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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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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 길을 묻다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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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5월 14일(목) 22:15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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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인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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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문학평론가) | ⓒ 인제신문 |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배고픔과 외로움, 톱밥처럼 쓸쓸한 젊음, 노랗게 곪은 달, 기형도는 그렇게 판화 속 한겨울 풍경 같은 이미지들을 세상에 던져놓고 쓸쓸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30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뜬 요절 시인 기형도의 시세계는 가난하고 우울한 유년 시절과 부조리한 체험의 기억들을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따듯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그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그러한 소재를 바탕으로 죽음과 절망, 불안과 허무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엄마 걱정」은 그의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엄마는 열무 팔러 시장에 가셨고, 어린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어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밖에는 ‘배춧잎 같은’ 엄마의 발소리 대신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들리는 밤,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유년의 삶과 쓸쓸함, 영원한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를 소재로 시인 특유의 개성적인 문체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은 비단 시인만의 체험은 아닐 것입니다. 그의 시는 이러한 보편적 체험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시인으로 남는 건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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