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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의 시 정신 본받으려는 열기 보여”

제1회 님의침묵 전국백일장 심사평 … 상위 3편 선정 후 장원 결정

2012년 08월 21일(화) 18:52 [인제신문]

 

↑↑ 최명길 시인

ⓒ 인제신문

이번 「님의 침묵」 백일장에는 홍보 기간이 짧았음에도 전국에서 비의의 문기를 사르던 문사들이 196명이나 참가해 만해의 시 정신을 본받으려는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백일장의 속성이 불쑥 내어걸리는 시제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완성해야 하는 까닭에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글쓰기의 순발력이다. 아무리 좋은 글을 쓸 능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이 순발력이 없다면 제대로 된 한 편의 글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평소 축적된 내공이 깊고 높아야함은 이 때문이다.
평범한 한 사람이 비범한 한 작가나 시인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범속에 떨어져서는 안 된다.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세계를 음미해 보며 사유하고 보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심으로 넘겨진 작품은 모두 15편이었다. 최종심 심사위원은 4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이 15편을 여러 차례 윤독했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상위 3편을 골라내야 했으므로 작품 별로 ‘A’‘B’‘C’로 각각 점수를 매겨 상위 3편을 선정한 후 이를 합평하여 최종 등위를 결정했다. 상위 3편은 어느 것을 장원으로 해도 무방했으나 작품의 형상화 여부에 경중을 따졌음을 밝혀둔다.
차하 ‘여름’의 경우 여름 하루 노부부의 정겨운 한 때가 잘 드러나 있었다. ‘노부부의 집에도 여름이 건너왔다’ 거나, ‘표주박 동동 떠다니는/ 우물 속에도 여름이 고인다’와 같은 언술에는 향기가 돈다. 하지만 ‘여름 맡고 찾아온’ 이라든지 ‘쌀알 솎아놓은’ 등은 미숙했다.
차상 ‘어귀’의 경우 어귀에 아들이 노파를 버린다는 이미지를 희화화했다. 첫 연 첫 행의 ‘골목에 노파를 벗어버린 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와 같은 선언적인 문투는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고, ‘점점 땅과 가까워지는 걸음을 걸었고, 살금살금 뒤를 밟는 안개는 꼬리가 길었다’와 같은 표현은 짧게 벌어졌던 상황을 언어로 포착하는 힘이 참신했다. 하지만 앞부분의 ‘지붕 낮은 집들만 신는다는’과 같은 말투를 두고서는 심사위원들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장원 ‘어귀’는 3연작의 시조 한 수로 작품성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어귀를 ‘삶의 뒷전에서/ 되새기는 입구의 변(辯)’이라는 시적 언술로 잘 집약해 주었다. 연작 두 번째 수 종장 ‘동구 밖/ 허전을 달래/ 박꽃처럼 환했다’는과 같은 표현은 자칫 통속에 떨어질 뻔 했으나, ‘허전을 달래’가 새로운 눈을 틔워 주었다.
시는 한 송이 언어의 야생화다. 산야에 핀 한 송이 야생화는 군더더기가 없다. 알맞은 모양과 알맞은 색깔과 고아한 향기를 머금고 이 세상으로 나온다. 야생화가 야생화로 존재하는 순간은 생명이 요동치는 순간이다. 한 편의 시도 이와 마찬가지다. 한 편의 완성도 높은 작품은 작가의 심혈이 뛰노는 생명체다. 심사위원 최명길(시인)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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