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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기의 시 읽기, 삶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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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 길을 묻다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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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4일(화) 22:00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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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손흥기 (본지 논설주간, 문학평론가) | ⓒ 인제신문 | | 노래도 없이 사라질 게다
일제 강점기 농촌의 피폐화 현상은 비단 한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인 것이었습니다. 이 시의 '전라도 가시내'와 '함경도 사내'란 바로 그러한 당대 유이민의 표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적 화자는 '눈포래를 뚫고' 찾아간 북간도의 어느 술집에서 눈이 바다처럼 푸르고 까무스레한 얼굴의 '전라도 가시내'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시름을 달래고 있습니다. 북간도로 건너 온 함경도 사내는 '그늘진 숲속'만큼 어둡게 살아온 '전라도 가시내'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에게서 끈끈한 동류의식과 연민이 정을 느낍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고국의 여인에게 동병상린의 정을 느끼지만 해가 뜨면 그는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합니다. 눈보라를 헤치며 '노래도 없이' '자욱도 없이' 사라져야 합니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흉참한 기별’, ‘두터운 벽도 이웃도 못 미더운 북간도 술막’의 이미지와 날이 밝으면 노래도 없이, '자욱도 없이 사라질게다’ 라고 하는 화자의 진술로 보아 ‘함경도 사내’는 일제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이나 비밀지하 결사에 관여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함경도 사내'에게 '전라도 가시내'는 하룻밤 풋사랑을 나눌 술집 작부가 아니라, 일제 치하 억압과 수탈 받는 민중으로서의 공동운명체적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용악은 당대 유이민의 비극적 삶을 서사적 구조와 섬세한 서정으로 형상화하여 민족문학의 한 축을 구축한 시인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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