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사랑의 증도가(證道歌) '님의 침묵'의 향기를 찾아서
|
|
내린천 인문학 열전-③
|
|
2021년 05월 17일(월) 21:54 [인제신문] 
|
|
|
| 
| | ↑↑ 본지 발행인,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 | ⓒ 인제신문 | |
□ 불멸의 시집 ≪님의 침묵≫을 쓰다
1919년, 3.1만세운동의 주동자로 3년 형을 선고받고 2년 9개월 만에 출소한 만해 한용운은 조선물산장려운동과 조선불교청년회를 조직하여 불교개혁과 민족의식 회복운동에 열정을 쏟았다. 만해는 1925년 다시 백담사로 들어간다. 적막속에 파묻힌 백담사 작은 방에서 그는 온 가슴으로 불태웠던 ‘님’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님’을 그리는 순간, 침묵속에서 민족과 중생, 불법(佛法)의 노래가 용암처럼 분출했다. 모두 88편의 시를 ≪님의 침묵≫ 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었다.
한국 근대시사에서 기념비적 시집으로 평가 받고 있는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沈黙)≫은 1925년 8월 29일, 내설악 백담사에서 탈고하여 1926년 회동서관(匯東書館)에서 간행하였고,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漢城圖書株式會社)에서 재판하였다.
시집 ≪님의 침묵≫ 의 핵심적인 시어(詩語)인 ‘님’의 상징적 의미는 단순히 연인, 조국, 절대자뿐만 아니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생명의 역동적인 존재 양상들로 확대되면서 밀도 높은 상징성을 갖는 상징 시집의 한 지평을 열어젖혔다.
시인은 소멸과 생성, 부재와 현존, 이별과 만남, 현실과 초월의 변증법적 극복 과정을 시어 ‘님’으로 상징화함으로써, ‘지금 여기’가 아닌 초월적 세계를 향한 절절한 시적 염원을 노래한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모습을 시적(詩的)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시집 ≪님의 침묵≫은 인간의 종교적 심성을 드러내는 상징시의 한 전형(典型)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 시집은 서구로부터 상징주의가 이 땅에 유입되어 자유시가 정착한 이래, 상징시편으로 일정한 미학적 완성도를 획득한 최초의 시집이라는 시사적 의의를 갖는다.
| 
| | ↑↑ 1926년 회동서관(匯東書館)에서 간행한 ≪님의 침묵≫ | ⓒ 인제신문 | |
□ 왜 ≪님의 침묵≫ 인가?
≪님의 침묵≫ 의 창작 동기는 일제 강점기 1920년대의 혹심한 언론 탄압 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문학적으로 저항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의 비유 내지 상징 양식을 통해서 보다 높은 차원에서 문학적 저항을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은 “해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양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라는 ‘군말’에 극명(克明)히 제시되어 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의 님이 봄비라면 맛치니의 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느니라.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의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羊)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에서 알 수 있듯이 연인만이 임은 아닌 것이다. '길을 잃고 헤메는 어린양', 즉 당대 식민지하에서 방황하는 민족의 모습일 수도 있으며, 또한 빼앗긴 조국의 모습이기도 하고,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념이거나 진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님’은 연인이라는 개인적 의미일 수도 있고, 조국·민족 등의 규범적 의미일 수도 있으며, 정의·진리 등의 이념적·지향적 의미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시집의 형상적 우수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전체적인 내용은 이별이나 사랑의 고통 그 자체를 노래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별과 그 고통 속에서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고, 마침내 임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함으로써 빛나는 만남을 성취한 생성과 극복의 시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 
| | ↑↑ 1934년 한성도서주식회사(漢城圖書株式會社)에서 재판 한 ≪님의 침묵≫ | ⓒ 인제신문 | |
□ 기다림과 희망의 철학
‘님의 침묵’ 표제에서 침묵의 의미는 단순한 명상의 침묵이 아니라 생생한 삶의 몸부림과 깨달음이 용솟음 치는 생성의 적극적 침묵인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남녀 간 사랑의 애환을 노래하면서, 그 심층에 당대의 빼앗긴 현실과 민족을 되찾으려는 끈질긴 극복의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예술성과 사상의 조화를 성공적으로 성취하고 있다. 님을 상실한 아픔과 비극적 현실을 기다림과 희망의 철학, 사랑과 평화의 사상으로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방법론적인 면에서의 특징은 은유와 역설을 탁월하게 구사함으로써 현대시적인 면모를 확보한 데서 드러난다. 현대시의 형성 단계인 1920년대 중반에 독창적인 은유와 역설을 시의 중심 방법으로 삼아 적극 계발함으로써 우리 현대시의 한 전범(典範)이 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였다.
또한, 시어에서 충청도 방언을 활용하고 구사한 것도 민중적 정감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며, 특히 독창적인 시 형태를 개척한 것은 주목 할 만한 일이다.
이미지면에 있어서도 식물적 이미지, 광물적 이미지, 천체적 이미지 등을 섬세하게 조형하여 시적인 심미감을 고양시켜주는 특징을 지닌다. 시사적인 면에서도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시정신과 방법·문체·구조 등에서 전통시와 깊이 접맥되어 있다.
향가·고려가요·시조·가사는 물론, 한시·불경에 흐르는 시적 방법이 ≪님의 침묵≫ 에 계승되고 있는 것이다.
| 
| | ↑↑ 1926년에 발간된 ≪님의 침묵≫의 표제시 | ⓒ 인제신문 | |
□ ≪님의 침묵≫ 의의와 평가
시인 조지훈은 한용운을 두고 "근대 한국이 낳은 고사(高士)요, 애국지사요, 불학(佛學)의 석덕(碩德)이며 문단(文壇)의 거벽(巨擘)"이라고 상찬했다. 또한 위당 정인보는 "인도에는 간디가 있고 조선에는 만해가 있다"고 했으며, 벽초 홍명희는 "7천 승려를 합하여도 만해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한다. 만해 한 사람을 아는 것이 다른 사람 만 명 아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다.
시집 ≪님의 침묵≫은 전통적인 정신과 방법을 현대적인 것으로 확대, 심화시킴으로써 현대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님의 침묵≫ 이 성취한 사랑·자유·평등·평화의 깊이 있는 사상성과 예술성의 조화는 우리 현대시사의 바람직한 지평이 된다 하겠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의 혹심한 언론 탄압 내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에 대하여 모국어로 문학적으로 저항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만해 한용운 시인은 '자유, 평등, 평화, 생명사상'을 시집 《님의 침묵》에 투영하고자 했다. 가히 한국 근현대 시문학사에서 자유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시인이며, 미학적 완성도를 갖는 최초의 시집으로 큰 의미가 있다.
| 
| | ↑↑ 만해 한용운 선사가 만년에 거처한 서울 성북동 심우장(尋牛莊) | ⓒ 인제신문 | |
|
|
|
|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새감각 바른언론” - Copyrights ⓒ인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인제신문
기사목록 | 기사제공 : 인제신문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