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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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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시에게 길을 묻다 - 33

2021년 12월 21일(화) 15:51 [인제신문]

 

ⓒ 인제신문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 문학평론가)

ⓒ 인제신문

1970년대, 한 끼의 라면 값을 걱정 할 만큼 주머니엔 언제나 찬바람이 쌩쌩 불었지만 꿈이 있었고 그래서 세상이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던 꿈 많던 청춘시절, 나는 정말이지 비가 좋았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말만 잘하면 외상술도 주곤 하던 수리산 채석장 가는 철길 옆 목노집에 걸터앉아서 낡은 슬레이트 지붕의 투닥거리는 빗소리를 듣거나 연탄화덕 석쇠 위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껍질을 씹으며 껌정물 들인 미제 야전잠바 깃을 세우고 마치 대단한 시인이라도 된 것처럼
“비가 온다 / 오누나 / 오는 비는 / 올지라도 한 닷새 왔으면 좋지....”
소월의 「왕십리」를 읊고는 했지요. 아! 그 때, 서늘한 눈매에 뽀얀 이슬을 맺히며 젓가락 장단을 맞추던 그 어린 작부는 지금은 무얼 하고 있는지...
각설하고, 시의 길을 따라가 보지요. 「왕십리」는 소월의 여느 시의 미덕처럼 쉽고 평이한 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몇 날 몇 일을 두고 가랑비 구죽죽이 내리는 어느 날, 시인은 끝없이 펼쳐진 배추밭에서 구릿한 똥냄새가 실려 오는 왕십리 철길 옆 어느 목노집에 앉아 있습니다.
대책 없이 내리는 비. 문득 창밖으로 비에 젖어 후즐그레 울고 있는 한 마리 벌새와 아득히 산마루에 걸려 오도가도 못 하는 구름떼를 보게 됩니다. 이것들이 일으키는 가없이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심사는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지기 충분했을 겁니다.
그 그리움의 대상은 정녕 무엇이었을까요? “영변의 약산 진달래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신 임 일까요? “의붓어미 죽은, 죽어서 접동새가 된” 누이일까요? 아니면 “부르다가 내가 죽을” 그 임 일까요. 나는 그 그리움의 대상을 「진달래 꽃」의 사랑의 상실을 예감하는 임이나, 「초혼」의 떨어져 있는 임에 대한 그리움 보다는 뽀얀 물안개 속, 저기 어디쯤 구체적 대상이 없는 속수무책의 외로움, 혹은 대책 없는 그리움이라고 불러주고 싶습니다.
시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던 때부터 우리는 그의 시를 노래로 불러 왔지요. 시험을 위해 그의 시를 밤을 밝히며 (지긋지긋하게?) 외웠고, 턱수염이 삐죽삐죽하던 사춘기의 어느 때, 동네 이발소의 물레방앗간 액자 속에 들어 있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그의 시를 베껴다가 연애편지의 한 구절로 써먹고는 했지요.
우리 인생의 고비마다 연초록 시심을 활짝 열어준 시인. 그의 여러 시편들이 대중가요로 작곡되어 유행가가 되었다고 해서 행여 그의 시를 사춘기 시절 한 번쯤 읽고 넘어 갈 가벼운 시인 정도로 보아 넘기지는 않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아침입니다.
우리 집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로, 애호박 넓은 잎새 위로 자박자박, 투덕투덕 내리는 빗소리 넉넉한 휴일. 이 빗소리와 함께 모두 넉넉한 하루되시기를, 더불어 행복하시기를...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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