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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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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시에게 길을 묻다 - 36

2022년 02월 22일(화) 21:01 [인제신문]

 

ⓒ 인제신문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 문학평론가)

ⓒ 인제신문

나의 첫사랑은 ?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뒤울안 장독대 옆 원추리 꽃잎 위로, 애호박 넓은 잎새 위로, 자박자박 내리는 빗소리가 참으로 넉넉한 저녁입니다. 담장을 넘어 온 뒷집 능소화 가지위에 오소소 떨고 있던 새 한 마리, 눈 마주치자 고개 갸우뚱 거리다가 십자가가 보이는 교회 종탑 쪽으로 깃털 떨구고 날아간 뒤, 빗소리 다시 커집니다. 오늘처럼 비가 오는 저녁이면 애호박, 감자 숭숭 썰어 넣은 칼국수에 고추장 풀어 한 그릇 냅다 비우고 툇마루에 누워 추녀 끝에서 뚜욱, 뚝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면 잡풀 돋는 행랑채 지붕에 그리움처럼 박꽃 하얗게 피어나고는 했지요.
  이젠 초가지붕 추녀 끝에 매달린 영롱한 빗방울도, 낙숫물 소리도, 행랑채 지붕위에 피어나던 박꽃도 모두 사라진 흑백 필름 속의 아슴한 풍경이 되었지만, 비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첫사랑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성한 국방의무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보내고 짬밥살 빠지기 전, 백수로 빈둥거릴 시절로 거슬러 갑니다. 군 생활 중 쫄병이 소개시켜준 어떤 여자와 일 년 남짓, 하루가 멀게 편지를 주고받던 끝에 드디어 만날 약속을 받아 냈습니다. 그녀를 처음 만나는 날도 오늘처럼 비가 왔습니다. 흰색 원피스에 파란 물방울 무늬 비닐우산을 쓴 그녀는 약속 장소인 안양역전 시계탑 앞에 오도막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녀의 화사한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한여름 저녁 우리집 행랑채에 하얗게 피어나곤 하던 박꽃이 생각났습니다. 잘 생긴 디제이가 진행을 맡아서 한창 성업 중이던 중앙시장 입구 신신다방에서 분위기 잡고 커피 한 잔씩 홀짝이고 밖으로 나왔지요. 어스름하게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하는 시내는 네온사인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시내를 벗어나 안양천 둑방을 따라 무작정 걸었습니다. 날은 어두워지고, 배는 고파오는데 정작 문제는 썰렁한 주머니 사정이었습니다. 아마도 천 원 짜리 서너 장하고 동전 몇 개 정도가 제 수중의 전 재산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난감한 마음으로 고개를 푹 꺽고 걷는데 제법 굵어진 빗줄기 사이로 저만큼 다리 밑에 흐릿한 카바이트 불빛이 보이더군요. 아! 살았다. 포장마차였습니다. 저는 그녀를 포장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냄비라면 두 개를 시키고 막걸리 한 주전자를 호기롭게 시켰습니다. 빗소리 투덕투덕 거리는 포장마차 카바이트 불빛 아래서 우리는 라면을 안주삼아, 저녁을 해결했습니다. 이후 저는 황지우 선생의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게다"라는 시를 읽을 때마다 그 날이 생각나고는 합니다.
각설하고, 우여곡절 파란만장 끝에 결혼이란걸 했고 신혼여행을 간 부산 해운대극동호텔 뒤 어디쯤 장급여관에서 첫날밤 불이 꺼지자 그녀가 달뜬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처음 만난 날, 포장마차에서 사준 라면과 막걸리에, 그 밤 빗소리에 눈멀고 귀먹었노라고...만약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삐까번쩍한 식당으로 갔더라면 우리 다시는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해피앤딩으로 결실을 맺었던 것이었는데요, (그런데 요즘은󰡐눈에 콩깍지가 씌여서...󰡑 그랬다고 이를 갈며 후회 하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어느새 어두워지고 빗소리 잠시 잦아들고 있습니다. 슬슬 막걸리 한 잔 생각이 나는 시간입니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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