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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처음부터 흙탕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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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28일(월) 13:31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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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송남 논설위원 | ⓒ 인제신문 | |
해마다 겪는 일 일중에 걱정거리 하나가 장마철에 발생하는 흙탕물이다. 그로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은 자연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저지대 주민들이다. 사회가 흙탕물이고 정치가 흙탕물이라면 불편하고 고통 받는 사람은 고위층이 아니라 서민들이라는 것이다.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는 장마철에 유입되는 흙탕물로 입을 물 밖으로 내밀고 뻐끔거린다. 숨쉬기가 힘들다는 표현일 것이다. 말 못하는 미물이기에 더욱 애처롭게 보인다. 사람들은 장맛비로 식수가 오염되면 물속에 백반을 넣어 침전 시켜 마신다. 하지만 물고기에게는 대책이 없다. 고스란히 몸으로 이겨내야 한다. 힘없는 약자의 모습과 같다.
물이란 처음부터 맑은 물도, 흐린 물도 없다. 진흙바닥으로 흐르면 흙탕물이 되는 것이다. 흙탕물은 굽이굽이 돌아 몇날 며칠을 흐르다 보면 조금씩 맑은 물이 되어가는 법이다. 한데 성급한 인간들은 기다림도 모르고 자연치유법도 모른다.
이제는 맑은 물 같은 세상으로 바뀌어야 한다. 냇가에 앉아 흘러가는 물을 보면, 물길 따라 찌든 떼 씻어내고 무거운 짐 내려놓고 두둥실 떠가면서 바람소리, 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면서 존경받는 어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갈등으로 몸살 앓는 사회
어느 날이다. 한동안 뜸했나 싶더니만 자칭 가리산 도사가 예고 없이 방문을 했다. 세상이 조금 시끄럽거나 조용해지면 으레 찾아오는 친구다. 시끄러우면 "왜 시끄럽냐" 조용하면 "왜 조용하냐" 따져 묻는 친구다.
산에 살면서 TV에 나오는 동물의 세계를 본 모양이다. "동물들은 우두머리가 되기 위해서는 도전자와 우두머리 둘만 타이틀 매치를 한다. 나머지는 싸움에 관여하지 않고 구경만 하다가 승패가 결정되면 이긴 놈을 우두머리로 받들고 자연스럽게 집단을 이루어 살아간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떼로 싸우느냐"고 묻는다. 모두부터 질문의 요지가 심상찮다. 동네정치 얘기를 할 모양이다.
"그거야 동물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없고 풀만 먹으면 되지만, 인간들이야 잡식동물이라 이것저것 다 먹어야 하기 때문이지. 그리고 동물들이야 생사여탈권을 우두머리에게 통째로 맡기는 일인 독재체제지만 인간들이야 민주주의를 한답시고 얼마나 양양대고 말이 많은가. 예로부터 말이 많으면 집안이 시끄러운 법이라네." 남의 옷 빌려 입은 것 같은 대답이지만 알아듣기는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그게 말입니다. 지역사회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 화합해야 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데요, 왜 정치권은 화합이 안 되는 건가요? 역대 대통령 중에 화합과 평화를 외치지 않은 대통령이 있었습니까, 특히 이승만 대통령께서는 라디오 연설을 할 때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얼마나 목 아프도록 부르짖었습니까? 그런데 이게 뭡니까, 친이계, 친박계, 민주당, 국민참여당, 평민당, 자유선진당, 국민중심연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손가락이 모자라지 않습니까?" 문자를 쓰자면 유구무언이다. "이 사람아 안테나 높은 가리산에 살면서 그것도 모르는가? 요즈음 세상을 가리켜 사람중심, 자기중심 세상이라 말하지 않는가!"중얼거리듯 말한다. "그래서 걸핏하면 갈라서고 깨부숴버리고, 새로 만들고 그러는 건가! 대장 깐이 따로 없네."
화합은 물 흐르듯
염소수염달린 도사는 버스 시간이 다 되었다면서 나갔다. 그 사람도 말 많고 탈 많은 세상이 짜증났던 모양이다. 작은 시골동네에 조석상봉하면서 왜 그렇게 심하게 반목하고 갈등해야 하는가, 싸우더라도 상처는 안 나게 싸우면 안 되느냐? 싸운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화합이라는 얘기가 나오는가. 조금은 계면쩍을성싶다. 화합은 잘 되겠느냐는 것이 그 사람의 요지다. 그렇다 화합이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금고일반이다.
추석에 따먹을 수 없는 감은 서리가 내릴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떪은 감을 딸 수는 없다. 섣불리 건들었다간 치유가 아니라 덧날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칫 당사자들이 배제된 높은 사람들과 단체장들로만 이루어지는 화합이라면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화합의 주체는 분열과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들이 될 수는 없다. 그 역할은 정치와 무관한 존경받는 원로가, 두 사람의 손을 끌어다 맞잡게 하는 것이다. 용광로의 쇳물처럼 용기에 부어서 하나로 만드는 것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시작도 안했는데 신조어로 썩소를 날리는 사람들이 있다. 상처와 서운함을 가졌던 사람들의 얘기다. 이럴 때 우리는 가끔 이런 말을 듣는다. "너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지금 우리사회는 사사건건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천안함 사건만 보더라도 반목과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가. 천안함 유족,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 씨는 참여연대가, 국제공조로 이뤄진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낸 서한에 대해 "제발 그만해 달라"며 그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처럼 진실이 왜곡되고 불신의 골이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깊다. 덮으려하고, 파헤치려고 하고 이럴 때 욕개미창(欲蓋彌彰)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덮고자 하면 더욱 드러난다는 뜻이다.
공과는 언젠가는 그 진실의 실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급해도 당장에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당장은 아프지만 인고의 기다림이다. 급하다고 해서 긴 것을 잘라 짧은 것에 이어 붙이는 억지 보다는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흘러가면서 가라앉게 놔두는 것도 갈등해소에 최상의 치유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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