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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해 희생했는데”…인제군, 정부 인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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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편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2026년 10월 20일(화) 11:20 [인제신문]

 

싣는 순서

① KTX 개통, 인제 관광의 새로운 기회인가
② 원통역·백담역, 인제 관광의 지도를 바꾼다
③ KTX가 바꾼 평창, 인제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가
④ 숲이 관광이 되다, 국립산림치유원의 성공전략
⑤ 독일 블랙포레스트, 산림관광이 지역을 살리다
⑥ 스위스 체르마트, 철도가 만든 세계적인 체류관광도시
⑦ 일본 가루이자와, 철도와 숲이 만든 명품 관광도시
⑧ 2030 인제 관광의 미래, 체류형 관광도시 해법을 찾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인제에 접근성을 안겨줬지만 지역경제에는 ‘통과형 관광’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지금, 인제군은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 있다.
인제신문은 강원특별자치도가 주관한 2026년 지역언론발전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동서고속화철도 시대, 인제의 미래’를 주제로 8회 연속 기획을 연재한다. 이번 기획은 인제군 관광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외현장취재를 통한 국내외 철도 관광도시의 사례를 통해 ‘머무는 관광도시 인제’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인구 2만 명 가루이자와의 반전, 쇼핑몰 매출만 5,600억원
원통역·백담역, 관광객 이동과 지역소비 연결이 성공 열쇠

9월 9일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역. 평일인데도 신칸센에서 내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역 남쪽에는 대형 쇼핑몰이 펼쳐져 있고, 북쪽으로는 오래된 상점가와 별장지대,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은 쇼핑을 즐기거나 버스에 올라 산속 관광지로 향했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약 1시간 10분 거리의 작은 산악도시가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이튿날 찾은 니가타현 에치고유자와역은 다른 모습이었다. 역사 안에는 음식점과 특산품 판매점, 일본주 시음시설, 온천 목욕시설까지 들어서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산악지역의 피싱파크까지 이동하는 동안에는 상점이나 편의점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지만, 역으로 돌아오자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와 쇼핑시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인구 3만여 명의 인제군보다 작은 두 산악 관광도시는 철도와 관광을 연결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 인구 2만1,800여 명의 가루이자와는 대형 쇼핑몰과 구도심, 자연관광을 연결했고, 인구 7,600여 명의 유자와정은 역사를 관광객 소비의 거점으로 활용했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을 앞둔 인제군에 두 지역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철도가 관광객을 데려온 뒤 어디로 이동시키고, 무엇을 경험하게 하며, 어디에서 소비하도록 할 것인가.

◆인구 2만여 명에 관광객 800만 명…신칸센이 넓힌 관광시장
가루이자와정은 나가노현 동부에 위치한 고원 휴양도시다. 아사마산을 비롯한 산림과 서늘한 기후를 바탕으로 별장문화와 피서 관광이 발달했다. 1997년 나가노신칸센이 개통하면서 도쿄와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도쿄역에서 가루이자와역까지 신칸센으로 약 65~75분. 수도권에서 당일 여행이 가능한 거리지만 지역에는 별장과 숙박시설, 골프장, 자연관광지, 대형 쇼핑시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가루이자와정청에 따르면 2024년 관광객은 연인원 800만5천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41만6천 명의 약 95% 수준까지 회복한 것이다. 특히 가을철인 9~11월 관광객은 215만2천 명으로 연간 관광객의 26.9%를 차지했다. 여름철 피서지라는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가을에도 관광 수요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숙박 기반도 갖추고 있다. 2025년 1월 기준 호텔과 여관, 펜션, 민박 등 숙박시설은 123개소, 동시 수용인원은 1만1,441명이다. 인구 2만여 명의 지역에서 주민 수의 절반이 넘는 인원을 한꺼번에 숙박시킬 수 있는 규모다.
철도 이용객도 적지 않다. JR동일본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4년도 통계에 따르면 가루이자와역의 하루 평균 승차객은 4,767명으로 연간 환산하면 약 174만 명이다. 이 가운데 신칸센 승차객은 하루 평균 4,69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가루이자와가 신칸센 개통만으로 관광도시가 된 것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형성된 별장문화와 자연환경, 휴양시설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이 성장했고, 신칸센은 수도권 접근성을 높여 기존 관광자원의 이용 기회를 넓힌 교통수단이었다.

↑↑ 신칸센 이용객들이 가루이자와 역을 빠져 나오는 모습. 나오면서 남쪽은 일본 최대 쇼핑단지로 북쪽은 구가루이자와 상점가와 휴양지로 갈 수 있다.

