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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그림을 예술하다-고운 김 향서예가

30년간 매주 상경하여 서예의 대가를 찾아가 배우고 익혀

2023년 03월 07일(화) 10:13 [인제신문]

 

-남은 생은 후학 양성에 매진, 한국 서예의 발전에 이바지

↑↑ 김향작가

ⓒ 인제신문


일찍이 추사 김정희 선생은 ‘서권기 문자향(書卷氣文字香)을 서예의 도(道)로 삼았다.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으면 몸에서 책의 기운이 풍기고 문자의 향기가 난다는 뜻이다. 즉, 맑고 드높으며 고아한 마음이 있고 가슴에 만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넘쳐 글씨가 된다고 했다.
서예는 서사 예술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서예정신 ’서여기인(書如其人)‘은 書品 곧 人品으로 글씨는 곧 그 사람의 인격을 반영한다는 가르침이다. 이는 서예를 단순히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한 기술이나 기교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스스로 인격 함양에 힘써야 함을 가르치고 있다.

고운 김 향(69세, 사진) 작가는 30년 넘는 시간을 서예에 빠져 살았다.
그 결과 △한국예총 공로상△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3회, 입선 2회△강원서예대전 우수상, 특선 2회△대한민국환경 휘호대회 환경부장관상△대한민국통일미술대전 입상, △(사)강원여성서예협회 이사△인제지회장△대한민국미술대전 이사 및 초대작가 심사역임△경기서예대전 심사를 맡았고, 현재 인제문화원 한국서예 지도 강사로 활동 중이다.
김 향 작가의 고향은 경기도 여주 대신면이다. 인제가 고향인 남편을 만나 인제에 뿌리를 내렸다. 두 자녀를 낳고 기르며 지나버린 젊은날이 헛헛함과 공허함이 느껴질 때 “내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면 헛헛함을 채울 수 있을까?” 스스로 되묻곤 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의 취미생활, 그것이 시작이었다.
붓을 잡고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모든 것이 멈춰졌다. 마음에 들끓는 갈등도, 가정주부로 해야할 마땅한 것들도 잠시 잊어졌다.
배움이라는게 그렇다. 한번 시작하면 그 끝이 어디든 꼭 가보고 싶은 것, 처음엔 그저 취미생활 정도였던 것이 배움에 대한 갈증을 생겨나면서 더 전문적으로 서예를 배우고 싶었고, 인사동에서 필방을 운영하는 여동생의 도움으로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했다. 1985년 서예와 운명적인 인연을 맺은 그는 목정牧丁 이시규 문하에서 공부를위해 30년여 년간 매주 상경하여 서예에 대한 열정을 태웠다.
많은 시간과 돈을 써가며 그가 서예에 쏟은 이력은 가히 눈물겨울 지경이다.
사비를 들여 서실을 열고 인제, 나아가 한국의 서예 발전을 위해 지역 청소년과 주민들에게 서실을 무료개방, 운영하고 있다.
30년의 세월은 작품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작가가 그동안 남긴 작품들이 무려 800점이 넘는다고 한다.
그 800점의 작품이 완성되는데 무려 30년의 세월이 흘렀고, 버려진 종이만 해도 트럭 한 대는 족히 넘어섰다.
서예는 단순히 묵을 갈아 화선지에 글을 쓰는 줄만 알았는데, 서예를 공부하면 할수록 욕심이 생겼고, 한글서예, 한문서예, 현판·비문·자수, 그림(유화) 까지 다양한 장르를 섭렵할 수 있었다.

“서예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저 평범한 아줌마에서 할머니가 되어 그저 늙어가는 것을 한탄해하며 살았을지 모릅니다.”

작가의 작품은 그래서 더 의미가 있다. 모두가 미래를 이야기한다. 옛것은 그저 낡고 닳은 것이라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조상이 물려준 훌륭한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이 일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단다.

인제 문화원을 비록하여 관내 각급학교 서예강사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써 온 결과 20명에 이르는 제자들이 동아예술대전, 강원서예대전, 님의 침묵 서예대전, 운곡서예대전 등 각종 서예대전에서 입상, 내설악 인제의 서예와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자신이 힘들게 일궈낸 화려한 이력에 만족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서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학예일치 學藝一致, 학문과 예술을 일치시켜야 이상적인 인간이 된다고 믿었던 옛 선비들의 지혜와 가르침을 작가의 삶과 글씨를 통해 다시 투영해 본다.

5평 남짓 작은 서실엔 연탄난로 만큼 따뜻한 사람이 있다. 서예를 배우기 위해 찾아온 제자들을 위해 고구마와 삶은 계란을 내어주며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 고운 김향 선생이 아주 오래 이 서실을 지키길 소망했다.

김미영 기자 nurugo5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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