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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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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대선사(大禪師)로서 만해

내린천 인문학 열전-⑤

2021년 07월 06일(화) 21:15 [인제신문]

 

『조선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을 쓰다

↑↑ 김좌훈 (인제신문 발행인 겸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

ⓒ 인제신문



▢ 『조선불교유신론』 - ‘불교, 깨달음과 지혜의 종교’

“불교는 사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경전에만 있는 것도 아니며,
각자의 정신적 생명과 자각에 존재하는 것....”

1910년, 경술국치(庚戌國恥), 만해는 국권이 송두리째 일제의 수중에 떨어지는 국권피탈(國權被奪)의 순간을 목도했다. 그렇지만 일개 승려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만해는 한민족의 정신을 이끌어 온 불교 내에서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만해는 다시 백담사로 향했다. 그리고 비장한 각오로 『조선불교유신론』 집필에 몰두했다. 『조선불교유신론』 불교의 침체와 낙후성, 은둔주의를 통렬히 비판하고 철저한 자유·평등사상으로 개혁할 것을 제안했다. 이 논설은 만해가 세상에 낸 최초의 출판물이면서 한국 불교사의 큰 업적으로 평가받는 저술이다.

↑↑ 『조선불교유신론』
1910년 12월 내설악 백담사에서 원고를 완성하고, 1913년 5월 불교서관에서 발행했다. 침체된 조선불교계를 비판하고, 구체적인 불교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 인제신문


“유신(惟新)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아들이다. 파괴란 무엇인가, 유신의 어머니이다. 천하에 어머니 없는 아들이 없다는 말은 하되 파괴 없는 유신이 없다는 것은 간혹 알지 못한다.” 이러한 선언으로 시작한 『조선불교유신론』은 당시 조선불교의 낙후성과 은둔성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제1장에서 제4장까지는 유신의 이론적인 근거를 열거하고, 제5장부터 16장까지는 조선불교가 당면한 문제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승려의 교육, 참선, 염불당의 폐지, 포교, 사원의 위치, 불가에서 숭배하는 불상과 불화, 불가의 각종 의식, 승려의 인권회복, 불교의 장래와 비구, 비구니의 결혼문제 등의 순서로 문제들을 풀어내고 있다.
만해는 ‘불교는 문명의 이상에 합치되는 종교이며, 깨달음과 지혜의 종교’라고 역설한다. 그리하여 불교는 불생불멸(不生不滅)의 경지를 염원하는 참된 자아에서 구하도록 가르치고, 미신을 버림으로써 올바른 희망을 품고 진리의 법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불교의 가르침이 ‘평등주의’에 입각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만해는 이 세계가 완전한 평등을 실현하는 데까지 발전할 것이라고 예단했다. 이 평등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유가 나타나는데, 각자의 자유가 모두 수평선처럼 가지런하게 되어 조금의 차이도 없게 될 때 이것이 곧 ‘평등의 이상이 실현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처님의 평등정신은 개인과 개인, 인종과 인종,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에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물건과 하나하나의 일에도 빠뜨림 없이 철처한 것이라고 했다.

만해는 불교의 또 다른 특징은 ‘구세주의(救世主義)’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구세주의는 자기 한 몸만 이득을 취하고 자기 혼자만 행복을 얻으려는 주의에 반대하는 개념이라고 말하고 있다. 흔히 불교는 참선과 고행에 의해 혼자만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종교로 잘못 알려져 있으나 불교야말로 이런 종류의 이기주의와 정반대된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설법은 모든 중생을 제도하는 자비심으로 가득 차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는 사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경전에만 있는 것도 아니며, 각자의 정신적 생명과 자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조선불교유신론』에서는 사회와 민중이 불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불교가 중생과 대중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오늘 날 불교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뼈아픈 경종이다. 만해는 치욕의 경술년이 막바지에 이른 12월 8일,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한다. 한말의 대유학자 김윤식은 “문체로 보나 사상으로 보나 근세에 짝을 찾기 어려운 글”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대문장 『조선불교유신론』은 1913년 불교서관에서 처음 간행했다.

『조선불교유신론』은 당시의 정치적 외적 정세와 불교 내부의 완고한 보수성 때문에 무위로 끝나기는 하였지만, 이 글의 의미는
① 1910년 당시 조선불교의 전반에 걸쳐 다각적인 관찰과 비판을 가하였다는 점, ② 전체 논문이 이론정연하고 체계가 짜여 있다는 점,
③ 불교의 장래를 누구보다도 아끼는 종교적 정열에서 나온 산(生) 글이라는 점, ④ 당시로서는 개화된 문장체인 국한문병용을 택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진보적이고 선구적인 논문이라고 할 수 있다.


▢ 『불교대전』- ‘불교 포교의 금과옥조...’

↑↑ 『불교대전』
1914년 4월 부산 동래 범어사에서 간행. 고려대장경을 주제별로 재구성한 독창적인 불교 대사전이다.

ⓒ 인제신문


『조선불교유신론』을 탈고할 즈음 만해는 불교 대중화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이 승가의 개혁에 초점을 두었다면, 『불교대전』은 재가 신도를 위한 불교교리 및 불교사상의 지침서라 할 수 있다. 1912년 여름, 양산 통도사에 들어간 만해는 일반인들도 불교 경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불교대전』 편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땅에 불교가 들어온지 1천5백 년이 넘었지만 당시까지 제대로 된 『불교대전』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직접 편찬할 것을 결심한 것이다.
만해는 통도사 응진전 옆 숙소에서 『고려대장경』 1,511부, 6802권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한여름 폭염 속에서도 장경각을 가득 채운 서책을 빠짐없이 열람하고 낱낱이 읽었다. 밤에는 현대적인 감각에 맞도록 깨알같이 요약 정리했다. 주변 스님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가히 초인적인 열정이었다. 이렇게 만든 초록본이 444부에 이른다.

8백여 페이지에 이르는 『불교대전』은 제1서품에서 시작해 교리강령품, 불타품, 신앙품, 업연품, 자치품, 대치품, 포교품, 구경품 등 모두 9개 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선불교유신론』이 편찬되자 불교계 내외에 큰 반향이 일었다. 당시 불교 잡지 『해동불교』 6호 (1914년 4월)는 이를 두고 ‘광세의 대 저작이며, 불교 포교의 금과옥조이며 사회 일반에는 복음’이라고 평가했다.

↑↑ 내설악 백담사 경내 만해 한용운 흉상(胸像)

ⓒ 인제신문



『불교대전』은 팔만대장경 전체를 정독, 정리한 결과물이다. 당시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방대하고 어려운 불교경전을 알기 쉽게 해석한 내용이 돋보인다. 이 때문에 조명기는 『불교대전』을 ‘팔만대장경의 축소판’이라고 규정하였다. 또한 『불교대전』은 만해 한용운의 신념인 ‘대중불교’의 실현을 위한 초석이라 할 수 있다. 즉 만해의 『불교대전』은 모든 경전을 일정한 관점에서 해석하여 자신이 제창한 불교의 혁신사상에 따라 당대인의 감각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만해는 국한문을 혼용하되, 국문의 경우 가능하면 당시 통용되는 언어 위주로 사용하고있다. 1910년대에 순한문체로 된 저서가 적지 않음을 고려해 본다면, 이것 역시 대중불교를 추구하던 만해의 사상과 세계관이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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