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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봉 칼럼 / 소략한 어머니의 얽어매기

2011년 01월 24일(월) 21:09 [인제신문]

 

↑↑ 박송남 논설위원

ⓒ 인제신문


옛날이라고 해봐야 50년대 전후얘기다. 설 대목에 장에 가는 어머니의 마음이 간 절인 배추같이 처져있다. 제수용품준비에다 슬하에 딸린 새끼들 때문이다. 입고 있는 바지가 종아리근처까지 쑥 올라가있고, 소매 끝에 드러난 가냘픈 손목이 더욱 추워 보이는 자식들, 읍내에 내 보내서 목욕도 시켜야하고 이발소도 보내야 한다. 그래도 명절인데 고기국은 끓여 매겨야지. 남는 돈으로 한두 근은 끈을 수 있을까. 가는 내내 머리를 쥐여 짜 봐도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그럭저럭 한 달 이상만 버티면 봄인데. 아직은 조금 남아있는 밑창이 견뎌 줄까, 둘째 놈 신발 걱정이다. 그러니 어머니 머리칼은 항상 푸석하고 윤기가 없다. 아버지는 '외무부' 어머니는 '내무부'다. 아버지가 내무에 관여하지 않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괜히 참견하다 소득 없이 덤터기 쓸까봐 몸조심하는 것이다.

어머니를 존경 한다

어머니는 주판알을 튕기지도, 계산기를 두들기지도 않지만 적자예산 편성을 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한쪽으로 기운 가세에 잘못 건드리면 석가래 마저 내려앉을지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살림살이라 할지라도 살다보면 변수는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아프다 던지. 양가에 변고가 생길 때다.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 지출이 생기면 어머니는 멸치와 된장으로 햇곡이 날 때까지 버텨나간다. 해동한 들판에 봄기운이 채 스며들기도 전에 냉이를 끓이고 무치고, 밥상이 온통 냉이 천국이다. 향이 좋다는 쑥국에 아이들은 진저리를 내고 절기 따라 고구마순도 빠지지 않는 메뉴 중에 하나다. 지푸라기에 묶여있는 간 고등어 한 손도 어머니의 큰맘 먹기에 달려있다.
3․4월 긴긴해 더딘 시간에도 청량한 매미울음소리가 들판에 펴질 때는 항아리에 된장이 쑥 내려가 있다.
그런 어머니가 예산을 지출할 때는 불문곡직 하고 발등에 불을 먼저 끄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머니의 결정은 항상 쫓기는 입장이다. 그렇게 어머니는 살림살이를 소략하게 얽어매어도 둥지가 불거진 곳도 없고, 새는 곳도 없다. 수년을 그렇게 집행해온 노하우다. 때문에 분배의 많고 적음을 따지고 서운함을 표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은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우애하며 힘을 모으는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를 안다. 가정을 위하고 자식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바닷물에 소금 녹아있듯 밑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에 둥지 안에서 세상으로 날아오를 날갯짓을 배우게 된다.
우리 모두는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한다. 우리어머니는 공부도 많이 못했고 법도 모르지만 순리를 따르는 분이시다. 순리를 따르면 모르는 법을 위반하지도 않는다.
또한 우리 어머니는 윤리를 지키시는 분이다. 제사상에 올려 진 산적과 굴비를 언감생심 자식들 먹일 생각은 꿈도 못 꾼다. 우리 보다는 조상이 먼저라 생각하고 예와 정성을 다 한다. 치장하지 않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마음은 유교적으로 곱게 다듬어져 있다.

젯밥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

세상을 들여다보면 조상 앞에 엎드려 절하는 양반님들 중에는 온통 젯밥에만 정신이 쏠려있다. 2~30년만의 한파에 제삿밥 한 그릇 얻어 잡수시려고 찾아오신 조상님이 방바닥에 코 박고 엎드려 딴생각으로 머리 굴리는 후손들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면 혀를 차며 수저들 생각은 안 하실 것 같다. 실망한 발걸음으로 나가시면서 뒤도 돌아보지 않을 것 같다.
자식같이 키운 소를 땅에 묻으며 통곡하는 축산농가의 아주머니의 눈물이 언 땅을 녹이는 이때에 복지로 싸우고 있다. 복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수십 년간 늘 해왔던 건데, 갑자기 왜 이럴까. 우리 어머니처럼 발등에 불도 아닌데, 혹시 조상 앞에 절하면서 젯밥 먹을 것을 먼저 생각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더는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생각은 자유라는데 말하면 뭐 하겠는가. 말도 들어먹을 사람한테 하는 거지.
어느 상인이 "장보러 오긴 오는데 지갑을 안 열어요."라고 말한다. 지갑을 열어 쓸 돈도 없겠지만 "조그만 참아보자" 그러는 심사인지도 모를 일이다. 지갑 닫고 "조금만 참으면 복지천국이 될 텐데" 그때가 오면 가난한 사람 차례비도 보조가 될지 모르는데. 선량한 시민 이렇게 김칫국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 어머니 자랑 한껏 했는데. 우리 어머니도 살아계셨으면 워낙 가난에 찌드셨던 분이라 "어려운 살림에 도움을 준다는데" 하면서 지갑 닫고 김칫국 마실지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세상에는 머리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 사람들 따라가다가 정신분열증이라도 일으킬 것 같다. 차라리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르는 데로. 인천 앞바다에 석유가 용암처럼 솟아오르기를 바라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그러면 더는 복지로 싸울 것이 없어질 테니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 복지는 돈인데 돈이 없으면 몰라도 돈 있는데 무슨 걱정이겠는가.
돈도 쓰는 것이요, 머리도 쓰는 것인데, 쓸데다 제대로 쓰면 바다까지는 얼지 않을 텐데….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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