ⓒ 인제신문


↑↑ 가루이자와역 내부에 관광안내소, 안내소 직원 3명이 상주하고 있으며 여행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인제신문



◆대형 쇼핑몰과 구도심…서로 다른 상권의 차별화
가루이자와역 남쪽에는 일본 최대 쇼핑몰인 ‘가루이자와 프린스 쇼핑 플라자’가 있다. 전체 부지면적은 26만㎡로 축구장 약 36개 규모다. 패션과 스포츠, 잡화, 음식점 등 약 240개 점포가 입점해 있으며, 매장 총면적만 4만2천㎡에 달한다. 신칸센역에서 걸어서 2~3분이면 닿는 이 쇼핑몰은 2024년도 매출액 590억 엔(한화 약 5,600억 원)을 기록하며 당시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철도역과 대규모 쇼핑시설을 연결해 관광객의 방문을 소비로 이어가는 대표적인 사례다.
역 북쪽은 분위기가 다르다. 가루이자와역에서 도보로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구가루이자와에는 오래된 상점과 카페, 음식점, 기념품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적인 쇼핑시설과 달리 오랜 휴양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9월 9일 현장에서 확인한 구가루이자와 상점가는 평일인데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관광객들은 거리를 걸으며 상점을 둘러보고, 카페와 음식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대형 쇼핑시설이 현대적인 소비공간이라면 구가루이자와는 지역의 역사와 분위기를 경험하는 관광공간이었다.
두 상권은 서로 다른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신칸센에서 내린 관광객은 역 남쪽에서 쇼핑을 즐기거나 북쪽으로 이동해 오래된 상점가와 별장지대를 둘러볼 수 있다.
가루이자와는 철도역 하나에 모든 상업기능을 집중시키지 않았다. 역을 중심으로 대형 쇼핑시설과 기존 상권, 자연관광지를 연결해 관광객의 선택지를 넓힌 것이다.

↑↑ 가루이자와역 남쪽에는 일본 최대 쇼핑몰인 ‘가루이자와 프린스 쇼핑 플라자’가 있다. 전체 부지면적은 26만㎡로 축구장 약 36개 규모다.

ⓒ 인제신문


↑↑ 쇼핑프라자 내부에 있는 푸드코트

ⓒ 인제신문


↑↑ 가루이자와 역 북쪽 출구로 나가면 구가루이자와 상점가로 갈 수 있다.

ⓒ 인제신문




◆버스를 타고 숲속으로…시라이토폭포까지 이어진 관광 동선
가루이자와의 또 다른 경쟁력은 숲이다. 별장문화와 산림경관은 오래전부터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지에서 직접 노선버스를 타고 구가루이자와를 지나 시라이토폭포로 향했다. 버스는 오래된 상점가와 별장지대를 지나 울창한 산림 속으로 들어갔다. 도로는 넓지 않았고 굴곡도 이어졌지만,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산속 관광지까지 운행했다.
시라이토폭포는 숲속 암벽을 따라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자연관광지다. 폭포 자체도 인상적이지만, 역에서 버스를 이용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우산을 든 관광객들이 폭포를 찾았다. 관광객들은 숲길을 따라 이동하며 사진을 찍고 자연경관을 즐겼다. 가루이자와의 산림은 단순히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을 넘어 사람들이 찾아와 경험하는 관광자원이 되고 있었다.
이곳에서 확인한 것은 철도와 관광지 사이를 잇는 교통의 중요성이다. 신칸센은 관광객을 가루이자와역까지 데려오지만, 구가루이자와와 별장지대, 시라이토폭포로 이동시키는 것은 버스와 도로망이다.
관광객이 철도를 이용해 오더라도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이동수단을 마련한 것이다. 역 주변의 도보 관광과 자전거 이용, 산악 관광지로 향하는 버스가 각기 다른 이동 수요를 담당하고 있다.
인제군도 원통역과 백담역이 개통하면 비슷한 과제를 맞게 된다. 역에서 자작나무숲과 내린천, 백담사, 설악산 등 주요 관광지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역과 관광지 사이의 거리가 멀거나 교통편이 불편하다면 철도 접근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 가루이자와의 옛 미카사 호텔. 1906년 문을 연 서양식 목조 건축물로 가루이자와가 고원 휴양지로 발전해 온 역사를 보여준다.

ⓒ 인제신문


↑↑ 시라이토폭포는 숲속 암벽을 따라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자연관광지다.

