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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 시 읽기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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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기의 詩 읽기, 삶 읽기-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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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7일(수) 22:54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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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흥기 | ⓒ 인제신문 | 온돌방
詩 ·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시집『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 2006)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조향미 시의 미덕은 보잘 것 없는 것, 하찮은 것, 자잘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는데 있습니다.
우리도 조향미 시인이 말하는 그런•온돌방•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방 한쪽에 무말랭이가 말라가고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한 방에서 콩나물처럼 쑥쑥 자랐고 향기로운 술처럼 익어갔습니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 쩍쩍’ 얼어붙는 겨울 날, 따듯한 장작불에 달궈진 온돌방에서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노릇 토실토실 익어’갔습니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마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했습니다.
시인은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 이거나 한세상 취하게 만들어 줄 ‘독한 밀주’, 아니 그보다도 평생을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좋은 시란 무엇일까요. 말장난, 손끝의 기교로 쓴 시가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쓸 때 울림이 있고 감동을 주는 시가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고상하거나 아름다운 것, 한 깨달음을 주는 그 무엇, 혹은 교훈적인 것이 아니라, 너무 흔해서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자잘한 삶의 이야기나 기억의 한 조각을 가지고도 이렇게 아름다운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 밤, 화롯불에 고구마 구워 살얼음 낀 동치미국물과 함께 보냈던 유년의 기억이 그리워지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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