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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편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적인 체류관광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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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2일(월) 10:00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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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는 순서
①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② 원통역·백담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꾼다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④ 숲이 관광이 되다, 국립산림치유원의 성공전략
⑤ 독일 블랙포레스트, 산림관광이 지역을 살리다
⑥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적인 체류관광도시
⑦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⑧ 2030 인제 관광의 미래, 체류형 관광도시 해법을 찾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접근성을 안겨줬지만 지역경제에는 ‘통과형 관광’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인제군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인제신문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관한 2026년 지역언론발전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서고속화철도 시대,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8회 연속 기획을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인제군 관광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외현장 취재를 통해 국내외 철도 관광도시의 사례를 통해 ‘머무는 관광도시 인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철도와 상권·숙박 연결…산악철도 연간 이용객 86만명
원통·백담역, 교통부터 숙박까지…관광객 맞을 준비는
체르마트역 앞에는 여행가방을 끌고 호텔로 향하는 사람과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이 오갔다. 작은 광장에는 관광안내소가, 중심도로에는 상점과 식당, 숙박시설이 이어졌다. 명품 시계·의류 매장도 눈에 띄었다.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은 곧바로 먹고 쇼핑하며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독일 슈바르츠발트를 거쳐 찾은 스위스 체르마트에서 주목한 것은 역에서 이어지는 동선이었다. 관광객을 마을로 데려오는 철도와 산으로 향하는 열차, 숙박과 상권이 맞물려 있었다.
2029년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목표로 역세권 개발을 준비하는 인제군도 관광객의 도착 이후를 살펴야 한다. 원통역과 백담역의 개발계획에는 관광객의 이동과 숙박을 뒷받침할 운영 준비까지 담겨 있는가. 체르마트 현장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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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터호른을 보기 위해 연간 86만 명의 관광객이 산악열차를 이용해 오르고 있다. 전망지 종점과 마터호른 전경. | ⓒ 인제신문 | |
■차는 태쉬에 두고, 기차로 체르마트에
체르마트에 들어가기 전날에는 그레헨 인근 가젠리트(Gasenried)에서 묵었다. 체르마트의 높은 숙박비를 피해 선택한 산골마을의 호텔이었다. 한여름에도 만년설 봉우리와 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폭포, 가파른 비탈에서 풀을 뜯는 양들이 눈길을 끌었다.
가젠리트와 체르마트에서 만난 대만 관광객은 대자연에 매료돼 스위스를 다시 찾는다고 했고, 프랑스 관광객은 편리한 이동과 잘 갖춰진 트레킹 환경을 방문 이유로 꼽았다.
조용한 산골마을에서 보낸 하룻밤은 체르마트의 번화한 거리와 다른 경험이었다. 관광객에게는 명소의 경관뿐 아니라 숙박비와 분위기, 이동 편의도 여행지를 선택하는 조건이었다.
다음 날 차량을 태쉬(Täsch)에 세우고 열차에 올랐다. 일반 관광객의 승용차 진입이 제한되는 체르마트로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약 15분 뒤 역에 도착하자 마을의 상권과 관광교통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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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태쉬 기차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이곳에 차량을 세우고 기차를 타고 체르마트까지 이동한다. | ⓒ 인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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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가젠리트의 가파른 경사면에 자리한 호텔 전경. | ⓒ 인제신문 | |
■역 중심으로 쇼핑·먹거리·숙박·산악열차 이어져
체르마트역은 호텔 건물과 맞닿아 있었다. 역에서 이어지는 중심도로에는 1층에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들어서고 위층은 호텔로 쓰이는 건물이 많았다. 역 맞은편에는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승강장이 자리했다. 광장을 중심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숙소와 상점가, 산으로 나뉘었다.
이 연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역과 연결된 관광청을 찾았다. 다비드 타우크발더(David Taugwalder) 문화·홍보커뮤니케이션 책임자는 인터뷰에서 “체르마트에서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철도망에 관광열차와 산악철도가 연결돼 기차를 타는 시간도 휴가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다.
