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독자투고 / 아! 아침가리
|
|
2013년 10월 02일(수) 17:57 [인제신문] 
|
|
|
| 
| | ⓒ 인제신문 | |
| 
| | ⓒ 인제신문 | |
| 
| | ⓒ 인제신문 | | 내가 아침가리골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7년 전쯤의 일이다. 그때 나는 주말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전국의 오지를 찾아다니던 중 우연히 찾게 된 곳이 아침가리골이었다. 그때만 해도 아침가리골 주변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라 숨겨 놓고 싶은 나만의 오지로서의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 당시 입구를 가리고 있었던 무성한 수풀들을 헤치고 아침가리골로 들어서면 하루 종일 골 안의 仙界에서 노닐면서도 사람과 조우하는 일이 없었다. 어느덧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뀐다는 세월 따라 진동리와 그 안에 아침가리골 모습 또한 많이 바뀌었다. 어떤 대상의 과거 모습에 대한 기억은 아스라한 그리움으로 중첩되곤 한다. 지난날의 모습들을 오롯이 담고 있는 화석화된 과거의 편린들의 기억은 마치 벗겨진 피부 속살에서 배어 나오는 피와 같이 송골송골 맺히는 그리움으로 이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렇듯 진동리의 지난 모습들의 기억은 이젠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 내겐 아픔이다.
자연의 원형을 지닌 곳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모태인 자연, 그 한 부분으로서 나는 아침가리골 안에 들어서면 두 개의 마주한 소리굽쇠가 같은 소리에 공명하여 몸을 흔들 듯, 내 몸 안의 모든 세포들도 떨림의 감응으로 반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진동리의 아침가리골을 나는 버릇처럼 찾았고 그 안에서 자연이 주는 갖가지 혜택의 손길로 위무를 받곤 했었다.
진동리는 사람들의 눈길을 일시에 휘어잡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져 범접을 거부하고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찬탄과 경외를 헌상해야 하는 위압적인 모습의 풍광이 아니라 마치 어머니 품처럼 마음 편히 안겨 쉴 수 있는 정겹고 안온한 곳이다.
진동리를 둘러 감싸고 있는 점봉산과 방태산을 무성하게 메운 온갖 수목들은 폐부를 말끔히 씻어 내는 깨끗하고 싱그러운 공기와 사시사철 수많은 골과 골을 굽이굽이 흐르는 맑디맑은 물과 그 풍부한 수량 덕분에 밝은 빛을 띠는 선명한 녹색의 잎들로 자신들의 건강한 상태를 과시하고 있어 국내에서 마지막 남은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원시림이라고 뭇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린다.
진동리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연에 대한 원형을 지니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원형에서 비롯된 천변만화의 하나인 나에게 진동리는 어머니의 모습처럼, 품처럼 늘 질림이 없고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진동리는 한마디로 존재의 바탕이자 만물의 근원으로서의 기본 조건을 온전히 지니고 있는 자연의 보고이다.
이런 진동리도 불과 10여년전만 하더라도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도로 사정으로 찾는 이의 발길이 잦지 않아 마을은 늘 한적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자주 도시를 훌쩍 떠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기분에 젖어 쉴 수 있는 곳이었다.
진동리를 품고 있는 점봉산과 방태산은 예로부터 진동 마을 사람들이 기대어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었던 터전이었다. 점봉산, 방태산은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아름다운 이름들을 지닌 수많은 골들을 이루고, 맑고 깨끗한 물을 흐르게 하여 마치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이 가득한 젖줄 같은 생명수를 마을 사람들에게 제공해왔다. 이렇게 진동리 자연 풍광의 근간인 점봉산과 방태산이 품고 있는 수 많은 골 가운데 백미인 아침가리골은 이름그대로 우리가 살면서 늘 맞이하는 아침과 같이 친근하고 그 아침에 쏟아지는 햇살과 같이 정겨운 곳이다. 이런 아침가리골 매스콤에 소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한 순간에 전국민의 관심지가 될 수 있었다.
취사·야영 단속 강화해야
진동리 마을회관이 있는 마을 지명 ‘갈터’에 아침가리골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다. 그곳에서 커피 한 짬의 시간 정도를 걸어 들어가면 수중보가 있고 그 보 위쪽으로는 조약돌을 마치 인위적으로 넓게 펼쳐 놓은 듯 깔려져 있는 곳을 만난다. 그 조약돌들 위로 스치는 듯 흐르는 맑은 물위에 햇살이 흩뿌려지는 순간, 일렁이는 물결들이 햇살을 부숴 만든 파편들로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보석들이 저마다 빛을 내는듯한 빛의 향연에 탄성을 지르면서 본격적인 아침가리골 트레킹이 시작된다. 아침가리골 트레킹은 3시간 정도의 짧지 않은 골을 따라 오르면 아침가리교가 나오고 그 곳이 트레킹 종착점이다.
아침가리골의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하게 길이 나 있지 않다. 걷다 보면 울창한 수풀 또는 커다란 바위로 막혀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골 건너편으로 눈길을 돌리면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로 다져진 길이 개울 건너로 보인다. 그 초입의 나무 가지에 아침가리골 트레커들이 달아 매놓은 각양각색의 리본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빨리 건너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이렇게 개울 건너기를 십수차례 해야 하는 아침가리골은 발을 물에 담구지 않고는 트레킹을 무사히 마칠 수 없는 곳이다. 아침가리골은 사람의 접근을 거부하는 깊고 험하고 습습한 깊은 계곡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등산화를 신은 채 물길 따라 첨벙대며 걸을 수도 있고 물길과 산길 사이를 수시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곳이다.
아침가리골은 골이 깊지 않고 수심이 깊지 않아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골을 허리에 차고 다니며 하루 종일 계곡 트레킹의 진정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소수의 사람들만이 자신만의 호주머니 속의 오지로 즐겨 찾던 아침가리골이 매스콤에 소개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지니고 있는 소중한 것을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나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여름 휴가 시즌이 끝나면 아침가리골은 수많은 탐방객과 야영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는다. 보살핌의 손길이 시급히 필요하다. 하루 탐방객수를 제한하고 쓰레기 대량 발생을 유발함과 동시에 환경 훼손의 주요인인 취사를 금지하고 야영 행위를 단속해야한다.
지금처럼 아침가리골 입구에 취사와 야영을 금지한다는 문구의 현수막 하나와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표지판 하나를 초라하게 세워 놓은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관리, 감독 주무기관인 인제군청의 안이한 전시행정의 표본이다. 구속력을 전제하지 않은 규제는 규제로서의 효력을 상실한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소중한 자연 자원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우리 스스로가 소중하게 여기고 지켜나가지 않으면 타인이 그것을 소중히 여겨줄 리가 없다.
전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 진동 마을의 소중한 자연 자원인 아침가리골에 하루빨리 보호의 손길이 미쳐서 옛모습을 되찾고 본 모습 그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아침가리골을 더 이상 무관심으로 방치하면 회복 불가능한 환경 훼손에 직면할 날은 바로 눈앞에 와 있다. 진동리의 소중한 자연 자원의 보호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약속받는 확실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
|
|
|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새감각 바른언론” - Copyrights ⓒ인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인제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제신문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