영

2010년 06월 28일(월) 13:25 [인제신문]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인제신문


지난 6월 6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참배 차 다녀왔습니다. 1974년도 같이 장교로 입대한 동기생 1,200여 명 중에 군작전 및 각종임무수행 중에 용감히 순직한 동기생 31명이 국립묘지(서울과 대전)에 있습니다. 매년 동기생들이 시간을 내어 참배하고 있으며, 저도 매년 현충일에는 꼭 참배하고 있습니다. - 다음 2009.06.14 -

동작동 하면 ‘국립묘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1995년까지 불리던 ‘국립묘지’는 이듬해 ‘국립현충원’으로 바뀌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국립묘지’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무덤을 찾아가서 예를 올리는 것을 우리는 ‘참배’라고 한다. 설, 추석, 한식 때 집안의 조상묘를 찾아 가는 것은 ‘성묘’라 하는데 왜 국립현충원이나 4.19 묘소에 가는 것은 ‘참배’라 하는걸까?

참배는 일본말로 삼빠이(参拝)의 음역이다. ‘신사참배’라는 말을 기억하는 어른들은 넌더리를 낼 말인 ‘삼빠이’는 지금 버젓이 ‘국립현충원 참배’라는 말로 쓰이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더 놀라운 것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사전>이다. ‘참배(參拜) :「1」신이나 부처에게 절함. 「2」영구(靈柩)나 무덤, 또는 죽은 사람을 기념하는 기념비 따위의 앞에서 추모의 뜻을 나타냄.’으로만 되어 있을 뿐 일본말이라거나 순화하라는 말이 없다. 이 말은 일본국어대사전 <大辞泉>을 그대로 베낀 말이다. 사실인가 한번 보자. ‘さん‐ぱい【参拝】社寺、特に神社にお参りしておがむこと。「伊勢神宮に―する」’ 번역하면 ‘삼빠이: 신사나 절 등에 참배하는 것 ‘이세신궁’에 참배하다’로 나와 있다. 일본인들이 쓰는 ‘삼빠이’를 우리의 호국영령 무덤에 쓰고 있는 꼴이다. 말뿐이 아니다. 4월의 국립현충원에 들어서면 휘들어져 만개한 ‘사쿠라’꽃이 장관을 이루며 무덤 사이사이로는 ‘왜향’이라 불리는 일본 향나무가 줄지어 ‘참배객’을 반기고 있다. 여기서 ‘삼빠이’에 대한 가증스러운 기록을 소개한다. 조선왕조실록 기사가 그것이다.

1912년 9월16일 순종부록 3권에 이런 기록이 있다.

“왕세자가 도산어릉에 가서 참배하였다고 전보로 알려오다.

五世子詣桃山御陵參拜, 以電報稟達。”

“왕세자가 <도산어릉>을 참배하였다고 전보로 알려오다.”라는 말은 무슨 말인가! 먼저 왕세자란 말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순종임금의 뒤를 이을 차기 황태자 이은(李垠,영친왕)을 깎아내려 부른 말이다. 고종의 일곱째 아들로 태어난 이은은 순종과는 이복형제간으로 1907년에 황태자에 책봉되었으나 1907년 12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에 의해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일본에 인질로 잡혀갔다. 이어 1910년 국권이 일제에 의해 강탈되면서 융희황제(隆熙皇帝:뒤의 순종)가 이왕(李王)으로 폐위되자, 그도 황태자에서 왕세제(王世弟)로 전락하고 만다. 만 10살의 어린 나이로 일본에 끌려간 차기임금에게 일제는 15살이 되던 해에 <도산어릉>을 참배시킨다. <도산어릉>이란 일본 교토에 있는 명치왕의 무덤을 말하며 <도산, 桃山>은 ‘모모야마시대’ 곧 풍신수길 시대를 뜻하는 말로 명치왕 무덤은 풍신수길이 쌓았던 후시미성 (伏見城) 터에 자리 잡고 있으니 한반도와는 이래저래 악연의 장소다.

일본은 왜 조선의 어린 황태자를 일본왕 무덤에 ‘삼빠이(참배)’시켰는가? 그리고 왜 이런 사실을 본국의 순종에게 전보로 알렸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순종실록은 계속 인질로 가있는 황태자의 왕실무덤 참배소식을 조선조정에 전보로 알리고 있다. 순종부록에 따르면 황태자 이은의 일본왕실무덤 참배기사는 15살 때인 1912년 <도산어릉>을 시작으로 명치왕 부인 소헌왕후 무덤 참배 등 1917년까지 무려 7번이나 참배시켰다는 기사가 나온다. 그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전보까지 쳐서 본국의 순종에게 알렸단 말인가! 한나라의 황태자를 이유도 없이 자기들의 왕릉에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참배시키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치욕이다.

정리하면 ‘참배’란 말은 조선시대에도 쓰였으나 고종 이전에는 왕을 뵙는 ‘알현’의 뜻으로 쓰였을 뿐, 묘지나 신사에 ‘예’를 갖추는 일에는 쓰이지 않았으며 일제강점 아래에 놓인 순종 때부터 인질로 끌려간 황태자를 데리고 일본왕릉 순례시킨 것을 ‘참배’라고 불렀으며 해방 후 국립묘지를 조성하면서 그곳에 ‘예’를 갖추러 가는 것을 ‘삼빠이’이의 음역인 ‘참배’로 따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니만큼 이 말은 하루속히 거두어야 할 것이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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