ⓒ 인제신문



◆에치고유자와, 역사 내부에 먹거리·특산품 집결
가루이자와가 역을 중심으로 쇼핑과 자연관광을 넓게 연결했다면, 에치고유자와는 역사 안에 관광객을 위한 상업시설을 집중시켰다.

에치고유자와역에는 복합상업시설인 ‘CoCoLo 유자와·간기도리’가 들어서 있다.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 지역 특산품 판매점 등이 모여 있어 관광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거나 여행을 마친 뒤 식사와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니가타현의 대표 특산품인 쌀과 일본주가 눈길을 끌었다. 지역 농산물과 가공식품, 기념품을 판매하고, ‘폰슈칸’에서는 130여 종류의 일본주를 맛볼 수 있다. 온천 목욕시설과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면세 판매시설도 갖췄다. 기차역이 단순한 교통시설을 넘어 지역의 먹거리와 특산품을 판매하는 관광·소비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유자와정은 겨울철 스키관광으로 유명하지만, 온천과 산악관광, 여름철 야외활동 등 사계절 관광자원도 갖추고 있다. 유자와정의 2024년도 관광통계에 따르면 연간 관광지 방문 연인원은 약 360만 명으로 집계됐다. 동일 관광객의 중복 방문이 포함될 수 있지만 인구 7,600여 명의 작은 산악지역이 상당한 관광 수요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치고유자와역은 이러한 관광객들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지역 음식과 특산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소비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에치고유자와역 안에 쇼핑·식당·기념품점이 길게 연결돼 있다.

ⓒ 인제신문




◆관광객 1인당 3만3천 엔 소비…숙박객 지출 4.4배
유자와정청 기획관광과가 실시한 2025년 가을 관광객 소비지출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여행비용은 3만3,259엔(한화 약 32만 원)으로 집계됐다. 숙박비가 2만1,738엔(약 21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념품·특산품 구매비 5,811엔(약 5만5천 원), 음식비 2,977엔(약 3만 원)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당일 관광객의 평균 여행비용은 8,169엔(약 7만8천 원)이었지만, 숙박 관광객은 3만6,210엔(약 34만4천 원)으로 약 4.4배 많았다. 숙박비가 포함된 조사 결과지만, 관광객의 체류 여부에 따라 소비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광 수요를 지역경제와 연결하는 것이 에치고유자와역 상업시설의 역할이다.

↑↑ 일본학생이 피싱파크에서 은어를 잡고 포즈를 취했다. 잡은 은어는 즉석에서 구이로 맛볼 수 있다.

ⓒ 인제신문




◆원통역·백담역, 관광객을 어디로 이끌고 무엇을 팔 것인가
가루이자와와 에치고유자와는 인구 규모도, 관광자원도, 철도역을 활용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철도역에서 관광활동이 끝나지 않고 지역의 관광자원과 소비로 이어지도록 공간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원통역은 인제읍과 북면의 생활권, 상업시설,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 백담역은 백담사와 설악산, 용대리 관광자원으로 향하는 관문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나 역세권 개발계획에 건물과 도로, 주차장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열차 도착시간에 맞춘 버스 운행, 관광지 간 이동체계, 지역상권과 연결되는 여행상품, 숙박시설과 체험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특히 인제군은 산림자원이 풍부하다. 자작나무숲과 설악산, 백담계곡, 내린천 등 자연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지만, 철도 이용객이 이를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는 이동체계와 체류 프로그램은 앞으로 더욱 구체화해야 할 과제다.
가루이자와의 구도심 상권과 에치고유자와의 역사 내 상업시설은 서로 다른 해법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지역의 방식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인제군의 관광자원과 상권 구조에 맞는 연결 방식을 찾는 일이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개통 이후 인제군은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더라도 지역경제가 반드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다.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은 또 한 번의 기회다.
철도가 관광객을 인제까지 데려오는 것은 출발에 불과하다. 관광객을 숲과 마을로 이끌고, 그곳에서 머물고 소비하게 만드는 일은 인제군의 몫이다.
국내외 철도 관광도시의 사례를 통해 확인한 것은 접근성보다 중요한 관광객의 이동과 체류, 지역소비의 연결 구조다. 마지막 제8편에서는 원통역·백담역 역세권 개발계획과 인제군의 관광자원을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2029년 동서고속화철도 개통 이후 인제가 통과형 관광지를 넘어 체류형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실천 과제를 제시한다.
성낙규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인제신문 기자  inj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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