알프스 관광도시를 잇는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은 장거리 이동 자체를 관광상품으로 만든다. 고르너그라트 산악철도(Gornergrat Bahn)는 마을에 도착한 관광객을 마터호른과 주변 산악경관을 바라보는 전망지로 데려간다. 역까지 오는 여정과 도착 이후의 여행이 철도로 이어지는 셈이다.
마을 안에서의 이동은 호텔의 전기차 픽업과 지역버스, 전기택시가 돕는다. 타우크발더 책임자는 승용차 진입 제한에 따른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방정부와 철도회사, 산악교통 운영사, 호텔업계, 관광기관이 협력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도 태쉬에 차를 세우고 짐을 옮기는 과정은 번거로웠지만 체르마트에 도착한 뒤에는 목적지에 따라 도보와 전기차, 산악열차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동과 시설을 연결하는 데는 정보도 필요하다. ‘마터호른 앱’은 숙박과 음식점, 행사, 산악교통 정보를 제공하고 티켓 예매를 연결해 체류 일정을 짜도록 돕는다. 타우크발더 책임자는 길을 안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이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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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체르마트역 광장. 역사 출입구 양쪽은 호텔 건물과 맞닿아 있다. | ⓒ 인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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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역사 입구에 관광안내소와 관광청이 붙어 있다. | ⓒ 인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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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타우크발더 책임자가 호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인제신문 | |
■우천 시에도 이어지는 여행…산악철도와 실내시설의 연결
기자와 통역 두 사람이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를 이용하는 데 든 비용은 298스위스프랑(한화 약 50만 원)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관광객의 발길은 이어졌다.
열차가 산을 오르자 창밖으로 계곡과 마을이 펼쳐졌다. 높이 올라갈수록 마을은 작아지고 알프스산맥이 시야를 채웠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경관을 감상하는 여행이 시작됐다.
관광청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고르너그라트 철도의 체르마트 출발 이용객은 86만3,866명으로 전년보다 6.8% 늘었다. 고르너그라트 사업 매출은 5,490만 스위스프랑(한화 약 900억 원)으로 16.6% 증가했다.
전망지에 도착하자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 내렸다. 기대했던 알프스 전경을 온전히 볼 수 없게 되자 관광객들은 호텔과 실내시설로 이동했다. 스카이라운지는 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지하 매장에서는 옷과 인형, 열쇠고리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팔았다.
경관을 감상하기 어려운 날에도 쉬고 먹고 둘러볼 선택지가 있었다. 산악관광이 날씨의 영향을 받더라도 여행을 이어갈 공간과 서비스가 마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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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산악열차를 타고 전망지로 이동하는 모습. 기차에서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 인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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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마터호른 방향의 전경. 이날은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 정상이 보이지 않았다. | ⓒ 인제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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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호텔 지하 기념품점에서 관광객들이 기념품을 구입하고 있다. | ⓒ 인제신문 | |
■겨울과 여름을 잇는 사계절 관광
타우크발더 책임자는 “마터호른은 관광객이 처음 체르마트를 찾게 하는 이유이고 다양한 체험은 관광객이 다시 찾아오게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겨울 스포츠뿐 아니라 하이킹, 산악자전거, 트레일러닝, 가족 체험, 미식과 웰니스 등 여름철과 연중 관광상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숙박과 철도 승차권, 체험활동을 결합한 상품도 개발해 여행 계획을 돕고 체류를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숙박 수요는 겨울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체르마트 관광청에 따르면 2025년의 체르마트·태쉬·란다 관광권의 숙박 실적은 256만7,381인박으로 전년보다 2.07% 늘었다. 겨울이 54.2%, 여름이 45.8%를 차지했다. 체르마트 단독 숙박 실적은 237만1,950인박이었다. 여름에도 상당한 숙박 수요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인박은 한 사람이 하룻밤 숙박한 것을 뜻하며 방문객 수나 평균 체류기간과는 다르다.
