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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봄이 오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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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부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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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3월 14일(목) 15:05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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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햇살에도 녹을 줄 모르는 눈 쌓인 정초이다.
매주 모임을 가지는 수묵회에서 신년회겸 모인 자리이다. 그동안 수업 받느라 마음 놓고 떠들 말잔치를 참아오다 만난 자리이니 끼리끼리 사담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는 때 “자, 잠깐만이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자 좌중이 조용해진다.
수묵회 신년회에서
내가 나서서 “여러분 모두 연말에 신청하신 나이 한 살씩이 연초에 잘 배달되었습니까? 받기 원하지 않는 분은 반송하셔도 좋습니다.” 하자, 모두가 “안 받을 꺼에요. 반송처리해주세요” 하며 깔깔 웃으며 한바탕 분위기가 떠들썩하다.
그렇다. 누가 보내시는 건지 받기 원하지 않아도 왜 받아야만 하는지, 어느 강의에서 웃자고 한 말을 귀담아 듣고 보니 인생철학이 거기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잘난 사람이나 못난 사람이나 유기체나 무기체나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형체나 이 세상 왔다가 머무르다 풀어져 없어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며 부정할 수 없는 생명의 전환인 것이다. 받기 싫다고 손사래 칠 수도 없는 일이며, 고분고분 받아 지녀야 할 일인 것이다.
모든 삶이 가볍게 일어서길
시간의 숙성 속에서 발현되는 나이 먹는다는 것. 청년기에는 얼마나 환희로웠나. 한 송이 꽃을 피워가듯 스스로 도취되어 붉어졌고 향기를 토했고 또한 시들어져 간다.
혼자가 된 두해 째의 지난겨울, 나는 더욱 골똘해져서 더욱 넓어져가는 집안을 확인하기 두려워 두 눈을 꼭 감고 이불을 쓰고 누에고치 석잠자듯 적막을 껴안고 숨을 죽였다.
어느 때는 뼛속까지 바람이 스몄고 어느 때는 가벼워진 몸이 공중부양되어 둥둥 허공을 헤맸다. 그럴 땐 창문을 열고 앞산을 바라본다. 산은 늘 상생과 소멸을 거듭하며 스스로 피고지고 거기 그냥 그렇게 있다. 산은 결코 사람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알게하며 우주의 무한함을 보여준다.
이제 봄이 오려는지 바람이 품을 파고든다. 참새의 시린 발끝처럼 나뭇가지 끝이 발갛다. 시린 바람에도 나 살아있다. 억새가 말한다. 올 봄에도 누웠던 억새가 다시 일어서듯 우리의 모든 삶이 가볍게 일어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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