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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빗 / 백로, 포도순절에 포도지정을 생각하자

김영조 칼럼위원(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소장)

2013년 09월 12일(목) 13:56 [인제신문]

 

9월 7일은 24절기 열다섯째로 흰 이슬이 내린다 하는 백로(白露)입니다. 옛 사람들은 이때만 되면 편지 앞머리에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후 일향만강(氣體候一向萬康) 하옵시고”라는 인사를 꼭 넣었습니다. 그것은 백로부처 추분까지의 절기는 포도가 제철인 때여서 그런 것이지요. 포도는 예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 생각해서 맨 처음 따는 포도는 사당에 고사를 지낸 다음 그집 맏며느리가 통째로 먹었습니다. 그러나 처녀가 포도를 먹으면 망측하다고 호통을 들었지요.
또 이때쯤 되면 포도지정(葡萄之精)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가 아이에게 포도를 먹일 때 한알 한알 입에 넣고 씨와 껍질을 발라낸 뒤 아이의 입에 넣어주던 정을 일컫습니다. 누구나 어렸을땐 어머니의 지극 정성한 공으로 자라건만 다 자라면 저 홀로 자란듯 부모의 은공을 잊고 때론 패륜아의 길을 걷는 일이 종종 있어 가슴아픕니다.
특히 백로 때는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집니다. 원래 이때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기온도 적당해서 오곡백과가 여무는데 더없이 좋은 때입니다.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 내리쬐는 하루 땡볕에 쌀이 12만 섬(1998년 기준)이나 더 거둬들일 수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따라서 백로 때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 기청제라도 지내야 하겠지요.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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