타우크발더 책임자는 관광객을 빠르게 불러들였다가 내보내기보다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휴가 경험을 목표로 삼는다고 강조했다. 명소를 본 뒤에도 다른 체험과 휴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행의 폭을 넓힌다는 설명이다.
■다수 사업자가 만들어 내는 하나의 여행
관광청은 관광객의 소비가 호텔과 산악교통 운영사뿐 아니라 음식점·소매업체·수공업체·운송회사·문화사업자 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홍보해 여러 사업자가 관광의 부가가치를 나누도록 한다는 것이다.
타우크발더 책임자가 강조한 조건은 ‘협력’이었다. 관광청은 홍보와 상품개발, 지방정부는 공간계획과 기반시설, 철도와 산악교통 운영사는 이동, 민간사업자는 숙박과 음식 등 서비스를 담당한다. 관광객이 이용하는 하나의 여행에 여러 기관과 사업자가 참여한다.
관광객의 이용 현황도 운영에 반영한다. 타우크발더 책임자는 체류 기간과 예약 행태, 시설 이용률, 이동·관광상품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상품을 개선하고 투자 방향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어떤 체험이 관광객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지 살피는 것이 주요 과제라고 했다.
지역경제 효과는 이러한 설명과 별도로 살펴야 한다. 산악철도 사업 매출은 해당 사업의 실적이며 체르마트 전체의 관광수입이나 주민 소득을 뜻하지 않는다. 지역 업체의 매출과 고용, 관광상품 참여 정도가 소비의 지역 내 효과를 확인하는 기준이 된다.
자연 이용과 주민 생활도 운영의 조건이다. 관광청은 지속 가능한 교통과 자연·생활공간에 대한 존중을 관광정책의 중심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관광개발이 주민의 이해관계와 조화를 이루도록 주민들과 정기적으로 대화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의 편의를 높이는 일과 주민의 생활공간을 지키는 일이 함께 다뤄지고 있었다.
■인제의 개발계획, 운영 준비까지 담고 있는가
인제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타우크발더 책임자는 관광 기반시설과 장기 비전, 개발전략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 명확한 조언을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체르마트는 철도를 통해 마을과 관광시설의 접근성을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높여왔다고 설명이다.
이번 현장에서 인제가 참고할 부분은 관광객의 도착 이후를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역에서 상권과 숙소로 이동하고, 다시 산악교통과 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러 운영자가 협력하고 있었다.
인제의 역세권 계획도 시설조성과 함께 운영 준비를 점검해야 한다. 열차 도착시간에 맞춘 연계교통과 마지막 귀환편, 비수기 운행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숙박·음식·체험의 예약과 운영시간을 어떻게 맞추고, 비용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관광객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어야 연결은 완성된다.
두 역의 역할도 지역 특성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다. 원통역은 기존 시가지의 숙박·음식·상권과 관광지로 출발하는 거점으로 백담역은 용대리와 설악산·백담사 관광을 잇는 관문으로 검토할 수 있다. 자작나무숲과 내린천 등은 거리와 체험 특성에 맞는 교통편으로 연결해야 한다.
체르마트역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관광객의 발길은 숙소와 식당, 산으로 이어졌다. 원통역과 백담역에 도착한 사람의 다음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까. 그 이동과 하룻밤을 누가 운영할 것인지까지 답하는 것이 인제의 철도 개통 준비다.
다음 7편에서는 일본 가루이자와와 에치고유자와를 찾는다. 신칸센역에서 숲과 상점가, 쇼핑 공간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철도 접근성을 체류와 소비로 연결하는 전략을 살펴본다.
성낙규 기자
※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언론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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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새감각 바른언론” - Copyrights ⓒ인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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