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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의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 <66>

영화, 엽기적인 그녀

2010년 12월 14일(화) 00:17 [인제신문]

 

↑↑ 이윤옥 칼럼위원(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 인제신문


러시아 여대생이 친구들과 함께 유기견을 해부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엽기적인 행각을 보인 여성은 현재 18세로 우크라이나 한 대학의 동물용 의약품 관련 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 사진들은 실습 과제를 위해 유기견을 구해 해부한 과정들을 찍은 것인데 홈페이지에 공개된 유기견 사진들은 해부모습이 너무 노골적으로 나타나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더욱 경악할만한 것은 이런 엽기적인 사진 속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인데 그녀는 마치 절친한 친구와 즐거운 한 때를 남기는 듯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해부된 유기견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고 해요. -파란-

과연 엽기적인 행각같다. 해부를 해 놓고 해맑은 미소를 짓는 사진 모습이 공개돼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뜨거운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엽기적(獵奇的): 비정상적이고 괴이한 일이나 사물에 흥미를 느끼는. 또는 그런 것. ‘괴기적’으로 순화.’하라고 되어있다.

일본어대사전 <大辞泉)에서는 ‘りょうき‐てき【猟奇的】:[形動]奇怪・異常なものを捜し求めるさま。また、そういう気持ちを満足させるようなさま。「―な犯罪」’라고 되어 있는데 번역하면 ‘료우키데키, 기괴하고 이상한 것을 찾아 헤매는 모습. 또 그러한 기분을 만족시키려는 모습, 엽기적인 범죄’ 라고 되어 있다.

보통 우리들은 엽기적이라하면 차마 눈뜨고 못 볼 흉악한 살인사건 곧 ‘토막살인’같은 장면을 떠 올린다. 그런데 이 엽기라는 말을 ‘그녀’에게 쓰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대한민국이 그 나라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라는 제목으로 곽재용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상투적인 멜로 영화의 공식을 뒤집으며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새바람을 몰고 온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 <엽기적인 그녀>는 ‘엽기’라는 말의 원조인 일본에도 진출한 영화이다.

국내 문헌 중 ‘엽기’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자료는 일제강점기 잡지들인데 <조선급만주 , 375호, 1939년 2월>에 ‘本誌記者 最近京城に起つた獵奇的犯罪の數々(본지 기자가 본 경성에서 일어난 엽기적인 범죄 여러 가지’ 라든가 <동아일보, 1933,10,20> ‘ 列車便所에 떨어트린? 萬圓의 獵奇的探査 身體搜索은 멧번? 留置人.’ 또는 <동아일보, 1934,02,04> ‘ 獵奇的怪事件! 楊州釜谷里 나무장사 池是鉉 入京한 채 去處不明’ 같은 기사에서 볼 수 있을 뿐 조선시대에는 이런 말을 쓰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엽기적’인 사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왕조실록에는 기괴(奇怪) 또는 괴기(奇怪)라고 썼을 뿐이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이후 누리집에는 엽기토끼, 신당동 엽기떡볶이, 베트남 엽기 음식.... 따위의 아리송한 ‘엽기’들이 가히 ‘엽기적’이다. 국민들 사이에서 ‘엽기’는 일본말 찌꺼기의 전형적인 유통방법인 ‘수입-발전-확산’ 형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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