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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거두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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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4일(화) 00:20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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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송남 논설위원 | ⓒ 인제신문 | |
언론에 등장한 말들이다. "바리게이트, 유혈사태, 방탄유리 깨져, 대치, 감금, 아수라장." 이런 낱말들을 거두절미하고 나열 한다면 독자들은 과연 어떤 상황을 상상할까! 자못 흥미로운 생각이 든다. 대다수 국민들은 아직도 연평도 포격사건의 불안이 채 가시기 전이라, 북한의 기습도발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 같고, 일부는 태풍 또는 지진과 해일을 연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전쟁은 아니지만 실제상황
상상이야 어떻던 이런 것들은 국민을 불안과 혼란의 늪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표현들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에서처럼 "국민들 놀라니 그런 극단적인 표현 삼가 해 달라"고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언론인들이야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목격하고 실상을 그대로 표현 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초점을 잡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필름 속에 담긴 영상은 근본적으로 같을 수밖에 없으니 곡필이니, 부풀리기니 시비할 수도 없는 일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여러분 안심 하십시오. 실제상황인 것은 틀림없지만 전쟁은 아닙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연평도 포격사건을 보고 국가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우리가 뽑은 대표님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연평도가 아닌 여의도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연습을 한 것뿐입니다." 이렇게 조크라도 한마디 던져주었으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국민들 참을성 깊고 이해성도 넓다. 짜증을 내면서도 참고, 인내는 한계가 있다면 서도 참고, 허탈해 하면서도 참고 또 참는다. 본래 허탈이라는 것이 온몸에 힘이 쫙 빠지고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이니 크게 걱정할일은 아니고 찬바람 쐬고 조금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차라리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버리면 습관성이 되어 영원히 불치진단을 받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자위하고 말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젠 한 가닥 희망의 끈마저 놓아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변하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우리가 먼저 변하자고 하는 소리가 일고 있다. 희망이 없을 때는 과감히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금 창피하고 어처구니없어도 어쩌겠는가. 바탕이 그거라면 하는 수 없는 일이다. 무슨 상륙작전이라도 하듯 단상점거를 위해 기물이 동원되고 핏대 세우며 멱살잡이를 할 때 그 시간에 한미합참의장 공동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여 한국이 자위권 발동으로 항공기를 사용하게 되면,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는 미 최신예 전투기 F22 랩더를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을 때다. 혹시 두 장면이 동시에 클로즈업 되지나 않을까 조바심치기도 했지만 이미 알려지고 비판의 도마 위에 올려 진 상태가 되어 버렸다.
君君 臣臣 父父 子子
너무 답답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연평도 포격현장을 둘러본 그 분들이 국가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도가 높은 것을 인식하고 구국충정의 차원에서 연평도 부대에 우리 아들을 우선적으로 배치해 달라고 국방부장관에게 청원하고 우리 영토는 국회의원 우리가 지키겠다고 결의하는 모습이 뉴스 영상으로 나간다면 얼마나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울까. 하는 상상 까지.
언감생심, 꿈이다. 그 때 그 자리에선 침통한 표정, 비장한 결심이라도 한 듯 보였는데 300여 국회의원 중에 금쪽같은 내 새끼 연평도 부대로 배치해달라는 살신성인의 충정을 가진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이 안타깝다. 처음부터 미치지 못할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기대와 상반된 모습이다. 온통 잿밥에만 정신이 쏠려 있으니 말이다.
공자의 정명사상(正名思想)에, "발가벗겨 보면 똑같은 사람인데 왕은 왜 왕인가요? 그 사람이름이 王이기 때문이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오직 정명을 행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정명이 무엇입니까? 정명은 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고 대답했다.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라고 했으며 행동에 따른 도덕적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원컨대 도덕적 의무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우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지고, 국회의원은 의원다워지기를 바란다. 박 터지게 싸워놓고 국회선진화 법 내세우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엄동에 봇 따리 싸가지고 길거리 나 앉는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고 동정하고 박수칠 국민도 없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권이 바뀌고 여야가 바뀌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들의 선택이었으니 두말할 여지가 없다. 다만, 다만 최소한이라도 민주주의 원칙만 지켜달라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당신들을 뽑아준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싸우며 파괴하라고 뽑아준 것은 아니다. 제발 인품과 직위에 걸 맞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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