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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하늘내린 인제의 토종 박경규

정암 스님( 인천불교인권위원원장. 시인. 사진작가.)

2012년 10월 24일(수) 13:31 [인제신문]

 

ⓒ 인제신문

군인들이 사용하는 암호가 이와 같을까?
돈잎 꿩의 다리. 금강 봄맞이. 산솜다리. 말리화. 난장이 붓꽃. 돌양지. 복주머니...
도시의 회색 콘크리트 숲속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이들은, 어느 하나 제대로 이해 할 수 없는 난해한 암호들로 지레 짐작하기 십상인, 어리둥절하고 생소한 단어들뿐이다.
사슴이 100년을 살면 기린이 된다는 전설속의 주인공인 인제는, 내설악의 대청봉을 비롯해서, 백담사, 봉정암, 오세암, 용아장성, 귀떼기골, 십이선녀탕, 가야동계곡, 대승폭포 등 설악산 주요면적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청정한 자연과 건강에 목이 마른 현대인들에게 인제군은 더 이상 좁은 곳이 아니다. 강원총람을 보면 인제에는 1000m가 넘는 산이 96개가 있고, 800m가 넘는 봉우리는 무려 200개가 넘게 솟아 있다 한다. 따라서 인제가 품고 있을 수많은 봉우리와 산새소리 어우러진 청정한 계곡들을 하나, 둘, 셈을 한다면, 이는 뱀의 몸통에 다리를 그리는 격이 되고 만다.

인제의 힘찬 기운을 받고 태어나

박경규 선생은 인제의 힘찬 기운을 받고 태어나서 지금도 살고 있는 사람이다.
토종! 토종자원의 중요성을 일찍 예견하고 보존과 번식에 앞장서고 있는 선생은 시대의 파이어니아다. 그리고 선생을 만난 건 우연한 행운이 따라주어 가능했다.
시時의 아름다운 문학성 그리고 사진이 보여주는 심미안적 예술성과 자료적인 기록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선생의 노력과 열정을 들으며,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과의 대화는 실로 대자연의 파노라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고 흥미진진했다. 그의 구수한 말을 듣고 있노라면, 운무가득한 설악산의 아름다운 정경이 눈에 그려지고, 기암괴석과 푸르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때 묻지 않은 공간의 청량한 공기를 호흡하며 천천히 걷고 있는 나를 보기도 했다.
그 즐거운 꿈이 끝나갈 즈음에는, 노랑색과 붉은색의 자태가 아름다운 인제의 야생꽃밭 속에서 향기로운 꽃내음을 맡고 있는 듯한 상상 속에서 행복하기도 했다.
“토종 설악 자원식물연구소 소장 박경규” 이는 대외적으로 알려진 선생의 공식적인 직업이다. 그러나 나는 그를 멸종해 가는 설악산의 토종자원을 지키며, 번식을 통해 개체수를 늘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연구자요. 애국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경규 선생은 수천번을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촬영한 방대한 양의 사진기록과 연구물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학자들이 국책연구자금을 받아쓰면서도 이루어 내지 못한 성과들을 데이터화하여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제는 아름다운 설악을 품고 있구나

어느 봄날에 촬영한 새초롬한 설악의 토종 꽃들과 여름에 만개한 식물들 그리고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잃지 않는 사철식물들을 보면서, 참으로 인제는 아름다운 설악을 품고 있었구나 하는 감동이 몰려왔다.
그 중요한 사진자료들 만으로도 인제군 특유의 대형설악식물사진박물관이 만들어 질 수 있어, 전국에 산재해 있는 야생화 동호인들과 관람객들의 주요순례지가 될것 같았다. 또한 선생이 직접 몸으로, 독학으로 체득한 약리지식의 데이터베이스는 설악토종식물 의학연구소가 된다면, 인제군만의 고부가 농가사업으로도 좋은 아이템이 넘치고 있었다.
박경규 선생은 이제 인생의 변환점에서 회향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나눔이 그것이다.
자신이 평생을 거쳐 수집한 자료들과 설악의 토종지식을 나누어주고자, 마음 그릇을 비우고 있는 아름다운 분이었다.
하늘내린 인제의 품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박경규 선생은 아름다운 설악산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설악의 또 다른 토종이라 불리워도 실례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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