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
|
시에게 길을 묻다 - 29
|
|
2021년 10월 26일(화) 21:27 [인제신문] 
|
|
|
| 
| | ⓒ 인제신문 | |
| 
| |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문학평론가) | ⓒ 인제신문 | | 산수유 꽃망울 같은 연정
이제는 여느 시골에서도 보기 힘든 마을 공동우물을 배경으로 어느 여인의 순박한 사랑을 재치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한 사내가 다가와 길을 물으며 물 한 그릇을 청합니다. 여인은 정성껏 물을 건네주고 시원하게 넘기는 사내의 목울대를 곁눈질하다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낯을 붉히며 돌아섭니다.
고맙다는 인삿말을 남기고 떠나는 사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여인의 가슴에는 형언할 수 없는 야릇한 감정이 일어납니다. 그러한 마음을 행여 남들이 눈치 챌까 평양성에 해 안 뜬대두 나는 모르오라고 지레 변명을 합니다. 강한 부정 속에 감추어져 있는 여인의 은근한 순정이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 짓게 합니다.
신라 화랑 김유신이 전쟁터에 나가던 중 우물가에서 한 여인을 만나는 설화에서 알 수 있듯이 우물가는 예로부터 봉건적 규방문화에 갇혀있던 여인들이 외간 남자와 만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남녀 간의 내외가 분명했던 1930년대의 도덕관념이나 정서로 볼 때 화자(話者)*는 남들의 시선이 적잖이 부담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인은 과장된 변명으로 자신의 행위가 별다른 뜻이 없는 일상적이었음을 강변하고 있습니다.
산수유 꽃망울 수줍게 벙그러지는 어느 봄날, 지나가는 사내와 한 번의 극적인 만남을 통하여 연정을 갖게 된 여인의 사랑이 간지럽게 만져지는 시입니다.
* 화자(話者) : 글 속에서 말하는 사람, 즉 문학작품에서 작가의이야기를 대 신 해 주는 사람' 을 말함.
|
|
|
|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새감각 바른언론” - Copyrights ⓒ인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인제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제신문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