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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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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금이 간 항아리

2011년 03월 23일(수) 19:42 [인제신문]

 

↑↑ 박송남 논설위원

ⓒ 인제신문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명의 풀이 돋고 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금이 간 항아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막대기로 만든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를 달고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양쪽에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쯤 비어있었다. /금이 갔기 때문이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나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으로 사세요./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단다.
우리가 지나온 길 양쪽을 바라보아라. /오른쪽에는 아무 생명도 자라지 않는 황무지이지만,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리지 않니!/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즐긴단다."

조금 금이 가면 어떤가. 조금 틈이 생기면 어떤가.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완벽하게 성공한 사람은 깨지지 않은 항아리처럼 물은 가득하지만 오른쪽 그 길에 풀들은 시들고 말라죽은 것들뿐이다.
바위에 소나무가 사는 것은 틈이 있기 때문이다. 틈이란, 말과 마음이 드나들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또한 틈은 내 것을 내어 줄 수 있고 내가 부족한 것을 받아드릴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내 것을 내어줄 줄 아는 틈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일본 대지진 참사에서 끝까지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엔토 미키시가 아닌가 생각한다. 25살의 여자 엔도 미키씨는 동사무소 별관 방재대책 청사에 남아 다급한 목소리로 "6m 높이의 강한 파도가 오고 있습니다. 빨리 도망가세요!" 라며 무선 대피방송을 계속하며 끝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스나미가 쓸고 간 자리엔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엔토 미키시의 항아리에는 남는 물이 없었다. 아예 항아리를 깨어 시들은 풀잎위에 물을 쏟아 부은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운명 앞에 참으로 아름다운 희생이며 헌신이다.

그러나 현실은 안타깝기만 하다. 일등과 일류만을 고집한다. 승자독식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등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등은 죽도록 일하는데도 늘 먹고 살기에 허덕이고, 은행 대출창구 앞을 기웃거린다. 그래서 모두가 신발 뒤꿈치를 꺾어 신고 죽기 살기로 뛰는가보다. 이렇듯 우리에게는 앉아 쉴 틈은 없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인형극을 보러 갔다. 좌석에 앉은 아이가 앞 사람에 가려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목말을 태웠다. 뒤에 앉은 아이도 안 보인다고 했다. 부모들은 하나둘 목말을 태우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모두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형극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은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워킹푸어로 살지 않으려면 빈 의자를 옆에 두고 아이를 팔에 안고 힘들게 연극을 봐야하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패자부활전이라도 있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여유로운 삶으로 커피한잔 쯤은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뒤에서 쏴 소리가 났다. "스나미다. 뛰어!" 김 씨는 아내에게 소리쳤다. 그제야 뒤를 돌아본 김 씨의 아내는 달려와 김 씨의 손을 잡았다. 김 씨 부부는 그렇게 10m을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체육관 앞에 도착했지만 순간 파도가 두 사람을 덮쳤다. 본능적으로 아내를 껴안았지만 깨어났을 땐 혼자였다. 아내의 손을 잡고 뛴 10m가 김 씨에게는 아내와의 마지막 기억이 됐다.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이 하나같이 눈물겹고 안타까운 것들뿐이다.
10m 높이의 시꺼먼 파도가 밀어닥친다. 놀란 운전자가 차를 돌려 최고의 속도로 달아나지만 파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차를 삼켜버린다. 몇 억씩 하는 명차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연 앞에 무력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무어가 그렇게 인간들을 오만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일본은 다신주의, 물질주의, 무신론 때문에 하나님을 잘 믿지 않는다.'며 '이번 지진은 그런 것에서 돌이키기를 원하는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라고 말하는가 하면. 어느 사람은 '이번 지진이 일본의 미신을 타파하는 기회가 되게 해 달라' 고 기도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이 목사 질을 하고 있으니, 저런 헛소리를 듣고 아멘 할렐루야를... '생명을 존중해야 할 목회자가 할 말이 아니다' '미치광이로밖에 안 보인다.' '나도 크리스천이지만 창피하다'
더는 말할 수 없다. 세상이 스나미보다, 핵보다 더 무섭다. 파멸을 막기 위한 목숨을 건 결사대가 조직이 되고, 함께한 이웃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초개같이 버리는 사람, '내일이 아니다' 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책임한 막말을 내뱉는 사람도 있다.
도무지 틈이 없어 보인다. 조금만이라도 틈이 있어 물이새면 넘치지는 않을 것 같다. 바다는 채워도 사람의 마음은 채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진정 인간의 욕망이 우주를 덮고도 남을 것 같다.
빤질빤질한 항아리는 9.0의 지진에도 20m의 스나미에도 끄떡없어 보인다. 원자로가 저렇게 튼튼했으면 오늘과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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