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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관광, 이제는 낮이 아니라 저녁을 생각할 때다

<인제칼럼>

2026년 10월 06일(화) 09:50 [인제신문]

 

↑↑ 최용건 인제신문 주필
서울대학교 회화과 학사
동국대 교육대학원
(전)동아일보 칼럼니스트
장편 소설 ‘그녀가 자작나무숲으로부터 걸어
나왔다’ 책과나무 출판사외 수필집 다수 출간

ⓒ 인제신문


인제는 낮보다 저녁이 더 매력적인 고장일지도 모른다. 낮 동안 자작나무숲과 내린천 둘레길을 메우던 사람들의 발길도 해가 지기 시작하면 하나둘 인제를 빠져나간다. 아무리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들, 오후만 되면 모두 떠나버리는 '스쳐 가는 관광'이라면 지역경제에 남는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다.

이제 인제 관광은 낮 시간의 풍광에만 의존하던 전래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 질 녘부터 이른 밤까지 이어지는 다채로운 체험거리를 마련하여,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여장을 풀고 하룻밤 머물다 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다행히 인제는 ‘저녁 관광’을 가꾸어낼 훌륭한 자연의 품을 지니고 있다. 높은 빌딩 하나 없이 산과 계곡이 깊어, 마을 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도시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깊은 어둠과 고요를 만난다. 은하수와 달빛을 바라보고, 계곡물 소리를 이정표 삼아 밤길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근사한 휴식 상품이 된다.

여기에 인제만의 정겨운 서사를 입히면 어떨까. 낮에는 숲과 계곡을 거닐던 이들이, 해가 지면 1960~70년대의 아늑한 정취가 흘러넘치는 밤거리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옛 장터처럼 꾸며진 골목길에는 희미한 백열등이 따스하게 불을 밝히고, 오래된 라디오에서는 아련한 옛 유행가가 흐른다. 달고나를 졸이고 군고구마를 나누며 가족이 함께 옛날 교복을 입어볼 수도 있다. 아담한 다방에 앉아 알싸한 쌍화차 한 잔을 기울이고, 거리 한쪽에서는 정겨운 하모니카와 통기타 가락이 낭만을 더한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삶을 체험하는 배움의 시간이 되고, 어른들에게는 까마득히 잊고 지내던 어린 시절의 낭만을 다시 마주하는 보물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몇 가지 옛 물건을 진열해 놓은 박물관식 관람을 넘어, 사람들이 직접 거닐고 먹고 들으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살아 있는 저녁거리’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 고즈넉한 거리 풍경 위에 별자리 관찰, 횃불 산책, 달빛 숲길 걷기, 작은 야외영화관과 은은한 홀로그램 투사, 그리고 모닥불 이야기마당을 얹는다면 인제 산골의 밤은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요란한 유흥 시설이 아니라, 오직 인제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조용하고 온기 어린 밤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관광객의 발길을 저녁까지 묶어둘 수 있다면 숙박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머무는 이들이 늘어나면 저녁의 식당과 카페가 온기를 찾고, 아침 식사와 이튿날의 연계 관광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하루 스쳐 가는 관광객 한 사람을 이틀간 머무는 체류형 관광객으로 바꾸는 일, 이것이야말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마중물이다.

인제 관광의 고민은 이제 “낮에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에서 “해가 진 뒤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로 확장되어야 한다. 좁고 깊은 계곡, 일찍 찾아오는 어둠과 고요... 그동안 발전의 장애물이나 불편함으로만 여겼던 산골의 조건이, 시각을 바꾸면 가장 차별화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제읍을 중심 축으로 삼고 신남이나 고사리 일대까지 품어내는 저녁 관광 인프라를 차근차근 설계해 보자. 인제의 밤이 볼거리 없는 까마득한 어둠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와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 밤’이 될 때, 우리가 바라는 ‘머무는 관광’의 시대도 비로소 열릴 것이다. 인제 관광의 참된 출구는 해 진 뒤, 가족과 함께 걷는 그 온기 어린 저녁시간에 있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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