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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구천은하(九天銀河)의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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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헌(시인, 향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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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7월 24일(수) 10:59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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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대승폭포 각자와 자운서원묘정비에서 집자한 자형(字形)
인제의 원통에서 양양으로 가는 44번 국도를 따라 가노라면 장수대가 나온다. 장수대서 북쪽으로 난 작은 오솔길을 1km 쯤 오르면 88m에 달하는 거대한 폭포가 나타난다. 이름은 대승폭포라 하는데, 금강산의 구룡폭포·개성의 박연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폭포로 꼽히고 있다. 『택리지(擇里志)』산수 편에 보면, ‘한계유만장대폭석임진당장견지위과여산폭포(寒溪有萬丈大瀑昔壬辰唐將見之謂過廬山瀑布)’라고 기록되어 있다. 풀이하자면, 옛적에 당나라 장수가 와 보고 여산폭포보다도 뛰어나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여산폭포는 중국 항주에 있는 이름난 폭포다. 장마철이 시작되는 7월 하순이면 이 폭포의 웅장함은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옛적의 많은 시인 묵객들이 이곳을 찾았으며 많은 시문(詩文)을 남기기도 하였다. 폭포가 바라보이는 맞은 편 석대에는 여러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을 만큼 너른 너래 반석이 있는데, 그곳에 언제 누가 새겨놓았는지 알 수 없으나 ‘구천은하(九天銀河)’라는 네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글자의 크기는 가로가 77cm이고, 세로가 65cm이며, 획수의 크기는 3.5~5cm. 깊이는 2.5~3cm나 된다.
지금까지 전해 오기로는 조선 선조(宣祖) 때의 명필로 이름 난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1517~1584))의 필체로 알려져 왔다. 양사언은 초서(草書)와 해서(楷書)에 모두 능하여 조선 4대 서예가로 꼽히기도 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몇 해 전에 필자는 김수증(金壽增:1624~1701)의 <한계산기(寒溪山記)>에서 ‘담서암상 각옥류천삼자(潭西巖上刻玉流泉三字)’ 즉 ‘담 서쪽에 있는 바위에 옥류천(玉流泉)이란 세 글자가 새겨져 있다.’는 내용을 보고,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양사언이 썼다면 시대적으로 보아 ‘옥류천’보다 그 이전에 쓰였을 ‘구천은하’가 어찌하여 눈에 뜨이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 뒤로 필자는 지금도 발견 되지 않은 ‘옥류천’을 찾으려고 수차례 현지답사를 하던 중 대승폭포의 구천은하(九天銀河)를 다시 살펴보기로 하였는데, ‘구천은하’라 새겨진 주변을 꼼꼼히 살피다가 면석(面石)에서 희미하게나마 ‘사홍치규(使洪穉圭:1767~?)’라고 각자(刻字)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검증도 없이 부끄럽게도 그가 ‘구천은하’의 주인이라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글을 발표하고 얼마 안 되어 김몽화(金夢華:1723~1792)가 양양부사를 지내던 1787년에 지은 <유설악록(遊雪嶽錄)>에서 ‘등관폭대유구천은하사대자각(登觀瀑臺有九天銀河四大字刻)’ 풀이하자면 ‘관폭대(觀瀑臺)에 오르면 구천은하(九天銀河)란 네 개의 큰 글자가 새겨있다.’는 내용이라, 홍치규(洪穉圭:1777~?)가 강원감사를 지낸 해는 헌종(憲宗) 3년(1837)임으로 이때는 홍치규가 벼슬길에 나서기 전인 약관 20세의 나이로 50여 년이 빠르기에 사(使)란 칭호(稱號)를 쓸 수가 없었다.
따라서 필자는 스스로 너무 경솔하였음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구천은하(九天銀河)의 주인공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쓰던 중 1709년에 임적(任適)이 쓴 <한계폭포기(寒溪瀑布記)>에 ‘刻九天銀河四字於臺之上 谷雲之筆云’라 기록되어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였다. 대승폭포에 각자(刻字)된 ‘구천은하(九天銀河)’가 과연 곡운(谷雲)선생의 필체인가를 밝히기 위하여, 선생의 필체가 확실한 자운서원묘정비(紫雲書院廟庭碑)에서 찾은 구(九)·천(天)·하(河) 세 자와 찾지 못한 은(銀)자 한 자는 집자(集字)로 가름하여 대조해 보기로 하였다.
오른편에 제시한 그림 중에 좌측의 각자는 대승폭포에 있는 구천은하(九天銀河) 필체이고, 우측에 자형은 자운서원묘정비(紫雲書院廟庭碑)에서 집자한 필체이다.
그림에서 보듯 ‘天’자는 흔히 쓰는 서체가 아닌 이체자(異體字)로 『서예대자전(書藝大字典)』을 보면, 한(漢)나라 <무극산비(無極山碑)>에 나오는 ‘天’자가 유일하다. 그런데 김수증(金壽增)의 『예서첩(隸書帖)』에 는 선생의 대표적인 예서(隸書)로 이체자(異體字)가 많은데, 특히 염(炎)·풍(風)·천(天)·수(隨)·식(識)·방(旁)·약(藥)·장(將)등의 보기 드문 이체자(異體字)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보거나, 임적의 <한계폭포기>에 ‘곡운지필운(谷雲之筆云/곡운의 필체’라고 한 기록을 보아 대승폭포에 각자된 ‘九天銀河’ 주인은 곡운(谷雲) 김수증(金壽增)옹이 아닌가 생각하며, 오른편 그림을 보고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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