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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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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길을 묻다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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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06일(화) 22:43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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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문학평론가) | ⓒ 인제신문 | | 시란 과연 무엇인가?
눈 내리는 성탄제 가까운 밤. 어린 시절의 화자(話者)는 열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병원도 약국도 없는 산골의 밤,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위하여 아버지는 눈 속을 헤치고 산수유 열매를 따옵니다. 그 붉은 산수유 열매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을 통해 ‘어린 짐승’과도 같은 ‘나’는 일어 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은’ 화자는 성탄제 가까운 어느 날, ‘서러운 서른 살’ 이마에 와 닿는 서늘한 눈발의 감촉에서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고 있습니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의 한 밤중, 눈을 헤치고 아버지가 따오신 ‘산수유 열매’가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것은 화자의 내부에 생명의 원소처럼 아버지의 사랑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의 바탕에는 고향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빠알간 숯불,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열매’, ‘서느런 아버지의 옷자락’ 등의 이미지에서 ‘옛것이라곤 찾아 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 대한 상실감을 고향에서 찾고자 합니다.
시란 과연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아름답고 따듯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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